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불가능해질수록 여행을 향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다시 짐을 꾸릴 때까지, 합리적인 가격대의 호텔을 기억해두길.

 

LA MAISON PLUME
라 메종 플륌

NORMANDY, FRANCE | 19만원대부터

센 강에 둘러싸여 있는 라 메종 플륌은 센 강의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주인인 잔 로제는 유년 시절을 이곳 빌르키에(Villequier)에서 보냈다고 한다. 파리 생활에 지쳐 있던 그녀는 매물로 나온 호텔을 보고 고향으로 돌아와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했다. 마침내 2018년 3개의 객실을 오픈할 수 있었고 작년에는 추가로 2개의 객실이 손님을 맞았다. 겨울 안개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파란색과 화사한 핑크색 객실은 어느 곳이든 좋은 분위기다. 호텔의 꼭대기층에는 은은한 파스텔 색감이 블록 형식으로 배열된 리 니드(Le Nid) 스튜디오가 있다. 이 공간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August Perret)의 업적에 대한 헌정이다. 조식으로는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페이스트리, 바게트, 잼, 치즈, 요구르트와 주스를 내는데, 간소하지만 맛이 좋다. 야자수 모양의 케이크 트레이에 쌓여 있는 싱싱한 과일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호텔에서는 조식만 제공하지만, 화려한 미슐랭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정감 가는 작은 동네 식당 리스트까지 추천받을 수 있으니 걱정이 없다. 지나가는 배, 비행하는 제비를 여유 있게 감상해보기를.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일 테니까.
예약 +33 6 84 25 32 95, lamaisonplume.com

 

CUCUMBI
쿠쿰비

ALENTEJO, PORTUGAL | 25만원대부터 

바란카오(Barrancao)의 작은 마을은 다음 버스가 가장 가까운 도시로 출발할 때까지도 며칠이 걸리는 곳이다. 평균 65세의 50여 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매일 저녁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이곳의 오너들은 농촌체험 숙소를 만들기 위해 변두리의 118헥타르 크기의 농장을 인수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이곳은 자연과 하나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4개의 침실은 리스본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 소피아 알부케르케(Sofia Albuquerque)의 인테리어로 심플하고, 절제되어 있다. 옷걸이를 겸하며 천장에 걸려 있는 나무 줄기, 전구통이나 촛대로 쓰이는 작은 나무 밑동, 마른 풀과 꽃이 섞인 벽, 빈티지한 새장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침식사로 나오는 달걀을 포함한 모든 유기농 생산물에서부터 물 기르기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이곳에서의 모든 활동은 ‘지속 가능’하다. 낚시를 하고 자전거를 타며 주변 풍경에 완전히 빠져들어보길. 더 나른한 날에는 야외 수영장을 즐기거나 워크숍을 제공하는 도자기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전통적이면서도 특별한 스타일을 갖춘 귀농 경험이 가능한 곳이다.
예약 +35 1 968 610 688, cucumbi.com

 

PARILIO HOTEL
파릴리오 호텔

PAROS, GREECE | 28만원대부터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가 점점 더 붐비게 되자, 비교적 한산한 그리스 섬도 관심을 받게 되었다. 파릴리오 호텔은 모래로 뒤덮인 콜림피트레스(Kolympithres) 해변에서 산책 한 번 할 거리에, 우아한 항구도시인 나우사(Naoussa)로부터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나우사에는 해변가를 따라 작은 음식점이 즐비해 있고 늦게까지 하는 술집도 뒷길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단순한 하얀 정육면체로 보이지만 곳곳의 디테일이 눈에 띈다. 실내에는 멋진 자기로 된 바닥과 자연의 색감이 두드러지고 수놓아 만든 벽걸이, 추상적인 패턴의 접시와 같이 흥미로운 장식물로 가득하다. 커플들은 호박튀김이 점심으로 나오는 수영장의 크림색 우산 아래서 눈을 붙이고 바텐더는 신선한 모히토를 섞어 내어준다. 점심에는 인기 있는 레스토랑 미스터E(Mr.E)의 테라스 자리를 차지해보자. 탐험가의 이름을 딴 이 식당은 말바시아 와인을 곁들인 쇠고기 필레나 병아리콩 스튜를 곁들인 레몬 잎에 구운 도미와 같이 그리스 전통 요리를 조금씩 변형한 메뉴를 선보인다. 모든 것이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 한가로움으로 가득하다.
예약 +30 21 0899 3791, pariliohotelparos.com

