제주의 바람이 오연서의 코끝을 간질인다.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아이보리 니트 원피스, 크로스백, 화이트 슈즈는 모두 라코스테(Lacoste).

언밸런스 원피스는 레지나표(Rejina Pyo). 이어링은 블랙뮤즈(Blackmuse). 오른쪽 링은 넘버링(Numberring). 왼쪽 링은 르마스크(Le Masque).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니 어때요?
좋죠.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설렜어요.

워낙 여행을 좋아하잖아요.
국내 여행은 많이 해보질 않았어요. 이번에 느꼈죠. 아 이래서 사람들이 제주도 오는구나.(웃음) 최근에는 집에만 있었거든요. 나오니까 확실히 좋네요. 탁 트인 풍경도 즐기고 공기도 시원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최근에 유튜브 ‘오소소’ 운영하고 있잖아요. 유튜버 오연서가 되어보니 어때요?
내가 일을 벌였구나.(웃음) 촬영만으로도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혼자 카메라 보며 이야기하다 문득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며 창피해질 때도 있어요. 아직은 카메라가 낯설거든요. 일상을 찍어 보여줄 뿐인데 쉽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어려워요.(웃음) 다른 배우분들 유튜브도 많이 챙겨보는데, 아직 그분들처럼 촬영 자체가 습관이 되진 않았어요. 때문에 저를 돕는 스태프들이 수고하죠.

그래도 SNS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댓글 보면 재미있어요. 배우는 작품을 찍지 않으면 공백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팬분들이 제가 쉴 때 뭐 하며 지내는지 궁금해해요. 그래서 공백기에는 팬들이 궁금해하는 내 모습,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했거든요. 막상 시작해보니 집에만 있어서 보여줄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팬들과 소통하려고 만든 거라 목적은 이뤘어요.

팬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집’에서의 모습 아니겠어요? 집에서는 뭐 해요?
별거 없어요. 넷플렉스나 애니메이션 주로 보고요. 웹툰도 보고 책도 읽어요. 아, 요새 집에서 요가 해요.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좋아서요. 수업을 들을까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집에서 유튜브 보며 요가 하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반신욕 하면 더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어요.

터틀넥과 슬릿 스커트는 모두 레지나표. 버건디 백은 세이모온도(Samo Ondoh). 이어링은 르마스크. 뱅글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로고플레이 점퍼, 이너로 입은 아이보리 터틀넥, 화이트 보이핏 데님 팬츠, 배색 디테일 크로스백, 슈즈는 모두 라코스테.

홈트레이닝 꾸준히 하는 사람들,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저도 얼마나 할지 모르겠어요. 싫증을 빨리 내는 편이라.(웃음) 그래도 확실히 몸이 개운해지니까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며칠간 잠만 자고 침대에서 뒹굴며 보냈더니 되레 무기력해지더라고요. 하루에 10분, 20분이라도 꾸준히 루틴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길 수가 없어요. 대단해.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죠.

오연서가 추천하는 넷플렉스 콘텐츠가 있다면?
이것저것 많이 보는데, 시트콤 좋아해요. <모던패밀리> 진짜 재미있어요. 가족들 간의 케미랑 시즌을 거듭할수록 같이 나이 드는 모습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또 넷플렉스에 좋은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최근에 ‘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흥미로웠어요.

가족이랑 같이 살죠. 독립하고 싶단 생각은 안 해요?
외로울까봐. 독립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보면 ‘혼자 선다’라는 말이잖아요. 혼자 살면 현관문을 열었을 때 적막하고 어둡잖아요. 그걸 견뎌낼 자신이 없어요. 또, 아프면 얼마나 서러워요. 독립은 운전이 시작이라고 하는데, 저 운전도 잘 안 해요. 아직도 아이이고 싶나 봐요.(웃음) 아직은 가족들이랑 맛있는 거 함께 먹는 생활이 좋아요.

