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기민한 아이디어와 애정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리즈물.

 

클래식 클라우드 | 아르테

문학에 뛰어든 아르테의 포부는 원대했고, 차라리 청명한 꿈에 가까웠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를 찾아 떠난 여정을 담은 시리즈다. 5년 동안 기획에서 개발을 거치면서 정리해보니 무려 12개국 154개 도시가 나왔다. 그 여정의 결말은 현재로 돌아와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첫 권은 황광수가 셰익스피어를 찾아 떠났다. 김한민은 당연하게도 이번에도 페소아를 찾아 리스본으로, 허연은 설국 속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찾고, 백민석은 헤밍웨이의 궤적을 따라 네 나라, 여섯 도시에 머물렀다. 현재 15번째 에리히 프롬까지 나왔으니, 책장을 넉넉히 비워두길. 책의 마지막 날개에 적힌 작가들의 목록이 기대감을 더한다.

 

 

아무튼, | 코난북스, 위고 등

아무튼 뒤에 쉼표까지 찍어야 비로소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 같은 이 시리즈는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다반사를 그리듯 거침이 없다. 주제만 해도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잡지, 요가, 문구, 택시, 스웨터, 비건, 술, 양말, 떡볶이…제목을 열거하다 보면 유쾌해지는데, 아마도 이 모든 이야기가 좋아하는 것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 권으로 말하는 데에서 오는 생기와 즐거움이 시리즈 전체를 지배한다. 어느덧 나왔다고 하면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에세이로 자리매김했다.

 

오늘의 젊은 작가 | 민음사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정세랑의 <보건 교사 안은영>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소개된 작품이라면 설명이 될까.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신인을 발굴하고 젊은 작가를 응원하며 지금까지 구병모, 김솔, 김혜진, 최진영 작가 등 24권의 경장편 소설을 펴냈다. 최근작은 작년 가을 출간된 김기창의 <방콕>이다. ‘팬픽’을 주제로 한 김세희의 <항구의 사랑> 등 동시대에 소통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선보이며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한국 소설 시리즈가 되고 있다. 2020년에는 정용준, 박서련, 은모든의 작품이 출간 예정이다.

 

문지스펙트럼 | 문학과지성사

문지스펙트럼은 문학과지성사를 대표하는 문고판으로 1996년 황순원의 <별>을 시작으로 101권이나 나왔다. 하지만 20년 전과 독자들의 취향과 선호가 너무나 달라졌기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게 된다. 시대와 영역을 초월한 ‘스펙트럼’이라는 명제는 같다. 그럼에도 표지로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말한다. 한글 제목과 원제를 동시에 표기했고, 흑백 사진과 대비되는 컬러 폰트를 사용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첫 번째 시리즈로 명명된 다섯 권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등 다섯 권은, 거꾸로 우리가 여전히 고전을 읽어야 함을 말한다. 페나크가 말했듯,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주고,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기에.

 

말 시리즈 |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는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다. 인물이 남긴 기록, 대담, 인터뷰, 방송,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경우에는 법정 의견서까지, 생각과 철학이 담긴 ‘말’로서 거꾸로 인물에 다가가며 파스칼 키냐르, 한나 아렌트, 칼 세이건 등 13인의 말을 전했다. <수전 손택의 말>은 1978년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도합 12시간, 따로 책 한 권이 완성될 만큼 길고 긴 인터뷰는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던 작가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집되어 출간된 이후 처음으로 전문이 공개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열 번째로 출간된 <박완서의 말>은 작가 생전 1990년부터 1998년까지의 대담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는 박완서의 작품 외에 개인주의자로서의 박완서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사람에겐 감정적 독립이 가장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것”,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예요” 같은 말을 가만히 되뇌게 된다.

 

쏜살문고 | 민음사

지금까지 문고본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선택과 기획, 디자인 면에서 쏜살문고는 새로운 문고본의 시작을 알렸다. ‘독자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문고본을 생각하게 됐다’는 취지는 정확히 이 시대의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이었다. 분량은 대체로 150~300쪽,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동네서점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쏜살문고×동네서점 에디션’에서 쏜살문고의 기획력은 한번 더 빛을 발했고, 최근 새롭게 시작한 ‘여성 문학 컬렉션’도 눈부시다. 아니 에르노, 토베 얀손, 강경애, 박완서 등 여성 작가의 숨겨진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무민’ 시리즈로만 알려졌던 토베 얀손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은 여성 문학 컬렉션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긴 글을 읽지 않는 스마트폰 세대, 경기불황을 겪으며 주머니가 가벼워진 세대, 선택에 있어 취향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세대. 어쩌면 두툼한 책을 쌓아둘 만큼 넉넉한 공간이 없는 이 시대 독자들을 위하여.

 

걸어본다 | 난다

산문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던 사소한 일상, 사소한 장소를 특별하고 애틋하게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난다의 ‘걸어본다’는 작가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한 한 권의 애정 어린 헌사다. 첫 책은 ‘용산’을 사색한 이광호의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였으며, 허수경 시인이 독일에 이주한 이래 23년간 머문 뮌스터에 대한 <너 없이 걸었다>, 부부가 된 박연준과 장석주가 시드니에서 머문 경험을 공저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광주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가 광주에 대해 쓴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등 열일곱 개 도시에 대한 기록이 나왔다. 지금도 어딘가를 걷고 있을 당신에게.

 

아르테S | 아르테

여성 서사, 미세먼지, 집, 팟캐스트…최근 우리 일상에 침투한 것이거나 도통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민이다. 아르테S의 주제는 이렇듯 ‘지금, 우리’이다. 요즘 경향에 맞는 작고 가벼운 책이나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각자의 무게를 지닌다. 시의에 맞는 주제에 따른 여러 관점을 발빠르게 한 권으로 제시하는 시리즈로 여러 작가가 공저하는 무크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집이 부동산이 된 시대에 집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집에 살길 바라는가? 새로운 미디어가 된 팟캐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군가? 사회적 재난이 된 미세먼지를 환경운동가와 전문가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책을 읽는 일과 오늘을 살아가는 일을 연결해나간다.

 

동네서점이 좋아하는 소설 | 문학동네

동네서점이 좋아할 것 같은 소설이 아닌, 동네서점이 직접 투표로 선정한 작품을 선보이는 시리즈라는 것. 첫 시리즈로 선정된 은희경, 김영하는 각각 <새의 선물>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가 주최하는 문학상 제1회 수상자가 된 작가다. 이들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네 편을 동네서점 60곳이 추천했고 참여 서점 리스트도 함께 실었다. 그렇게 출간된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은희경>에는 ‘그녀의 세 번째 남자’, ‘타인에게 말걸기’,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프랑스어 초급과정’이, <동네서점 베스트 컬렉션×김영하>에는 ‘아이를 찾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퀴즈쇼’가 실렸다. 동네서점과 함께한 만큼 동네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