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사진에 더 시선을 멈추게 되는 책이 있다. 그러라고 만든 책이다.

 

<REALITY, NO REALITY> | 리아 킴

어느새 문화 아이콘이 된 댄서이자 안무가 리아 킴의 포토북의 주제는 제목처럼 ‘리얼리티’와 ‘노 리얼리티’다. 리아 킴이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리아 킴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은 사진집으로 흥미로운 사진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조기석이 사진을 맡았다. 두 아티스트가 만나 펼치는 비주얼이 모던하게 담겨 있다. 미메시스

 

<하찮은 취향> | 김기열

<지큐 코리아>는 매거진 중에서도 매번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지큐 코리아>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는 아트 디렉터 김기열의 책. 웨이트로즈 마켓의 비닐봉투부터 레스토랑에 비치되기 마련인 소금과 후추, 출장길에 얻은 브로슈어까지 물건의 표피를 새삼 들여다본다. 예쁜 물건을 욕망하고 좋은 디자인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미메시스

 

<여기서> | 리처드 맥과이어

쓸쓸하고도 고독한 그림들이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다. 원제가 <Here>인 이 책은 2016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작은 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2014년 같기도, 1957년 같기도 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품의 시점은 번번이 이동되고, 풍경은 달라지는데 ‘거기’는 항상 거기에 있다. 사람들이 머물고, 시간이 달라져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미메시스

 

<첨벙!> | 베로니카 카라텔로

타일의 반짝거림과 투명한 물이 가득한 수영장의 신선한 이미지 속에 한 소녀가 있다. 다이버를 꿈꾸는 소녀의 이름은 엠마. 엠마는 우연히 길바닥에 떨어진 동전 ‘페니’를 줍게 되고, 페니 역시 다이버의 꿈을 꾼다. 이들의 꿈은 이루어질까? 하늘빛의 청량함이 어쩐지 위로가 되는 듯한 그림책으로, 사진가 하시시 박이 번역을 맡았다. 창비

 

<반 고흐>, <반 고흐와 나> | 바바라 스톡

이토록 귀여운 고흐라니. 일러스트레이터 바바라 스톡은 반 고흐에 대한 그래픽 노블을 의뢰받고 반 고흐가 살았던 프랑스 마을을 찾는다. 꼼꼼한 취재로 반 고흐의 일생을 옮긴 그래픽 노블이 <반 고흐>였다면 <반 고흐와 나>는 반 고흐의 흔적을 좇으며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의 꿈과 고민을 투영한 좀 더 사적인 기록이다. 미메시스

 

<버스데이 걸>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버스데이 걸>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한 소녀의 평범하면서도 은밀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짧은 길이 속에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 소설은 일본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이 작품에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카트 멘시크의 그림이 더해졌고, 결과적으로 하루키 월드의 흥미로운 초대장 중 하나가 되었다. 비채

 

<고양이는 언제나 고양이였다> | 얄바츄 우랄

이스탄불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기억한다. 골목골목에 누워서 볕을 쬐는 고양이 옆에는 언제나 빛바랜 유리그릇이 놓여 있었고, 그릇 속의 물과 사료는 비어 있는 법이 없었다. 이 책은 터키의 고양이 사랑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두 작가가 합심해 고양이에 대한 찬사를 완성했다. 글을 쓴 얄바츄 우랄은 터키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 작가이며, 그림을 그린 페리둔 오랄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그들이 사랑한 고양이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있다. 책공장더불어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현대 미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파수꾼>이 출간된 후 7개월 만인 2016년 타계한 하퍼 리의 4주기를 기념한 그래픽 노블이다. 예전 <앵무새 죽이기>를 읽은 사람이라도 책장을 펴는 순간 다시 1933년의 앨라배마 메이콤으로 돌아가게 하는 놀라운 책. 세상이 어두워진 지금 다시 한번 정의와 용기, 신념이 무엇인지를 전한다. 미메시스

 

<내 남자는 곰> | 뱅상 부르고

남자친구란 가끔씩은 동물처럼 느껴지는 존재다. 작가 뱅상 부르고는 그 은유를 아예 그림으로 옮겼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곰과 사랑에 빠지고, 그 연애는 달콤하기만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곰이 사라져버리는데! ‘잠수이별’이라도 당한 것일까? 곰은 누구이고, 곰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 ‘사랑’의 보편적인 감정을 영화처럼 표현했다. 진선북스

 

<나를 안아줘> | 자크 프레베르

시인이자 극작가 자크 프레베르가 사랑에 대해 쓴 시 20편을 고르고, 그 위에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더한 시화집이다. 그림은 시가 전하는 정서를 방해하지 않고, 마치 시처럼 뉘앙스를 남긴다. 그전, 그후가 궁금해지는 그림으로 말이다. 미디어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