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근육이 제 임무를 잊고 깊은 잠에 빠지는 둔부기억상실증을 들어본 적 있는지? 허리, 어깨의 만성 통증과 다이어트의 실패는 모두 엉덩이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몸의 중심은 허리’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거다. 그러나 엉덩이가 신체 건강에 있어 허리만큼, 아니 허리보다 더 중요한 부위라는 이야기에는 난색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엉덩이를 그저 쿠션 정도로 취급했던 사람들에겐 말이다. 그러나 엉덩이 근육은 상반신과 하반신 근육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우리 몸의 중심축에 해당한다. 골반을 지탱하고 허리를 보호하며 다리를 움직이는 고관절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둔부 근육이 약해지면 몸 전체가 망가질 위험도 큰 것이다. 린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허리와 어깨의 고질적인 통증,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증상, 이상한 걸음걸이 등의 증상은 엉덩이 근육의 퇴화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기억상실증을 겪는 엉덩이

사실 둔부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그리 좋은 건 아니다. 볼기짝에 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억 상실이라니? 별나고 이상하다. 그런데 인체는 알수록 신비하고 과학적이지 않던가. “몸의 코어라고 부를 만한 엉덩이 근육은 평상시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는 근육이 아닌 한 번에 큰 힘을 내는 위상성 근육에 속합니다.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수축하고 때로는 폭발적인 힘도 내지만 이런 상황이 오도록 몸을 만들지 않으면 이완 상태가 되죠. 앉아 있는 시간은 긴데 잘 걷지도 않는다면 엉덩이 근육이 오랫동안 눌려 자신의 본분을 잊게 됩니다. 일어나서 걷고 일상생활을 하려면 이 근육이 수축해야 하는데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허리나 무릎, 발목 등 다른 근육을 쓰게 되고 엉덩이는 점차 일 없이 노는 백수가 되죠.” 김세현 원장의 설명. 기억을 상실한 둔부가 몰고 올 파란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위쪽으로는 척추기립근이 늘어나고 아래쪽으로는 하체의 근육이 눌리고 부종이 생긴다. 허리 아래쪽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다 보니 골반이 벌어지고 틀어지는 건 시간 문제.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허리 근육 역시 함께 처지면서 허리와 목, 어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척추 질환으로 이어진다. 고관절과 서혜부의 통증도 야기할 수 있다.

비만의 숨은 주범, 둔부기억상실증

슬픈 사실은 불균형한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몸 전체에 불필요한 군살도 늘어난다는 거다. “뭉치고 약해진 엉덩이 근육은 하체 비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볼기 근육이 약해짐에 따라 이를 싸고 있는 근막도 함께 느슨해져 옆구리부터 승마살까지 엉덩이의 일부처럼 비대해지죠. 몸에 딱 맞는 바지를 입었을 때 고관절 부위가 튀어나와 있다거나 승마살이 도드라진다면 둔부기억상실증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린 엑서프리 인영아 소장의 설명. 오래 앉아 있으면 궁둥이가 커진단 이야기는 스쳐 들을 말이 아닌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말이었던 것.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엉덩이 근육으로 단단히 서 있는 직립의 힘을 잃으면 허리와 배, 골반을 앞으로 밀어 쓰게 됩니다. 허벅지의 햄스트링을 밀어 다리를 움직이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허벅지에 불필요한 힘이 자주 가서 퉁퉁 붓고 딱딱해져요. 종아리가 커지고 발목도 두꺼워지면서 하체 비만의 길로 들어서게 되죠. 무릎이 뒤로 밀리는 반장슬이 되기도 하고요.”

엉덩이 리셋법

둔부 근육을 단련하면 엉덩이가 자신의 역할을 되찾고 살도 자연스럽게 빠질까? 대답은 YES! 엉덩이 근육 중 대둔근은 우리 몸에서도 큰 근육에 속한다. 이 부위를 강화하면 몸의 다른 부위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초석이 되는 것. 그러면 적은 운동량으로도 근육량이 크게 늘어나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칼로리 소모가 잘되는 몸으로 바뀐다. 복부와 허벅지, 팔 등의 부분 비만에서 벗어나고 체중 감량 효과도 얻고 싶다면 다른 운동보다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동작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힙업 운동을 아무리 해도 엉덩이에 자극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힐 스퀴즈, 허벅지 바깥쪽의 승마살을 정리하면서 둔부 탄력을 높이려면 다리를 모은 채 딥 스쿼트를 해볼 것. 고관절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엉덩이 군살을 제거하려면 힙 어브덕션을 추천한다. 더엘클리닉 & 메디컬스파의 서수진 원장은 운동만큼 마사지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뭉친 근육을 풀어줘야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폼롤러나 마사지 볼, 이게 없다면 테니스 공도 좋아요. 이런 도구를 엉덩이로 깔고 앉아 둥글리며 마사지합니다. 바르게 누워 양 무릎을 세우고 한쪽 발목을 반대쪽 무릎 위에 올려 가슴 쪽으로 당기는 스트레칭도 엉덩이 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죠.”

CHECK LIST

나도 둔부기억상실증일까?

한 다리로 균형 잡기 양 골반을 두 손으로 잡고 바로 서서 한 다리씩 앞으로 들었을 때 든 다리 쪽 골반이 올라가면 그 쪽의 중둔근이 약해졌다는 신호. 또한 중심을 못 잡고 기울어지거나 쓰러진다면 엉덩이 근육을 균형 있게 쓸 수 없는 상태다.

딥 스쿼트 바로 서서 팔을 머리 위로 들고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린다. 스쿼트 자세를 취해 엉덩이가 내려갈 수 있는 범위만큼 내려가본다.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둔부의 좌우가 다르게 내려가거나 엉덩이가 무릎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것. 또한 몸이 앞으로 숙여지거나 뒤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리는 것 모두 둔부 근육이 약해졌음을 뜻한다.

엎드려 뒤로 다리 들기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에 손을 대고 한 쪽씩 다리를 들었을 때 엉덩이보다 허벅지에 더 많은 힘이 간다면? 평소 엉덩이보다 햄스트링 근육에 힘을 많이 주고 생활해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죽은 엉덩이 심폐소생템

안다르의 릴렉스 마사지 듀얼볼 애플그린, 프레시민트
땅콩처럼 2개의 볼이 붙어 있는 마사지 도구. 말랑이는 촉감으로 뭉친 부위를 가볍게 풀기 좋다. 각각 300g 9천9백원.

 

러브바드의 범범마스크
국제 특허를 받은 탄력 성분과 콜라겐을 함유해 피부 탄력을 높이고 보습을 돕는 엉덩이 전용 마스크. 2매입 9천5백원.

 

룰루레몬의 더블 롤러
바깥쪽 롤러는 부드럽고 안쪽 롤러는 단단해 마사지할 부위에 따라 원하는 세기를 적용할 수 있다. 근육통이 시원하게 풀린다. 7만8천원.

 

알키미아 by 라페르바의 바디 스컬프터 바디 오일
지방을 용해하고 피부 탄력 증진에 효과적인 성분이 들어 있어 군살 없이 탄탄한 엉덩이를 완성한다. 150ml 13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