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타고난다? 2020년 유전자 검사가 간편해짐에 따라 유전자에 각인된 내 피부의 운명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이제 나만의 피부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테크놀로지가 시작됐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진보된 스킨케어 방식을 따를 때가 되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 비의료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항목이 기존보다 5배가량 늘어났다. 이로 인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이 알게 되는 정보는 무려 56개 항목. 국가가 인정한 4개 기관에서 간단한 유전자 검사만 받으면 혈당이나 혈압, 탈모, 비타민C 농도 등의 항목에서부터 피부의 색소 침착이나 노화는 물론 알코올 홍조, 근력 운동 적합성, 카페인 대사, 비만 유전자까지 다양한 웰니스 항목을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아픈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예방과 관리를 통해 개인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이러한 정보는 피부 관리에도 쉽게 적용된다. 피부 타입을 단순히 지성과 건성, 복합성, 민감성 등으로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정밀한 기준을 가진 새로운 접근법이 열릴 것이라는 것. 이를 통해 그저 피부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차원이 다른 피부 예방 케어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아이오페가 이를 발빠르게 접목한 ‘피부미래 솔루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아이오페 랩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피부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궁금한 마음에 에디터가 직접 이를 체험해보았다. 배송받은 아이오페와 테라젠바이오가 공동개발한 유전자 분석 키트 ‘아이오페 랩 지노 인덱스’(아모레퍼시픽몰, 아리따움몰, 아이오페 랩 매장에서 구입 가능. 가격은 8만5천원)는 이름과는 달리 매우 심플한 검은색 플라스틱 막대 모양이다. 키트에 동봉된 주의 사항에 따라 막대를 입안의 상피세포를 긁듯이 문지른다. 이를 다시 동봉해 테라젠바이오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유전자 검사는 끝. 2주 뒤 ‘Change Your Skin Future’라고 적힌 PDF가 메일로 전달되었다. ‘백화점 피부측정기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던 뻔한 검사결과가 아닐까’라는 예상을 깨고 그 결과는 꽤나 흥미로웠다. 색소침착에서부터 여드름 발생, 피부의 염증 수치, 튼살이 생길 가능성, 피부의 건조함과 기미, 주근깨, 그리고 피부 노화까지 내가 타고난 피부의 정보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주었다. 뿐만 아니었다. 태양 노출 후 태닝 반응이나 아침형·저녁형 인간, 카페인과 알코올, 니코틴의 대사와 같은 생활 패턴에서부터 영양소의 흡수율과 콜레스테롤 생성, 혈당, 비만 등과 같은 건강 관리, 그리고 근력운동과 지구력운동 적합성 등과 같은 운동에 관련된 재미있는 나의 기질적인 특성을 읽어낸 것. 단지 입안을 스틱 몇 번으로 문질렀을 뿐인데!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될 줄이야. 심지어 그 정보들은 실제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체질과 잘 맞아떨어져 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올해부터 유전자 검사 가능 항목이 늘어나면서, 이를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했어요. 피부 유전자 13종과 헬스케어 유전자 13종을 합한 총 26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피부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피부와 관련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죠.” 아이오페 랩의 김지혜 연구원은 이러한 유전자 검사를 토대로 보다 효율적인 피부 건강 관리 방법을 알려주었다.

가만히 나의 유전자 데이터를 읽고 있자니 ‘역시 피부는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부모에게 각각 받은 한 쌍을 이루는 유전자에 의해 나의 피부는 많은 부분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니! 평소 피부 관리를 위해 꾸준하게 사용하던 화장품과 뷰티 습관들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피부 관리를 위해 피부과에 갖다 바친 꽤 많은 돈도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억울한 마음은 아이오페 랩을 방문한 뒤 조금 누그러졌다. 김지혜 연구원은 유전적으로 에디터가 타고난 기질뿐만 아니라, 현재의 피부 상태를 측정한 데이터를 함께 비교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에디터의 경우 유전적으로 자외선에 굉장히 취약한 타입인데, 실제 현재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보니 색소 침착의 정도가 매우 좋은 상태라는 것. 이는 후천적인 뷰티 습관에 의해 유전적인 요인을 뛰어넘은 좋은 예라고 설명해주었다. “피부는 타고나는 것이 60% 정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모녀를 같이 비교해보면 주름의 유무나 생기는 부위, 형태까지 매우 비슷한 상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절대적이지는 않아요. 쌍둥이를 비교한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같은 유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는 곳과 직업에 의해서 매우 다른 피부 타입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에젤 피부과의 박지혜 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유전적으로 피부의 기질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스킨케어 습관을 바꾸거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피부의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피부 케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실 굳이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아도 내 피부가 어떤 타입인지 자기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죠.”

피부는 타고난 것이지만,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피부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찾아나간다면, 내 피부의 미래는 내가 개척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