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폭락했고, 새로운 세대의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고 한다. 나만 이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정말 기회가 맞긴 할까?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뉴스는 한동안 ‘동학개미운동’으로 시끄러웠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상황이 되자 지금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실제로 주식 순매수 금액과 투자자 예탁금 증가분을 합쳐 올해만 50조원가량의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됐고, 올해 초 2935만 개였던 주식활동 계좌는 4월 말 기준 3125만 개로 6.5%가량 늘었다. 흥미로운 것은 증가한 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 소유라는 것. 청약으로 집을 마련하기에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젊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 폭락을 자산을 불리는 기회로 삼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한 친구A에게 직접 뛰어들어보니 어떤지 물었다. “원금 회수가 되지 않으니까 매 순간이 무서워. 하루 종일 차트를 보는 날도 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그런데 투자하는 방법은 한번 알아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잖아. 결국 사람은 근로소득으로는 큰돈을 만들 수 없어.” 아, 큰돈! 적금에 찔끔찔끔 쌓이는 돈이 언제쯤 목돈이 될지 깜깜하던 차 나의 욕망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이 기회에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B가 말리고 나선다. “안 하는 게 돈 버는 거야. 잃는 사람이 더 많은데 자기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 주식투자에 대해 으레 듣던 말이다. 이성이 돌아옴과 동시에 주식에 대해서는 일말의 지식도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할 때 하고 안 할 때 안 하더라도 주식,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나, 증권사를 선택하고 계좌를 개설한다. 해당 증권사 앱을 깔면 비대면으로도 개설할 수 있으며 이때 바이오 인증 또는 증권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둘, 개설 계좌로 자금을 입금한다. 셋, 매수종목을 정한 뒤 1주당 가격과 수량을 기입하고 매수 버튼을 누른다.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내는 원리도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물론 그게 쉽다면 우리 모두 워렌 버핏이 되었을 테지만 현실은 비싸게 사서 헐값에 팔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주식을 하느냐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할 때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한다. 전자가 아무런 매매 계획 없이 요행만 바라는 것이라면 후자는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고 분석해 앞으로의 동향을 예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한 걸까? 주식을 공부하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정말 그 값어치를 하는 것인지, 결국 운과 타이밍으로 귀결되는 도박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주식 전문가이자 <스스로 수익 내는 주식투자의 모든 것>의 저자 채종원은 주식이야말로 공부하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라고 말한다. “다만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하는 때인지, 아니면 참고 기다려야 하는 때인지는 시장 상황을 공부하고 그에 맞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 공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경제  공부 외에도 ‘기술적 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주가나 거래량 등 주식시장에 나타난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시세를 예측하는 것인데 흔히 차트를 이용해 투자심리, 매매시점, 주가 동향 등을 예측한다. 그뿐일까? 투자할 종목, 즉 기업에 대한 정보부터 재무제표까지… 아무리 배움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지만 나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나처럼 대체 언제쯤 매수버튼을 누를 수 있을지 마음만 급한 초보자에게 전문가는 적어도 2년을 연습기간으로 잡아야 한다고 전한다. “엄청난 공부와 함께 2년 이상의 실전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자금에 여유가 있더라도 첫 투자금은 1백~2백만원 정도가 적당합니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고서 신차 대신 중고차를 사서 연습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새 차를 사서 동네 한 바퀴 정도는 무리 없이 돌 수 있지만 주식 시장은 시속 300km의 레이싱 경기장입니다. 초보 운전자들을 배려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주식 전문가 채종원의 말이다. 덧붙여 실력이 쌓여 추후 투자액을 늘리더라도 자신의 총 자산 대비 5% 정도를 추천한다고. 큰 손실을 보더라도 삶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웬만큼 찾아보니 주식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것을 공부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동학개미운동’도 결국 주가가 폭락한 타이밍을 노린 결과였으니까. 아직 잘 모르긴 몰라도 ‘지금 이때’ 넣어놓고 보는 게 이득이 될 수도 있을까? 주식 전문가이자 애널리스트, <첫 주식투자 공부>의 저자 유지윤은 경제위기 때 주식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후 상승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단, 우량주 위주로 사야 합니다. 폭락 때는 정석투자가 답이에요.”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주식은 대표적 우량주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주주 수는 2년 새 5.65배로 증가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75%가량 늘어 나 빼고는 다 산 것만 같은 ‘국민주’가 되었다. “처음엔 삼성전자를 매달 1~10주씩 사보길 권합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3% 정도의 배당을 하기 때문에 은행 이자보다 많이 벌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종목이에요. 아직 주가가 회복하지 못한 지금이 시작하기 좋은 때입니다.” 유지윤 전문가의 말이다.

그래서 주식을 샀느냐고? 사지 않았다. 허무한 결과이지만 알수록 시기상조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주식을 통해 얻는 수익은 불로 소득으로 분류된다. 직접 일을 하지 않고 얻는 돈이기 때문인데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것 또한 노동이 아닐까. 주식시장 입구를 기웃거리는 동안 이전에는 관심 두지 않았던 경제 뉴스를 챙겨보고 다양한 재테크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여전히 용어조차 낯선 세계지만 적어도 나의 계획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내게 맞는 재테크 방법을 찾겠다고. 세상에 불로소득은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