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7회를 맞은 한국대중음악상은 많고 많은 시상식 중에서도 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중음악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출발한 음악상은 음악인과 음악애호가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 해가 갈수록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선정 결과를 공지하는 것으로 시상식을 대신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의 선택은 단연 백예린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발매한 앨범 <Our Love is Great>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 음반상을,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로 최우수 팝 노래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여기저기서 바야흐로 백예린 시대의 포문을 여는 기념적인 음반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밴드 잔나비는 정규 2집 앨범 <전설>의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로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모던 록 노래 트로피를 가져가며 2관왕을 차지했다. 한편, 올해 시상식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백예린을 비롯한 소금, 림킴과 같은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이다. 특유의 어눌하고 짓누르는 듯한 그루브가 인상적인 소금은 올해의 신인, 주체적인 여성상을 적극적으로 그려낸 앨범 <제너레아시안>과 싱글 <살기>로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부문 음반상과 노래상을 받은 림킴이라는 이름들의 발굴과 주목은 한국 대중 음악계에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커 보인다. 멈춰 있는 줄 알았던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 그 맨 앞에는 이토록 당당한 여성들이 서 있다.

 

넘사벽, 아델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팝 차트 중 하나로 알려진 영국 오피셜 차트가 2000년부터 2020년 봄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여성 아티스트의 앨범 목록을 발표했다. 1위는 총 51만 장이 판매된 아델의 2011년 앨범 <21>이 다. 아델 파워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 2015년 앨범 <25>는 3위에, 2009년 데뷔 앨범 <19>는 9위를 기록하며 가장 선명한 발자취를 남겼다. 2위는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에이미 와인 하우스의 2006년 앨범 <Back to Black>이 선정됐다. 이 외에도 레이디 가가, 노라 존스, 리한나, 비욘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년간 이토록 위대한 여성 아티스트와 동시대를 살았다니.

 

취소합니다

멈출 줄 모르고 확산 중인 코로나19. 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규모 복합 문화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가 34년 만에 처음으로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과 공연의 취소 및 연기가 뒤를 잇고 있다. 이른 여름을 즐기는 마이애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 개최될 예정이던 세계 최대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 또한 21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를 취소했다. 빅뱅, 트래비스 스콧, 프랭크 오션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열릴 예정이던 ‘코첼라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은 취소 대신 6개월 개최 연기 결정을 내렸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만큼 몇 장의 달력을 찢어낸다고 세계적 대재앙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상황도 좋지는 않다.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비롯해 빌리 아일리시, 셰어, 그린데이, 스톰지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도 연이어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