독립하면 마음대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데도요?
인테리어는 아직 잘 몰라서요. 그래도 보는 눈이 생긴다면 좋은 그림은 소장하고 싶어요. 또, 제가 거울을 굉장히 좋아해요. 거울을 왜 이리 사 모으냐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데, 독립한다면 거울은 마음껏 장식할 수 있겠네요.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아요?
도시가 갑갑해요.(웃음) 이제는 자연이 좋아요. 그런 나이가 됐나봐.(웃음) 엄마가 매일 아침 한 시간씩 걷거든요.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는데, 20분 정도 걸으며 나무 보고 꽃 보는 건 좋더라고요. 조만간 등산 갈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도자기 만들잖아요. 그것도 자연이 좋다는 신호 중 하나일지 모르겠네요.
계기는 별거 없어요. 파리 갔을 때 어떤 숍에 있는 도자기 제품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 도자기를 보니까 문득 배워볼까 싶었어요.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요. 노년에는 도자기 굽고 살까 생각도 해요. 처음에는 흙 만지는 감촉도 좋아서 힐링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근데 하다보면 사람이 욕심이 생기잖아요. 잘하고 싶고. 취미를 일처럼 하니까 어려워지더라고요.(웃음)

베이지 누빔 재킷, 브이넥 니트 카디건, 플리츠 스커트, 크로스백, 슈즈는 모두 라코스테.

라운드 니트 원피스, 이너로 입은 네이비 셔츠, 블랙 버킷백, 슈즈는 모두 라코스테.

만든 도자기 하나하나 너무 소중해서 남 줄 수가 없을 거 같은데.
제가 배우면서 느낀 건 만든 사람의 노력에 비해 우리가 돈 주고 사는 게 값싸다는 거예요. 사실, 우리가 도자기 살 때 ‘뭔데 이렇게 비싸지?’ 하잖아요. 비쌀 만해요.(웃음) 만드는 내내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배워보니까 알겠어요. 아무나 못 주죠. 엄마랑 도자기 강사님이랑 함께 그림도 배워요. 보통 유화 모작을 많이 하거든요. 신기하게 세 사람 그림이 다 달라요. 좋아하는 색도 다르고, 좋아하는 붓의 터치도 달라요. 보면 재미있어요.

취미만으로도 너무 바쁜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잠깐 쉬려고요. 영화 촬영 때문에 집중할 시간이 따로 필요해요.

<압구정 리포트> 말이죠? 오랜만에 촬영하는 영화라 감회가 남다를 거 같은데요.
일단 캐릭터들이 이제껏 제가 주로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달라요. 아직 촬영 전이고, 준비 단계라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또 제가 현장에서 오랜만에 막내거든요. 막내라 좋아요.

이렇게 대화 나눌 때면 오연서는 항상 자신감 있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항상 스스로를 소심하다고 표현하더군요.
저 늘 소심해요. 풍기는 인상이 그런가? 겁도 많고 걱정도 많아요. 제가 친한 사람들 아니면 사람들도 잘 안 만나요.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일할 때도 첫 촬영 전까지는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끙끙 앓아요. 내 자신이 좀 배포가 큰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물론 제 자신에 100퍼센트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만, 그래도 연기하면서 만족할 때도 있잖아요.
없어요. 진짜 없어요. 그렇게 되면 좋겠단 생각은 하지만요.

그 답이 의외라 조금 놀랐어요.
가끔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자존감을 어떻게 지키느냔 질문을 받아요. 저도 자존감이나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책을 읽어요. 저보다 인생경험이 많은 분들의 수필이나 시집을 읽으면 이 모든 고민이 단순히 삶의 과정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돌이켜보면 20대도 힘들었어요. 시기마다 다른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구나 싶어요.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행복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근데 또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죠.(웃음)

스트라이프 니트, 화이트 슬릿 스커트, 민트 컬러 크로스백, 화이트 슈즈는 모두 라코스테. 비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하이웨이스트 슬랙스는 로우클래식 (Low Classic). 체인백은 세이모온도. 이어링은 엔플라임뉘앙스(Nuance).

남은 2020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올 한 해는 당연히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걸 누리지 못했잖아요. 제가 이제껏 누려온 생활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 제 삶에서 어떤 부분을 우선순위에 두고, 가치를 둬야 할지 많이 생각해요. 아, 근데 방금까지 내려놓겠다고 해놓고 또 생각이 너무 많다. 그죠? 지금 말한 거 다 취소!

그러면 진짜 오연서가 바라는 2020년 마무리는?
생각 덜어내기! 올 한 해는 생각을 좀 줄이며 마무리할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