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과 유기농을 지나 이제 비건의 시대.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뷰티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비건 뷰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만났다.

 

드레스는 티백(Tibaeg). 로퍼는 카렌화이트 포 하고(Karenwhite for Hago). 브레이슬릿은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남궁현 | 베이지크 대표

Q 브랜드 탄생 스토리가 궁금해요.
시세이도 싱가포르 지사의 아시아 퍼시픽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며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진 적이 있어요. 수많은 신제품을 얼굴에 직접 발라보다 벌어진 일이죠. 선크림만 발라도 피부가 화끈거리는 상태였는데 친구가 비건 화장품을 써보라고 건네줬어요. 제형이 뻑뻑하고 향도 좋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약이라는 생각으로 참고 발랐죠. 며칠 만에 피부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비건 화장품에 눈뜨게 됐는데 성분 자체는 훌륭해도 제형이나 향, 패키지 면에서 매력적인 브랜드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없으면 내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준비해 2018년 12월에 선보였어요.

Q 대표 제품이 왜 오일인가요?
베이지크의 전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다고 알려진 비건 인증 기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검증을 받았어요. 인증 기관을 거치면 쓸 수 없는 성분이 많아지니 브랜드 입장에선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죠. 오일은 좋은 원료를 가져다가 압착하거나 증류만 잘 하면 되니 유화제가 필요 없어요. 베이지크의 신념을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고 피부에 유익하기까지 하니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죠.

Q 어떤 비건 성분을 사용하나요?
최상급 페루산 원두에서 추출한 그린 커피빈 오일이 베이지크의 핵심 성분이에요. 프리미엄 원두를 꼼꼼하게 비교해 유효 성분의 함량이 가장 높고 오가닉이면서 공정무역 인증을 모두 받은 페루산 원두를 선택했죠. 피부 활력과 재생 효과가 우수하답니다. 수분 증발을 막아주고 피부를 보호하는 스쿠알렌 역시 식물성을 택했어요. 상어 간유에서 추출한 게 유명하지만 올리브에서 추출한 스쿠알렌으로 대체할 수 있거든요. 동물성 스쿠알렌보다 입자가 작고 안정적인 구조를 띠고 있어 피부 개선에 효과적이죠.

Q 일상에서 비건을 실천하고 있나요?
비건의 삶이 지금의 안정된 생활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라면 고행이나 다름없겠죠. 예전에 채식에 도전했다가 한 달을 못 넘기고 포기한 적이 있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뷰티만큼은 비건을 지향하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바르는 화장품을 비건으로 대체하는 게 지금으로선 제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되니까요.

1 베이지크의 리제너레이팅 오일
그린 커피빈 오일과 아르간 오일이 피부를 촉촉하고 밝게 가꿔준다. 오일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흡수되고 산뜻함만 남는 것도 인상적이다. 35ml 4만8천원.

2 리플레니싱 바디 오일
그린 커피빈 오일 및 12가지 식물성 오일을 섬세하게 배합한 100% 비건 포뮬러의 보디 오일. 끈적임 없이 가벼운 촉감을 자랑하며 고보습, 탄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00ml 5만6천원.

 

 

드레스는 프리톤(Pretone). 액세서리는 개인 소장품.

김인숙 | LF 코스메틱 기획 디렉터

Q 브랜드 소개를 부탁해요.
아떼는 ‘진정성’을 의미하는 ‘Authentic’이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날로 극심해지는 이상 기후, 환경 문제로 진정성과 지속성이 대두되는 이 시대에 매일 바르는 화장품만이라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완성했죠. 더불어 윤리 의식까지 깃든 제품이었으면 했고요. 특히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고한 동물이 희생되는 건 잔혹하고 이기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떼는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며 비건 인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허가받은 설비를 통해서만 생산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10월부터 프랑스 이브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인증을 받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타 비건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비건 제품은 기능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스위스 글로벌 화장품 연구소 미벨(Mibelle) 사와 제품을 개발하고 원료를 공급받고 있어요. 더블 리프트 안티에이징 라인에 들어 있는 알피뉴스™는 미벨과 R&D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특허 성분으로 알프스에서 자생하는 생명력 강한 꽃을 원료로 하죠. 주름과 탄력 개선에 강력한 효과를 느낄 수 있어요. 또 다른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자체 검수가 까다로운 편이에요. 제조사에선 반가워하지 않지만 발주량을 가능한 한 적게 의뢰합니다. 매장에 진열하기 전, 외주 업체에 한번 더 맡겨 비건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 재차 확인하고 있어요. 국내에 얼마 안 되는 비건 브랜드 중 아떼를 찾아준 소비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에요.

