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스터리로 가득해

훌륭한 번역가이자 작가인 박현주가 보는 세상은 미스 마플이 그랬던 것처럼 미스터리로 이루어져 있다. 전작 <나의 오컬트한 일상>을 통해 점성술, 풍수, 파워 스폿, 흉가와 기 클리닝 등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펴낸 작가의 신작은 보다 ‘연애’에 방점을 찍는다. <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의 시작은 ‘왜 그 남자에게 다시 연락이 없었을까?’라는 아주 사소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언젠가 제주에서 느낌이 좋은 남자 일명 ‘양봉남’을 만났던 도로미. 그녀와 친구들은 함께 ‘양봉남’을 찾아 나서고 사건은 일상의 모습을 하면서도 일파만파로 커진다. 제주와 양봉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꼼꼼한 취재가 구석구석에서 빛난다. <13.67>과 <망내인>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찬호께이도 신작 <염소가 웃는 순간>으로 돌아왔다. 찬호께이 특유의 ‘리얼리즘’을 사랑해온 사람이라면 호러 미스터리라는 점에 당황할 수도 있겠다. 홍콩 신계 지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신입생들은 첫날 7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오랜 괴담을 마주하게 된다. 게다가 이들이 배정받은 기숙사 지하실에는 100여 년 전 악마 소환 의식을 한 흔적–기묘하게 웃는 염소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이들은 재미 삼아 초혼 게임을 하는데, 이후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물론, 사라지는 방식도 괴담대로다. ‘도시 전설’처럼 내려오는 ‘학교 전설’을 변주하는 솜씨는 역시 찬호께이고, 미스터리를 다루기에 홍콩은 너무 좁다는 듯이 사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시공간을 넘나든다.

 

사랑이 필요한 거죠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라고 되물었던 시대와 ‘사랑은 사치’라는 오늘은 닮은 듯 다르다. 많이 가져야만 사랑할 수 있는 걸까? 당장 사는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이 지쳐서 어쨌든 연애는 가장 빨리 포기하는 무엇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기 두 책은 드라이플라워처럼 변해버린 마음에 다시 홍조를 불어넣는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서밤의 <우리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는 연애에서 동거로, 동거에서 결혼으로 향한 과정을 기록하고, <지큐> 피처 에디터였던 정우성이 쓴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는 사랑이 문득 눈부셨던 순간들을 가만히 적었다.

 

치과에서 생긴 일

연말, 선배네 집에 놀러 갔다. 선배의 아이는 네 살. 밥을 먹으면 양치질을 해야 해, 라고 말하는 아이 엄마 옆에서 내가 거들었다. “이모도 충치벌레 때문에 아팠어.” 네 살배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아기 때…?” 어른도 관리를 잘 못해서 수시로 충치벌레가 생긴다는 걸 꼬마는 믿을 수 없었겠지만, 우리는 늘 충치벌레와 치과의 공포에 시달린다. 내 치아에 대해 잘 알았으면 고통도, 돈도 덜 들었을까? 치과 의사 조성민이 쓴 <드라큘라 치과>를 미리 읽었다면 달라졌을까? 진심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과 함께 치아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실제로 ‘드라큘라 치과’를 운영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