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원인을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으로 바로 연결 짓는 건 섣부른 행동이다. 다이어트를 계속 하고 있음에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면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다이어트가 쉬워진다.

 

당독소, 빠지지 않고 찌기만 하는 이유

‘덜 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명제는 다이어트를 할 때 공식처럼 접해왔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늘어나기만 하고 줄지 않는 체중계 숫자에 고통받을 이도 없을 터. 다이어트가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어졌을까? 의지 박약 타령을 하기엔 이제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줄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그 실마리는 <5일의 기적 당독소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의 저자는 수분 없이 단시간 고온의 열을 가해 튀기고 볶고 굽는 조리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식욕을 돋우는 노릇노릇한 색과 감미로운 향이 입혀진 음식은 해로운 당독소(Glycotoxin)를 생성하기 때문. 이런 음식을 계속 섭취해 몸에 당독소가 차곡차곡 쌓이면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로 변한다. 먼저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린다. 배고프지 않아도 뇌에 먹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키고 먹어도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과 폭식을 일삼게 되는 것. 배가 터질 듯 부르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숟가락을 가장 늦게 내려놓았던 이유, 식욕은 왕성해지고 식탐을 조절할 수 없게 된 게 모두 당독소 때문이었을까.

과식과 폭식을 하면 혈액 속에서 처리하지 못한 혈중 포도당이 넘쳐나게 된다. 과부하 상태에 걸리는 것이다. 이때 포도당을 세포로 빠르게 이동시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돕는 인슐린의 분비 역시 평소보다 과다해진다. 그런데 인슐린이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고 있음에도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계속 하거나 소화 기관에 무리가 갈 정도로 무언가를 계속해서 먹는다면? 인슐린이 자기 할 일을 잊고 무감각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전환되지 못한 당은 중성 지방이라는 형태로 뱃살과 내장 사이사이에 껴 살이 된다. 이런 경우라면 다이어트 의지가 충분해도 호르몬 때문에 살을 빼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방 연소 스위치를 켜라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당독소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 탓일까? 유안 비만항노화 클리닉의 안지현 원장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 검사 결과 당독소 수치는 평균, 인슐린 수치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내가 난감해하자 안지현 원장은 “살찌는 이유를 렙틴과 그렐린, 인슐린 호르몬에만 한정지어 생각할 순 없어요. 기자님은 스트레스 수치라고 불리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높은 편이에요. 야근과 과로는 물론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습관이 스트레스를 높아지죠. 초콜릿처럼 단 음식이 자꾸 생각나고 폭식하게 되지 않던가요?” 맞는 말이었다. 아침부터 달달한 바닐라 라테가 당기고 오후 4시 정도에는 도넛이 생각났다. 열심히 일한 대가는 늘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하려 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당이 높은 군것질을 자꾸 하고 과식과 폭식을 일삼았으니 신체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거예요. 소식과 단식으로 몸을 쉬게 해주면 정화 작용이 일어나 미토콘드리아도 새 엔진을 돌릴 수 있어요.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 되는 거죠.” 그녀가 제안한 방법은 당독소 다이어트의 기원이 되는 단식 모방 다이어트 FMD. 음식을 먹긴 하지만 초저열량으로 섭취해 몸이 단식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요지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신체가 정화되고 지방 연소 스위치가 켜지면서 살이 잘 빠진다. FMD 식단은 하루 800~1100칼로리를 넘기지 않는 것이 필수 조건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해야 한다. “그저 조금 먹으며 배고픔을 참는 식사법이 아닙니다. 초저열량 식이를 하더라도 양질의 단백질을 챙겨야 탈모나 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아요.” 안지현 원장의 설명이다.

FMD 다이어트, 그 후

안지현 원장이 구성해준 식단에 따라 단식 모방 식이를 시작했다. 1일 차와 2일 차에는 아침에 방울토마토 10~15개, 점심에 샐러드 또는 삶은 계란 1~2개, 저녁에 샐러드를 먹었다. 이틀 후에는 삶은 오징어 한 접시와 버섯구이, 국수 빼고 야채 듬뿍인 샤브샤브와 같은 메뉴들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따르기 힘들어 처음 이틀의 샐러드 중심의 식단을 유지했다. 이때도 훈제보다 수비드 닭가슴살, 계란프라이보다 삶은 계란을 먹는 등 당독소가 적은 음식을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이와 더불어 하루에 2번 정도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했다. 하루 800칼로리 이하로 먹으려면 식사량이 평소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는데 양질의 단백질까지 챙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 단백질 파우더에는 대두 단백질과 베타 현미, 프락토올리고당, 야채 혼합 농축 분말, 비타민B군, 칼슘, 철분, 아연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식단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FMD 다이어트 11일째에 접어드는 시점, 3kg 정도 체중을 감량했다. 운동을 따로 하진 않고 시간적인 여유가 될 때 조금 더 걸었다. 처음 이틀이 고비였다. 하루종일 입이 심심했고, 배고픔으로 괴로워하다 새벽 늦게서야 겨우 잠이 든 적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3일째부터는 이런 증상이 점차 줄어들고 편안해졌다. 배고프면 항상 짜증과 불안을 동시에 느꼈고 한 끼만 굶어도 스트레스였는데 이런 증상이 눈 녹듯 사라진 게 마냥 신기한 점. 간헐적 단식과 병행하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기에 12:12 방식으로 12시간 공식, 12시간 섭취 시간을 지켰다. 인바디 측정 결과 복부 지방률이 눈에 띄게 줄어 더욱 자극이 됐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FMD 식단을 유지해야 할까? 초저열량 식단이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평생 이런 식사를 계속할 순 없다. 몸이 굶는다고 느끼는 기간을 무한정 유지할 순 없기 때문. “FMD는 적정 체중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2주 정도 지속하면서 체중이 조금씩 빠지는 걸 확인했다면 몸에 지방 대사 스위치가 켜져 있다는 걸 의미해요. 2주 후에는 한 끼 정도 일반식으로 대체하고 운동을 병행하세요. 원하는 체중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안지현 원장이 조언했다. 유전적인 원인과 식이습관, 호르몬 불균형, 정신 질환 등 살찌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유행하는 식단과 운동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어떤 원인으로 살이 찌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 과제.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건강한 다이어트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