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수혜에 감사하고 환경과 공존을 모색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가려는 노력. 이것이 하와이가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여행지로 꼽히는 이유.

 

하와이 오아후 섬의 마노아 트레킹 코스에서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 토착종과 외래종 식물이 어우러져 완성한 신비로운 풍광을 볼 수 있다.

2012년 슈퍼마켓에서의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2018년 산호초를 위협하는 화학 성분을 함유한 선케어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 두 법안이 통과된 곳은 미국 내에서도 하루 평균 2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하와이. 미국의 50개 주 중 최초 시행이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행보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관광객이 가장 많은 오아후 섬의 모든 상업 시설에서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2년 내에 식음료 매장에서 쓰는 용기는 친환경 소재로 점차 바뀔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지’라는 이상적인 슬로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하와이 인구의 80% 이상이 모여 있는 오아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이다. 호텔 앞의 가까운 레스토랑은 물론 깊은 산속에서도 자연을 아끼고 토착 문화를 응원하는 발자취를 찾을 수 있다.

화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과 광활한 자연을 간직한 하와이.

트래블2체인지(travel2change.org)는 하와이를 기반으로 여행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하는 비영리단체다. 하이킹을 하며 해당 지역 토착종의 보존 작업을 돕게 할 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요가를 하며 쓰레기를 줍거나 바닷속 해양 생물을 보호하는 방식을 교육한 뒤 스노클링을 하는 등 다양한 에코 투어리즘 이벤트를 주최한다. 

토착종 보존하는 클린 하이킹

와이키키에서 북쪽, 탄탈루스 산맥을 향해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고대 하와이언들이 엘프의 고향이라 부르던 열대 우림 마노아에 닿는다. 피톤치드로 가득한 신선한 공기가 대자연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곳. 하와이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그중 마노아 클리프 트레일은 관광객보다 현지 등산객의 비율이 높은 하이킹 코스로 온전히 자연을 느끼며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이다. 환경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토착 식물 보존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 의미가 깊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오르막부터 굽이진 비탈길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는 게 사실. 왕복 2시간가량의 코스로 산세가 험하진 않지만 비가 자주 오는 지역 특성상 진흙탕을 피하기 어렵고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길게 이어지므로 가이드 투어를 권장한다. 이왕이면 일일 자원봉사자가 되어 토착종 보존 활동에 참여해보는 트래블2체인지 하이킹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환경 단체에 속한 자원봉사자이자 하와이 역사와 문화, 생태계 관련 지식이 해박한 내추럴리스트가 투어를 리드하는 것이 특별한 점. 토착 식물에 얽혀 있는 신비로운 전설과 생태 혼란을 가져오는 외래종 이야기를 들으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와이키키의 멋진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금세 다다르게 된다. 하이킹의 중요한 미션을 수행할 특별 보호 구역에 들어서면 하이라이트 지점에 도착한 것. 계피나 구아바, 생강 같은 외래종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번식력이 강해 토착종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특히 계피는 촘촘한 간격으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토착 식물이 비집고 싹을 틔우기가 어렵다. 보존 작업은 이런 외래종의 생김새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런 뒤 외래종의 줄기를 깊숙이 잡아 뿌리까지 뽑아내는 것이 임무. 30분 남짓이 지나면 작업이 마무리된다. 하산하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을 잊지 말 것. “하이킹에 참여하는 분들이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하와이 고유의 가치 ‘말라마 아이나’의 뜻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 자체로 뿌듯한 일이에요. 대지를 향한 사랑!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땅에 대한 애정은 단지 하와이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니까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트래블2체인지 담당자 먼디의 이야기.

코하나 럼 디스틸러리의 사탕수수 농장. 하와이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눈앞에서 착즙해주는 달콤한 사탕수수 주스와 꿀과 카카오를 넣고 숙성해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코하나 하와이안 아그리콜 럼.

오아후 팔레후아 정상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노을녘 풍경.

