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홀(그릴)

호텔이 된 옛 서울역

호화로운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마치 다른 세상에 입장한 것 같은 환상에 물들곤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호텔에서 못 할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호캉스’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호텔 사회 Hotel Express 284’에서는 경성의 중앙역이자 옛 서울역이었던 문화역서울 284를 호텔 284로 탈바꿈하여 새로이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근대 개항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호텔 문화가 도입되고 확산하면서 정착하는 과정과 오늘날 호텔이 지닌 다층적인 면모를 요목조목 살필 수 있다. 호텔 284의 로비에 도착하면 체크인부터 시작하여 호텔의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한 공간들을 통과해나간다. 로비, 라운지, 객실, 수영장 등 호텔의 상징적 공간과 여행, 여가, 유행, 식문화 등 서구의 새로운 문화가 어떻게 도입되고 퍼져나갔는지 직접 알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아카이브는 물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잠드는 그야말로 융합의 장소로서 호텔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살필 수도 있다. 체크 아웃은 3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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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의심하는 사진가

백승우는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진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실은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고발한다. 그는 <100% Comments>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개인적인 사진 위에 사적인 내러티브를 스텐실한 작업을 선보인다. 문자를 각인하는 행위는 과거 학교에서 표어나 경고문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계도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식으로 목적과 의미 모두 다분히 폭력적이다. 이는 우리가 사람을 대하고 판단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머릿속에 새겨지거나 교육된 단어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사진은 복제가 가능할지 몰라도 그 위에 찍힌 스텐실은 찍어낼 때마다 달라지고 훼손되니 엄밀히 말하면 그 이미지는 같지 않다. 이런데도 사진이 진실을 담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2월 14일까지. 스페이스22.

 

공주는 말했다. 2004. 싱글 채널 비디오. 8분 30초

Song of Love. 2015. 거즈, 천, 소 피, 크리스털

장지아에 관한

20여년 간 장지아의 작품은 금기에 대한 저항, 주체적 여성성을 다루는 여성주의, 푸코가 언급한 광기와 크리스테바가 말한 비체 등 특정한 맥락으로 이야기되었다. <노려본들 어쩔 것이냐>는 당돌한 제목의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선정된 박수지, 박지형, 천미림의 공동기획 전시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장지아 개인전’이라기보다는 각각의 큐레이터가 해석한 장지아에 관한 전시라고 해야 맞다. 한 작가, 한 작품에 관해 서로 다른 셋의 언어는 나름대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하나 더, 관람객의 자유로운 시각과 해석이 더해진다. 장지아는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적 조건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상황을 즐겨라!” 2월 15일까지. 두산 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