THE MELEGRAN
더 멜레그란

ROVINJ, CROATIA | 11만원대부터

크로아티아에는 두브로브니크 외에도 숨겨진 명소가 너무나 많다. 아드리아해 북서쪽의 이스트라 반도는 크로아티아의 토스카나라고 여겨질 만큼 신선한 해산물과 트러플 요리, 훌륭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여행지다. 해안가에 세운 성새인 시타델이 있는 로빈(Rovinj)은 프랑스 서부의 휴양도시 생말로(Saint-Malo)만큼이나 생동감 넘치는 도시다. 더 멜레그란의 오너는 호주 출신의 칼버트(Calvert) 부부인데, 아내인 리아의 할아버지는 남서단의 항구도시인 풀라(Pula)의 시장이었다. 리아는 크로아티아에 다양한 부티크 호텔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멋진 호텔을 만들기로 한다. 벽을 핑크와 파란색의 하트 디자인으로 채운 뒤, 디자이너스 길드 사의 벽지와 조화 식물로 다채롭게 장식했다. 본관 건물에는 작은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데 바(Bar)이기도 해서 투숙객들은 석류 칵테일 같은 이색적인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본관을 지나면 여러 개의 객실이 나오는데 천장이 다른 객실보다 조금 높은 투 베드룸 스위트는 테라스도 있다. 프런트 직원들은 투숙객들의 섬 탐험 일정, 포도원 투어, 레스토랑 예약 등을 책임진다. 로빈 지역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에게 굴 요리는 라 푼툴리나(La Puntulina)에서, 일몰 감상은 이스트리안 피즈(Istrian Fizz)에서 만끽하길 추천한다.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호텔은 여러 사람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친밀한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약 +38 5 52 305 099, melegran.com

 

HOTEL AMOUR NICE
호텔 아무르 니스

COTE D’AZUR, FRANCE | 11만원대부터

예술가 안드레 사라이바(Andre Saraiva)가 파리에서 남부 해안으로 호텔 아무르를 옮긴 이유는? 단순하게도 니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안드레 사라이바의 또 다른 두 별장(Hotel Amour, Hotel Grand Amour)이 어둡고 웅장하다면, 이곳은 청록색과 연분홍색 벽, 벨벳 커튼과 두껍게 엮어 만든 양탄자, 장밋빛 대리석 욕실과 같이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하다. 로비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는 것을 시작으로, 플리마켓에서 빈티지 물건과 1950년대의 발로리스산 도자기를 발견하고, 해질녘에는 옥상의 작은 수영장 옆에서 로제 와인 한 잔으로 하루를 마칠 것이다. 그러나 진짜 하이라이트는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동굴 같은 술집이다. 지역 재료로 만든 칵테일을 선보이는데, 특히 보드카, 딸기, 리치를 섞은 줄리엣을 꼭 맛보길. 레몬 수프, 소금에 절인 대구요리인 브랑다드, 플뢰르 드 셀 초콜릿 케이크 같은 지역색이 묻어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침이 밝으면 호텔 근처 앙글레 거리(Promenade des Anglais)에 위치한 해변 클럽으로 향한다. 코트다쥐르 신에 추가된 새로운 활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약 +33 4 65 27 10 10, hotelamournice.fr

