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물 부족 국가의 10가구 중 8가구는 여성이 매일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을 걷고 또 걷는다. 고된 길 위에서 그들은 어떤 마음을 먹을까. 저 멀리 서울의 여성 사진가 7인이 기록한 물의 풍경과 기억들.

 

 2019년 4월 1일, 필리핀 세부, 여름, 오전 10시 5분
연인과 함께 잘 보이지 않는 막연한 미래를 말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아늑했다. – 김신애

 

2016년 8월 15일, 캐나다 모레인 호수, 여름, 낮 1시 27분
기억이 내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의 것 같다. 난 오래 살아남을 거다. – 이옥토 

 

2020년 2월 어느 날, 하와이 와이키키, 여름 같은 겨울, 대낮
그 순간 눈앞에 쏟아진 바다와 햇살의 풍경은 황홀 그 자체였다. – 윤송이 

 

2014년 4월 15일, 태국 끄라비섬, 언제나 여름, 쨍쨍한 낮 2시
빨간 손톱을 한 손가락이 바닷물에 찰랑이는 순간. – 차혜경

 

2017년 10월 3일, 충청남도 만리포, 가을, 낮 1시
숟가락? 숟가락 네가 왜 여기에 있니? – 차혜경 

 

2017년 여름, 프랑스 남쪽의 작은 바닷가 마을, 기억나는 건 그뿐이다.
혼자서 온종일 산책만 한 며칠과 며칠 사이, 귀여운 물결들. – 신선혜 

 

2017년 6월 어느 날, 서울 이태원, 초여름, 기억나지 않는 오후 시간
물 위든 물속이든 전부 다 아득하기만 했다. – 안상미 

 

2020년 2월 12일, 프랑스 니스, 겨울, 정오
물 위로 반짝이며 춤추는 빛에 홀려 하마터면 물속으로 몸을 던질 뻔했지만, 차라리 셔터를 누름. – 목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