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뜻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일정한 주제에 관하여, 그 각도나 처지가 다른 저자들이 저술한 서적을 한데 모은 것.’
이를테면 민음사의 총서 시리즈는 최근 다시 화제가 된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을 비롯해 김동리의 <무녀도•황토기>, 손창섭의 <잉여인간>, 이문구의 <우리 동네> 등으로 해방 이후 소설사를 조명해왔다. 이번 ‘오늘의 작가 총서’는 2000년대 이후 출간작 중 다시 읽어야 할 5권의 소설을 동시에 선보였다. 정미경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 강영숙의 <라이팅 클럽>,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 박솔뫼의 <그럼 무얼 부르지>가 그것으로 자신만만하게 이것이 새로운 고전이 될 것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특히 2017년 세상을 떠난 정미경 작가의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독자를 다시 만나야 할 작품’이라는 총서의 취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표제작인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2004년 초판을 선보인 작품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갖가지 인물들의 맨얼굴을 피할 길도 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 낱낱이 펼쳐놓는다. 강유정 평론가가 ‘정미경 세계의 압축이자 예언’이라고 했듯, 여섯 편의 소설은 시종일관 독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순식간에 데려간다. ‘재발매’된 이 작품들은 제각기 새로운 독자를 만나기 위해 조금씩 달라지거나 덧붙여졌다. 2010년 첫 출간된 강영숙의 <라이팅 클럽>에는 <일간 이슬아>의 작가인 이슬아의 해설이 실렸다. 또한 작가들은 총서 출간을 앞두고 자신의 소설을 다시 가다듬기도 했다. <여름을 지나가다>의 조해진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그사이에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또한 독자의 말이기도 할 것이며, 우리가 늘 새로운 소설만 고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구를 좋아해

항상 쓰는 펜, 무늬 없는 포스트잇만 사용하면서도 예쁜 문구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연필을 깎던 기억이 남아 있는 걸까? 여전히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책으로 그 사랑을 낱낱이 고백한다. <마이 데스크>처럼 책상을 꾸미고, <나의 문구 여행기>처럼 문구로 7개 도시를 여행하기도 한다. <문구상식>은 그야말로 ‘덕후’가 직접 쓰고 경험한 문구를 잘 쓰는 노하우가 가득 들어 있다. 문구의 심오하고도 거대한 세계여.

 

‘정세랑 월드’로부터

‘돌아왔다’고 쓰기도 뭣한 게, 정세랑은 쉬지 않고 쓴다. 자신의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각본 작업에 직접 참여했고, 올해 SF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냈으며, SM의 K팝 드라마 <일루미네이션>을 집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그 와중에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까지. 구상부터 연재, 완성까지 5년이 걸린 작품으로, 작가의 <피프티 피플>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이다. 자신의 제사를 금지한 심시선이라는 인물과 그의 가계를 따라가다 보면 역시 ‘정세랑 월드’라는 감탄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