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함량은 물론 흡수력, 텍스처까지 잡았다. 안정성 문제를 뒤로하고 화려하게 귀환한 비타민C 화장품에 대하여.

 

방심은 짧고 흔적은 길다

얼마 전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파티를 끝내고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려다 급히 손을 멈췄다. 원본을 그대로 올릴 용기는 없어 보정 앱을 거치는 게 일상이긴 했지만, 아무리 화이트닝 기능을 더해도 흙빛 안색이 가시질 않는 것. 이제 막 겨울이 지나 봄에 접어드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미, 주근깨가 더 늘어난 느낌이랄까? 그간 잡티는 자외선이 강한 여름 즈음 생겼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허물 벗듯 뽀얗게 리셋되곤 했는데 말이다. 30대가 된 것도 서러운 마당에 피부마저 재생 기능을 잃은 건 아닌지 낙담하며 필사적으로 화이트닝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미나 잡티 같은 색소 질환은 추운 겨울에 자리 잡아 봄이 오면서 고개를 내미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찬 공기, 따뜻한 히터 바람 등 외부 자극이 피부 장벽을 약하게 만들어 멜라닌 색소가 과다 생성되기 때문. 건조한 겨울일수록 피부가 예민해져 자외선 방어력도 감소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덜 쓰다 보니 넋 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 겨울 자외선을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셈. 비슷한 이유로 최근 뷰티 브랜드에서도 미백 기능에 초점을 둔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모두 겨우내 자리 잡은 기미와 주근깨를 거둬낸다는 비타민C가 주성분이다.

순수 VS 유도체

화장품에 사용되는 비타민C 성분은 크게 ‘순수 비타민C’와 ‘비타민C 유도체’로 나뉜다.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성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순수 비타민C’는 ‘엘-아스코르빅애시드’로 표기하며 말 그대로 순수한 비타민C 성분 그대로이기에 피부 미백, 항산화 효과가 강력하다. 다만 성분 자체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열, 산소, 자외선에 취약해 공기 중에 노출 시 쉽게 산화 및 갈변된다. 또 pH 농도가 3.5 이하의 낮은 산성 상태일 때 온전히 흡수되기 때문에 민감성 피부에겐 자극이 될 수 있다. ‘비타민C 유도체’는 ‘소듐아스코르빌포스페이트’ ‘마그네슘아스코르빌포스테이트’, ‘아스코르빌팔미테이트’ 등으로 쓰여 있으며 순수 비타민C에 비해 안정적인 형태를 띠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도체 성분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기가 힘들어 흡수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렇듯 ‘순수 비타민C’와 ‘비타민C 유도체’는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므로 비타민C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 꼭 전성분을 확인해 비타민C가 원하는 형태로 함유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비타민C의 안정적 진화

앞서 말했듯 화장품에 들어가는 비타민C는 보관이 까다롭고 사용도 힘들어 제 효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때문에 한동안 비타민C 화장품의 출시 소식이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브랜드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비타민C를 안정화시키거나 미세하게 쪼개 흡수력을 높이는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제품은 라네즈의 ‘래디언-C 크림’이다. 대다수의 비타민C 화장품은 묽은 제형에서 안정화시키기 쉬워 에센스, 앰플 등으로 출시되는데, 이 제품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고 비타민C 유도체 8.5%를 유화된 상태의 크림 텍스처로 만들어냈다. 비법은 독자적인 미백 기능성 성분인 ‘멜라솔브™’. 멜라닌 세포의 합성을 감소시키고, 멜라닌 세포가 각질 세포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해 외부 요인에도 미백의 원리가 원활하게 진행된다. 또 비타민C가 피부에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는 비타민E 성분인 ‘토코페롤’을 함께 넣어 효과를 배가시켰다.

비타민C 입자를 잘게 쪼개 피부 침투력을 높인 제품도 있다. 토니모리의 ‘바이탈 비타12 시너지 세럼’이 그 주인공. 나노좀 기술을 통해 순수 비타민C 12%를 미세한 구조로 잘게 나눠 피부 속까지 전달되도록 했다. 비타민C 성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캡슐화하거나 파우더화하기도 한다. 비욘드의 ‘로터스 아쿠아 블룸 캡슐 에센스’는 비타민C 유도체를 핑크 캡슐에 담아 수분 보유력이 높은 연꽃 추출물의 에센스에 넣었다. 아티스트리의 ‘인텐시브 스킨케어 어드밴스드 비타민C+히알루론산 트리트먼트’는 신선한 비타민C의 효능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순수 비타민C를 파우더 형태로 캡 안에 따로 보존해 개봉 직전 세럼과 섞어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VITAMIN-C Q&A

까다로운 비타민C 화장품!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와인피부과성형외과 김홍석 원장에게 물었다.

Q ‘순수 비타민C’는 함량이 높을수록 피부에 효과적일까?
비타민C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효과가 뛰어난 건 아니다. 순수 비타민C 함유량이 20%가 넘어가면 흡수력이 떨어지고 피부에 자극적일 수 있다.

Q 비타민C 화장품을 낮에 발라도 될까?
낮에도 꾸준히 바르는 걸 추천한다. 항산화제의 일종인 비타민C는 미세먼지, 자외선 등 피부에 자극이 되는 외부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Q 비타민C 화장품과 자외선차단제를 함께 사용해도 괜찮을까?
완벽한 자외선 차단을 위해 함께 사용할 것.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됐을 때 산화 반응에 의해 손상된다. 이러한 산화 손상을 억제해주는 물질이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제다. 비타민C 화장품을 바른 뒤 자외선차단제를 덧바르면 자외선차단제가 미처 막지 못한 자외선을 항산화제가 다시 한번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Q 노랗게 변한 비타민C 화장품, 계속 써도 될까?
비타민C는 빛과 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갈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예 변질되지 않는다면 비타민C 함량이 너무 적은 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색이 변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두세 달 이후의 갈변 현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Q 비타민C 화장품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온도 변화가 없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비타민C는 대부분 빛이 통하지 않는 불투명한 용기에 담겨 있지만, 열과 공기에도 파괴되므로 보관 장소까지 신경 쓰는 게 좋다. 사용 후 완벽히 밀봉하는 것도 잊지 말자.

 

PICK! | 순수 비타민C

아이오페의 더 비타민 C23 앰플 15ml 5만원대.

 

아티스트리의 인텐시브 어드밴스드 비타민C+히알루론산 트리트먼트 12ml 6만8천원.

 

토니모리의 바이탈 비타12 시너지 세럼 50ml 2만2천원.

 

이스딘의 플라보 C 울트라글리칸 2ml×10개 5만7천원.

 

PICK! | 비타민C 유도체

구달의 청귤 비타C 잡티 세럼 플러스 70ml 4만5천원.

 

비욘드의 로터스 아쿠아 블룸 캡슐 에센스 55ml 2만5천원.

 

라네즈의 래디언-C 크림 30ml 2만9천원.

 

이솝의 B 트리플 C 페이셜 밸런싱 젤 60ml 14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