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목마른 쇼퍼들을 위해 골랐다. 나만 알고 싶은 에디터의 사적인 브랜드 리스트. 이건 꼭 사겠다는 것들뿐이다.

 

PETER DO | 피터 두

피터 두는 일상적인 워킹 우먼의 룩을 만드는 뉴욕 브랜드다. 간결하지만 독특한 커팅, 모던한 컬러 매치로 무장한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 우먼 룩을 제안한다. 이런 남다른 감도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피터 두는 FIT 졸업작품으로 LVMH 프라이즈를 수상하고,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와 일했다. 그의 디자인이 네타포르테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더 뱅가드’에 선정된 건 그가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패션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그의 옷이 여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입지 못하는 황당한 옷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옷은 편안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것. 피터 두의 치마엔 모두 주머니가 있고, 앉을 때 구김이 생기기 않도록 옷감에 인조 섬유를 더하는 식이다. 패션의 자극적인 점에 몰두해 다수가 놓치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캐치한 덕분이다. 피터 두의 이러한 장점은 주변의 평범한 친구 그리고 가족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피터 두의 옷은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다. 그는 최근에 전동 스쿠터를 구입해 쉬는 시간에 뉴욕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지금 가장 핫한 초신성의 취미치고는 꽤 소소하고 일상적이다. 이런 그라면 앞으로도 쭉 그가 언급한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 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누군가의 옷이 아닌 평범한 나도 비범하게 멋스러울 수 있는 그런 옷 말이다.

 

COMPLETEDWORKS | 컴플리티드웍스

옷을 다 입었는데, 2% 부족하거나 혹은 재미없고 허전할 때. 그런 순간 힘을 발휘하는 건 단연 주얼리다. 그리고 그 주얼리는 형태가 분방할수록 좋다. 컴플리티드웍스가 눈에 띈 이유다. 컴플리티드웍스는 디자이너 안나 주스버리가 이끄는 주얼리 브랜드로 서로 다른 디테일을 조화롭게 결합한, 마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 있는 듯한 리드미컬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녀는 조각가 바바라 햅워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이는 그녀가 어릴 적 바바라 햅워스의 뮤지엄 근처에 살며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구부리고, 엮고, 부식시키고, 짓누르는 모든 자연스러운 현상을 일상적이고 아름다운 주얼리로 치환한다. 마치 조각가처럼 말이다. 종잇장처럼 구겨놓은 듯한 귀고리, 손으로 주물렀다 편 듯한 세라믹 헤어 장식, 아무렇게나 꼰 듯한 귀고리 등 전형적이지 않아 더욱 눈길이 가는 것들뿐이다. 그리고 이 비뚤어진 것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지루한 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SALON DE JU | 쌀롱 드 쥬

진짜 1990년대 누군가가 신을 법한 클래식한 슈즈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지금 입고 있는 검은색 롱 코트와 데님에도, 여성스러운 새틴 드레스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는 슈즈다. 앤티크 숍에서 찾은 귀한 빈티지 레어템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하면 더 정확하겠다. 디자이너 안성주가 론칭한 쌀롱 드 쥬는 클래식하고 앤티크하지만 트렌디함을 잃지 않는 슈즈를 만든다. 견고한 소가죽과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만들어 착용감이 편한 것은 물론 레트로 무드를 물씬 풍기는 독특한 디자인도 살롱 드 쥬를 추천하는 이유다. 하지만 에디터가 쌀롱 드 쥬를 다시 보게 된 데에는 역시 찰떡 같은 컬러 매치가 가장 컸다. 평범할 수 있는 클래식 펌프스도 눈길 끌도록 만드는 묘한 컬러. 생각지도 못한 반전 있는 이들의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곧바로 이건 꼭 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LITTLE LIFFNER | 리틀 리프너

에디터는 지금 딱 이런 가방이 필요하다. 핸드폰 하나, 카드 하나, 립스틱 하나 들어갈 정도면 된다. 그런데 딱 들어맞는 가방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리틀 리프너는 스웨덴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다. 그리고 에디터가 찾고 있는 작지만 역할에 충실한 가방을 소개한다(물론 빅백도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기능과 이탈리아 장인 정신으로 완성한 가방 컬렉션. 이들의 디자인은 질감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소재에 위트 있는 포인트를 더한 컬렉션이 특징이다. 엄마의 옷장 속에 들어 있을 법한 클래식한 가방에 비틀어 장착한 듯한 손잡이로 포인트를 주는가 하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골드 금장 잠금 장식 하나 툭 얹어놓는 식이다. 기본에 충실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이 정도면 위시리스트에 올라갈 자격이 충분하다.