HOTEL VOLTAIRE
호텔 볼테르

ARLES, FRANCE | 8만원대부터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루이 폴 데상주(Louis-Paul Desanges)는 2017년 아를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에 매료되어 2017년 이주를 결심했다. 프로방스 마을은 반 고흐와 고갱이 어울려 다녔던 곳으로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현대에는 거대한 예술단지 루마 아를(Luma Arles)로 더 유명해졌다. 데상주는 자신의 호텔을 식당이 있는 호텔이라기보다는 객실이 있는 식당으로 생각한단다. 그리스와 이집트 사이의 동지중해 연안을 뜻하는 레반트 메뉴는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셰프 타미르 나미아스(Tamir Nahmias)와 텔 아비브에서 일해온 오르 미켈리(Or Michaeli)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맛있는 그래놀라를 곁들인 리코타, 허브 종류 중 하나인 자타르, 양상추 샐러드, 토마토로 만든 살사 소스인 맷부카(Matboukha)와 나무 그릴에서 요리한 양, 요거트로 마리네이드한 뿔닭과 향신료 중 하나인 라스 알하누트를 곁들인 향긋한 밥과 렌틸콩 요리인 마자라(Majaara) 등을 즐길 수 있다. 침실은 심플하지만 매력적이다. 더블룸에서 기숙사 같은 패밀리룸까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은 원색으로 칠해져 있다. 프랑스의 가장 창의적인 핫스팟 중 한 곳을 저렴하게 즐겨보길.
예약 +33 4 90 96 49 18, hotel-voltaire.com

 

DEXAMENES SEASIDE HOTEL
덱사메네스 시사이드 호텔

PELOPONNESE , GREECE | 20만원대부터 

그리스 섬에서의 휴양은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만큼 매혹적이다. 작년 문을 연 덱사메네스 시사이드 호텔은 잿빛의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노출된 대담한 외관을 자랑한다. 니코스가 16살 때 그의 가족은 쿠루타(Kourouta) 해변의 방치된 와인 공장을 사들였다.
이 공간을 어른이 된 소년이 호텔로 바꾼 것이 덱사메네스 호텔이다. 아테나에 자리한 건축회사 K- 스튜디오는 이 낡은 공장의 투박한 멋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했다. 철제, 테라조, 유리, 목재 등의 재료를 십분 활용해 도시의 견고한 역사를 간직한 호텔로 개조했다. 예약할 수 있는 9개의 객실은 모두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 맨발로 해변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테라스에 앉아 그리스 고유의 맛을 담은 타베르나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그리스 색깔이 짙은 음식에 도전하기에 조금 망설여진다면 그리스식으로 만든 카르보나라나 살사 베르데 소스를 곁들인 싱싱한 생선 요리를 맛보며 와인을 한잔 즐길 수도 있다. 풍파의 세월을 견뎌온 투박한 멋을 가진 호텔에서는 스파, 명상, 요가, 힐링 사운드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촛불을 켠 로맨틱한 저녁 식사나 별을 보며 잠드는 조그마한 사치도 부릴 수 있으니 우리가 꿈만 꿔오던 휴식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예약 +30 697 252 1806, dexamenes.com

LA PLANQUE HOTEL
라 플랑크 호텔

PARIS, FRANCE | 19만원대부터 

파리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리 10구의 공쿠르(Goncourt) 지역. 바와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이 즐비한 벨빌 지역과 생 마르탱 운하 사이에 위치한 골목은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도로테 들라예(Dorothe Delaye)와 다프네 데죄(Daphne Des Jeux)는 아파트 건물이었던 곳에 그들만의 레트로 감성을 불어넣고, 지역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여러 점의 가구로 채웠다. 1층 로비로 들어서면 앤티크한 찬장과 라탄 의자, 벨벳 스툴이 포근한 느낌을 주고 책장에는 흑갈색의 빈티지한 사진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서적들, 실로 만든 장식품과 그 외 소품이 진열돼 있다. 밖으로 나가면 자그마한 정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귀한 공간이다. 반질반질한 계단을 올라가면 36개의 객실이 있다. 각각 짙은 초록색, 버건디, 회색 계열로 칠해진 벽면이 있고 빈티지한 대리석 책상과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다이얼 전화기, 아르 데코가 연상되는 곡선의 침대가 구비되어 있다. 객실의 크기는 아담하지만, 매력만으로 가득한 이곳은 ‘은신처’라는 뜻의 속어 ‘라 플랑크(La Planque)’에 걸맞은 장소다.
예약 +33 01 88 32 73 15, laplannqueho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