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컬러에 제한은 없다. 아티스트가 캔버스에 영감을 펼치듯 마음껏 컬러를 표현해볼 기회다. 정글에서 영감을 얻은 과감한 트로피컬 컬러에서부터 섬세하게 연출할 수 있는 파스텔 컬러까지. 이번 시즌 눈가를 화려하게 물들일 컬러들.

 

PAINT COLOR

올봄 아이 메이크업은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다. 피부는 베어하고 투명하게 연출하면서도 눈두덩이에는 생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컬러가 대비를 이루듯 입혀진 것. 그린에서부터 옐로, 오렌지, 핑크 등 정글을 연상시키는 컬러들이 경쾌하게 펼쳐졌다. 이와 더불어 네온 컬러 역시 주력 트렌드다. MSGM이나 헬무트 랭 쇼의 모델들은 그래픽적인 네온 아이라인 하나만으로도 존재감을 뽐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다양해진 컬러 변주 덕에 다양한 맛의 사탕이 담긴 캔디 박스를 눈앞에 둔 아이처럼 어떤 컬러를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안토니오 마라스 쇼에서 힌트를 얻어 두세 가지 컬러를 아이라인과 언더라인, 눈두덩이에 각각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시즌에는 컬러의 선택이 다양해진 만큼, 연출하는 기법 역시 제각각이다. 손가락으로 툭툭 찍은 듯한 거친 터치가 돋보이는 아이 메이크업에서부터 기지개를 펴듯 가늘고 길게 쭉 뻗은 그래픽적인 디자인의 아이라인까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듯 모델의 얼굴에 마음껏 기량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시즌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된 메이크업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쇼를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파라 호미디가 연출한 룩이다. 밝은 느낌의 하늘색과 레몬 컬러에서부터 화이트, 그리고 브라운과 피치 컬러까지 다양한 색감을 한번에 사용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블렌딩하기보다는 크림 타입의 아이섀도를 사용해 과감한 붓터치가 그대로 살아 있는 연출법을 선택했다. 크리스찬 뵈이낭스 쇼에서 역시 메이크업 아티스트 잉게 그로나드는 눈꼬리 쪽으로 두 가지 컬러를 십자 모양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연출해 미니멀한 페인트 기법의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PASTEL COLOR

보다 여성스럽고 섬세한 아이 컬러를 고르고 싶다면, 단연 라일락이 제격이다. 이번 시즌 발맹과 푸시버튼, 패션 이스트 바이 유한 왕 등의 쇼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메인 컬러이니 말이다. 라일락 컬러는 눈매를 단번에 화사하게 연출해주지만, 투명하고 맑게 발색돼야 제 맛이므로 아이 프라이머를 이용해 눈매를 깨끗하게 정돈한 다음 바르는 것이 좋다. 눈두덩이가 부어 보일까 염려된다면, 발맹 쇼를 참고해 핑크와 라이트 블루 등의 유니콘 컬러를 블렌딩해 연출하면 눈매에 입체감이 생기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다면, 아이라이너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듯 연출한 안나수이 쇼의 메이크업도 흥미로운 요소가 되어줄 것이다.

파스텔 컬러를 보다 과감하게,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만한 룩도 이번 시즌에는 꽤나 눈에 띈다. 눈두덩이에만 컬러를 입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뺨까지 블렌딩하는 기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스 마잔이나 제이슨 우의 백스테이지 사진을 참고해보면 단번에 이해될 것이다. 아이홀과 광대, 그리고 뺨까지 컬러가 이어지듯 펼쳐져 얼굴에 보다 생기가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컬러가 수채화처럼 비쳐 보일 수 있도록 피부는 투명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 다른 부위는 최대한 미니멀하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눈썹은 또렷하게 그리기보다는 브로우 마스카라로 빗어 자연스럽게 결만 살리도록. 입술 역시 립밤 정도를 활용해 촉촉함만 표현하는 편이 어울린다.

“이것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기보다는 화가의 손길에 가까운 메이크업 방식입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파티마 토마스는 이번 시즌 컬러를 사용할 때 그저 마음에 따르면 된다고 얘기한다. 완벽할 필요도,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컬러를 의미 없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컬러를 고르면 그것이 바로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메이크업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