하와이의 맛과 멋, 선셋 & 럼 디스틸러리 투어

하와이는 20세기 초반부터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번성했는데 세월이 흘러 설탕 산업이 퇴조하면서 관광업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한 하와이 토양에서 자란 고유의 사탕수수 종자가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2014년 오아후에 사탕수수 농장을 재건해 하와이언 아그리콜 럼을 선보이는 코하나 럼 디스틸러리의 대표 로버트다. 그는 하와이 주립 대학교와 협업해 34가지의 사탕수수 토착종을 살려냈고 지금까지도 복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코하나 럼 디스틸러리는 당밀을 재료로 하는 일반 럼이 아닌, 하와이에서 재배한 사탕수수 주스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풍미가 남다른 것이 특징이다. 사탕수수는 갈변이 쉬워 수확 즉시 대형 착즙기에 넣어 주스로 추출한다. 이를 원형의 나무통인 배럴에 담아 숙성하고 카카오나 꿀을 넣어 풍미를 더하면 럼이 완성되는 것. 이곳에선 하와이 토착종인 코아 나무로 만든 배럴에 숙성한 럼을 리미티드로 선보이는데 배럴 한 개를 공급받을 때마다 같은 나무 50그루를 심을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하와이 토착종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취지다. 드넓은 사탕수수 밭과 제조 시설을 돌아보고 깨끗한 맛과 깊은 향을 간직한 럼까지 맛보는 경험을 원한다면 사전에 하와이 포레스트 & 트레일(hawaii-forest.com)을 통해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해가 질 즈음 사탕수수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오아후의 가장 높은 산기슭으로 향하는 선셋 하이킹이 투어의 마지막 일정. 화산섬의 신비롭고 독특한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환경 보호 구역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렘을 주는 것. 투어 인원은 최소 2명부터 최대 12명까지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진행된다.

타미바하마 와이키키의 모히토.

선셋을 배경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루프톱의 전경.

현지 농가 살리는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

신선한 로컬 재료로 완성한 하와이의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 타미 바하마 와이키키에 가보도록. 4년 전 오픈 때부터 함께해온 케네스 매킨지(Kenneth Mackenzie) 셰프는 하와이 전역에 포진한 약 50곳의 소규모 농가에서 공수한 품질 좋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 비옥한 토양에서 기른 과일과 채소, 고원 목장에서 자란 소, 청정 해역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가 이에 해당한다. 토마토는 마우이, 파인애플과 잎채소는 오아후, 소고기는 빅아일랜드 등 신메뉴를 만들 때 하나의 음식에 3개 또는 4개 섬의 특산물을 넣기 위해 고민하는 식. 지역 농가를 살리고 로컬 푸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다. 파파야와 망고 소스를 곁들인 코코넛 슈림프, 레몬그라스와 라임으로 풍미를 더한 갈릭 프라운 리소토, 푹 삶아 부드러운 소유 포크 쇼트 립이 인기 메뉴다. 디저트 중에선 달콤한 파인애플 크렘 브륄레가 언제나 베스트로 꼽힌다. 매년 3월 한 달간, 한 가지 메뉴를 선정해 수익금의 일부를 하와이 농업 재단에 기부하는 로컬리셔스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라고. 하와이의 주요 레스토랑에서 보내온 기금은 7~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농업 교육에 쓰이고 있다.

파인애플 크렘 브륄레.

하와이를 경험하는 색다른 방식

많은 사람이 리프레시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진정한 휴식을 누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남들이 꼭 사야 한다고 말하는 쇼핑 리스트를 클리어하다가 쫓기듯 여행을 하게 되고, 명소에 방문했다가 번잡스러운 관광객 무리 속에서 고통을 받은 기억이 모두 한두 번은 있을 터. 이런 순간에서 해방되길 원한다면 앞서 소개한 하와이의 색다른 여정을 따라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경로니까. 청정한 풍경을 눈에 담고 하와이 정신까지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