 

MOON CHOI | 문 초이

단순히 여자옷을 남자가 입고, 여자가 남자옷을 입는 것이 젠더리스일까? 디자이너 최문경과 매니징 디렉터 최문호 자매가 생각한 문 초이의 젠더리스는 그렇지 않다. 경계 없이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상반된 요소를 공유하는 것이 그녀들이 문 초이 안에 담아낸 젠더리스다. 진부한 고정관념 대신 탄탄한 테일러링으로 완성한 문 초이가 눈에 들어온 이유다. 삶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된 확고한 철학과 성별에 대한 개념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조화로운 디자인. 문초이의 아이덴티티는 이렇게 공고해진다. 언젠가 코트를 주제로 화보를 촬영할 때였다. 내로라하는 패션하우스의 코트가 즐비한 곳.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테일러링과 좋은 소재감을 뽐내는 문 초이의 코트를 보고 이들이 말하는 균형과 완성도를 체감했다. 이전에도 그랬듯 2020 봄/여름 시즌에 선보일 슈트도 기대가 크다. 분명 실루엣은 과감하지만 그 실루엣을 완성하는 테일러링 스킬은 정교할 것이다.

 

WANDLER| 반들러

재밌는 가방 없나? 여기에 기능과 디자인이 뚜렷한 반들러는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답을 전한다. 네덜란드의 액세서리 레이블 반들러는 생동감 있는 컬러와 미니멀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가죽 가방과 슈즈 등을 소개한다. AMFI(암스테르담 패션)에서 공부하고 여성복 디자이너를 거친 디자이너 엘자 반들러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녀의 디자인은 유연한 곡선과 남성적인 미니멀리즘이 공존해 어떤 스타일에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미니멀하지만 지루할 틈은 없다. 신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즌 꼭 하나 구비해야 할 스퀘어 토 슈즈가 특히 눈에 띈다. 평소 컬러풀한 것을 좋아하는 엘자의 취향이 담긴 기분 좋은 컬러의 슈즈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더욱 기다리게 만든다. 지나치게 높은 굽이라 시도도 못할 디자인 없고, 좁은 발볼로 고통스러울 일도 없으니 일단 시도해봐야겠다.

 

YUN | 윤

2015년에 베를린에서 시작한 윤(Yun)은 30년 경력의 안경 엔지니어 윤철주 대표와 디자이너 윤지윤이 함께 만든 아이웨어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부녀의 성을 따 만들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베를린에서 그 시작을 알렸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 시점에 성수동에 두 번째 숍을 오픈했다. 국내에서 시작해 해외를 공략하는 여느 브랜드와는 이례적인 행보다. 이미 한국에도 수많은 아이웨어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시점. 윤의 차별점이 더욱 궁금해 물었다. “균형 있는 디자인과 품질이 최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뻔한 대답 같지만 윤지윤이 이렇게 말한 데에는 오랜 시간 아이웨어 엔지니어로 일해왔던 아버지와 함께 만든 인스토어 프로덕션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프레임과 렌즈를 모두 한곳에서 생산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최고 품질의 아이웨어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매장에서 검안하는 즉시 기계는 2~3분 내로 렌즈를 가공하고 안경사가 이를 조립하고 완성하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안경이 단지 패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눈을 위한 의료기기라고 생각하고 알레르기 프리, OBE 코팅 나사, IP 플레이팅 도금 테크닉 등을 적용한 점도 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한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도시별 유니크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싶다는 윤의 앞으로의 시야가 궁금해진다.

 

NATURAE SACRA| 네투레 세크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유려한 곡선 핸들로 마무리한 가방 브랜드. 네투레 세크라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네타포르테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더 뱅가드’에 선정된 차세대 디자이너의 컬렉션이라 더 믿음이 간다. 라틴어로 ‘신비로움’을 의미하는 나투레 세크라의 가방은 밀라노에서 디자인하고 터키의 숙련된 장인들이 만든다. 자연의 신비, 현대 여성의 미니멀하고 우아한 라인, 그리고 빈티지 문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특히 ‘더 뱅가드’ 선정 시 지속 가능한 공정과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은 부분도 마음에 든다. 이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핸들은 지속 가능한 합성 수지로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네투레 세크라의 가방은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말한다. 이는 곧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직 하나뿐’이라는 단어에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