Q 동물을 비롯해 자연과 공존을 생각하는 만큼 마케팅도 쉽진 않겠네요.
사은품 하나에도 아떼의 정체성을 녹이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 사례로 옷을 만들고 남은 스팽글을 모아 패브릭 파우치의 겉을 화려하게 장식했어요. 그냥 버려지면 환경에 좋을 리 없으니까요.

Q 본인이 추구하는 비건 라이프는 어떤가요?
비건의 의미를 꼭 채식주의로 좁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옷과 화장품 등 우리의 모든 일상에서 비건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지난해부터 가지고 있는 모피 코트와 레더 재킷을 처분하고 더 이상 입지 않아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아떼의 비건 릴리프 선 에센스 SPF50+/PA++++
수분 에센스를 바른 듯 가볍고 촉촉한 자외선 차단제. 프랑스 이브,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70ml 4만2천원.

2 어센틱 립 밤
입술 온도에 따라 컬러 피그먼트가 반응해 자연스러운 혈색을 더해주는 립 밤. 프랑스 이브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3.4g 3만3천원.

 

 

슈트는 휴고보스(Hugo Boss). 이어링은 밀튼아티카(Milton Attica). 브레이슬릿은 아가타(Agatha Paris). 앵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지수 | 언리시아 브랜드 사업부 본부장

Q 어떤 브랜드인가요?
언리시아는 2019년 1월에 론칭한 비건 글리터 메이크업 브랜드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빅 사이즈 글리터 입자를 담아 모든 제품에서 보석을 으깨놓은 듯 영롱한 반짝임을 느낄 수 있어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제품을 구매할 때도 윤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Z세대를 겨냥해 글리터 섀도와 젤 크림, 립 밤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메이크업은 타 제품군보다 대체할 수 있는 비건 성분이 제한적이라고 들었어요.
메이크업 제품의 점도를 높이고 제형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용도로 쓰이는 비즈왁스 성분은 꿀벌의 집에서 추출한 밀랍으로 동물 유래 성분에 속하죠. 채취 시, 벌의 날개가 잘리기도 하고 수확을 위해 화학약품을 살포하는 경우도 있어요. 언리시아의 ‘겟 루스 글리터 젤’은 비즈 왁스 대신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라는 성분으로 대체해 점도를 높인 제품입니다. 또 다른 대표 제품 중 하나인 ‘겟 주얼 팔레트’에는 연지벌레를 말려 분쇄한 붉은색의 염료인 카민 대신 대체 색소를 사용했어요. 카민은 레드 계열의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성분 중 하나인데요. 원하는 수준의 컬러가 나올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고개를 내젓는 제조사도 많았지만 결국 뿌듯한 결과를 얻었어요.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페타(PETA)를 통해 인증받았죠. 올해 안에 생분해가 가능한 식물성 원료의 글리터 라인을 선보이는 것이 언리시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예요.

Q 최근 와디즈 펀딩에도 참여하셨죠?
3월에 출시한 ‘글리터리 웨이브 립 밤’을 와디즈에서 선보였는데 2백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어요. 수익금은 전액 동물 자유 연대에 기부했습니다. 앞으로 동물 보호 단체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비건 캠페인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Q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는 마이크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비건 뷰티 브랜드를 맡으며 동물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됐어요. 구스 다운 이불을 사용하지도 않고요. 바다에 사는 해양 동물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병들고 죽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후로는 텀블러와 재사용 빨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2 언리시아의 겟 주얼 팔레트 #제미빔, #스태리 닷
매트 섀도 2종과 글리터 섀도 2종으로 구성한 아이 팔레트. 로지 브라운 컬러와 하트 글리터가 매력적인 제미빔, 피치 브라운 컬러와 별 모양 글리터가 어우러진 스태리 닷으로 만날 수 있다. 각각 6.2g 2만3천원.

3 겟 루스 글리터 젤 #러브 드리머
큰 입자가 돋보이는 피치 핑크 컬러의 글리터 젤. 땀과 물에 강해 얼굴, 쇄골, 머리 어느 곳에 발라도 반짝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