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로 10주년을 맞은 김준수가 다시 <드라큘라> 무대에 오른다. 또 한번 증명할 생각이다. “무대에 서는 게 제게는 가장 중요해요.”

 

니트 셔츠는 미쏘니(Missoni).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손신발(Sonshinbal).

<드라큘라> 무대에 오르기 한 달 전입니다.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맨날 연습하고 있어요. 오늘만 화보 촬영 때문에 쉬었어요. 매일 아침 10시에 연습하거든요.

올해로 뮤지컬 데뷔 10년째라고 하던데요. 의미를 두고 있나요?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해요. 뮤지컬이라는 무대가 절실했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아요. 가능하면 무대에 계속 서고 싶어요.

‘가능하면’이란 건, 무엇을 말하나요? 
계속 저를 불러주신다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기라는 게 항상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주연이든 조연이든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저는 계속 서고 싶어요. 무대에 서는 게 저한테는 가장 중요해요.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를 했죠. 
제 인생에서 그렇게 떨리고 긴장한 게 처음이었어요. 방송 첫 데뷔 때도 물론 떨렸지만 그때는 멤버들과 함께였으니까요. 뮤지컬로 데뷔할 때가 그때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뮤지컬은 혼자 솔로로서 해내야 되니까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당시 일년 정도를 쉬고 난 후 첫 활동이었기 때문에 감회도 남달랐고 그만큼 긴장도 됐어요.

지금 돌아보면 만족스러운 무대였어요? 
기술적으로 좋은 무대였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관객분들에게 와 닿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그때 그 처음 모습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무대를 하면서 저도 연기 같지 않았어요. 연기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모차르트가 처해 있는 상황과 감정이 당시 제가 느끼는 감정과 너무 똑같았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비슷해서 당시에는 연기가 아닌 제 모습으로 했어요.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일이 흔하지 않을 때였죠. 그래서인지 관심도 남달랐고요. 
장단점이 다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지금 좋은 평가를 들으니까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점은,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그때는 지금 아이돌이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하듯이 봐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를 증명해내야 했어요.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친구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눈에 띄는 일이 아니지만 그땐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인정받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그냥 이러다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거죠? 
뮤지컬을 제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제는 가수 활동보다 더 좋아하게 됐는데 그 마음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블라우스와 팬츠는 카이머(Kyimer). 신발은 아디다스(Adidas).

무대에 서는 희열을 처음 느끼게 해준 작품은 뭐였나요? 
처음 <모차르트>부터였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받는 박수는 확실히 남다른 것 같아요.

<드라큘라>의 드라큘라, <엘리자벳>의 죽음, <데스노트>의 엘이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대표작이라들 해요. 동의해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다 소중하고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 세 역할로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드라큘라는 제가 너무 좋아하고요. 대중들도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죠.

셋은 모두 초인적 캐릭터란 공통점이 있네요. 그런 캐릭터에 강점을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움직임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캐릭터들에서 남다르게 느껴주셨다면 몸을 쓰는 것에 제가 특별히 신경을 쓰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이 춤은 아니지만 몸을 컨트롤하는 것도 춤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뮤지컬이 재미있어요. 복합적인 것들을 무대에서 표현해요. 관객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의 의도를 한두 분이라도 느껴주실 때 정말 짜릿해요.

특히 <엘리자벳>의 죽음 역은 새로운 계보를 만들었다고도 평가받아요. 
계보라기보다는…죽음 역을 젊은 배우들이 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의미 있어요. 원래 연륜 있는 40~50대 선배들이 하셨던 역할을 20~30대 젊은 배우들도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바꾼 것 같아요. 지금이야 제가 토드 역을 맡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제가 처음 토드 역을 맡았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거였죠. 처음에 욕도 많이 먹었어요.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요? 칭찬을 하니 왜 얼굴이 붉어지는지…. 
하하…자랑스럽다고 말하긴 어렵고…뿌듯하죠.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제가 제 스타일로 역할을 표현해낼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먼저 제의를 주시고 저를 믿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요.

<드라큘라>에서 빨간 머리를 시도한 게 당신만의 특징이 됐어요. 
처음에는 반응이 그저 그랬지만 정말 저 혼자 밀고 갔던 거예요.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 선생님이 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의 드라큘라들을 빨간 머리로 하라고 하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직은 노란 머리군요. 이번에도 빨갛게 염색할 예정인가요? 
네, 할 거예요. 그동안 길면 두 달을 공연했는데요, 이번에는 4개월 동안 계속 공연이 이어지니까, 그동안 빨간 머리를 잘 유지하는 게 좀 걱정은 되지만요.

터틀넥과 재킷은 YCH.

뮤지컬 <드라큘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확신이 안 섰어요. 무대가 더 업그레이드될 거라는 약속을 해주셨고, 새로운 곡도 추가해서 스토리의 부족한 부분을 매끄럽게 하겠다고 하셨어요. 저희 작품이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거의 창작극이나 다름없어요. 이제는 한국판을 보고 전 세계가 저희 작품을 따라오는 분위기예요. 감사하게도 시작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었고요.

초연을 할 때와 재연을 할 때 마음가짐도 달라지나요?
다른 배우들과 함께 맞춰봐야 하는 건 같으니까, 똑같이 연습해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무조건 연습을 나가려고 해요. 당연한 일이죠.

뱀파이어는 천년만년 살아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요. 그 점을 생각해본 적 있어요? 
영생은 인간이라면 다 꿈꾸는 게 아닐까요?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바로 그런 점이에요. 저는 사람인데 무대에서 납득을 시켜야 하니까요. 인간 역할이면 실수를 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저는 조금만 삐끗해도 웃음이 되거든요. 움직임, 걸음걸이, 제스처가 모두 딱 맞아떨어져야 하니까 그런 점이 어려워요.

김준수가 맡은 역할은 항상 비극을 맞더군요. 
맨날 새드 엔딩이에요. 뮤지컬 하면서 안 울어본 적이 없어요. 본의 아니게 맨날 슬픈 역할이었네요. 다 이루어지지 않아요….

뮤지컬 팬들은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늘 같은 공연을 보여주려고 하나요? 늘 다른 공연을 보여주려고 하나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매회 조금씩 변화를 주고 최선을 다해요. 단 한 번도 긴장을 늦추고 무대에 올라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일단 항상 ‘클리어’를 하려고 노력해요. 노래, 춤, 대사를 실수 없이 하려고요. 뮤지컬은 3시간 동안 실수 없이 해야 되기 때문에 잠깐만 딴 생각을 해도 큰일나요. 저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요. 무대 뒤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긴장 속에 3시간을 끌어가죠. 공연이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되지만 또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어요. 성취감을 느껴도 그 다음 날 바로 공연이 있으니까 바로 다음 공연을 위한 준비를 하죠. 뮤지컬을 할 때는 몸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써요. 이번처럼 4개월은 처음이라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지금의 목소리는 여러 요인으로 완성되었다고 하죠. 마음에 드나요? 
변성기 때 보통 1~2년이면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하던데 저는 3년이 지나도 목소리가 안 돌아오더라고요. 더 이상 못 기다리겠어서 소리를 막 질렀어요. 사실 목에는 데미지를 준 건데 오히려 지금의 유니크한 목소리를 가지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자카드 재킷과 셔츠, 팬츠는 에트로(Etro).

이번 작품으로는 무엇을 이루고 싶어요? 
모든 무대를 무사히 해내고 싶어요. ‘클리어’ 하게요. 아프지 않고 모든 무대를 해내는 것.

화제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심사위원도 맡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어떤 게 보이나요? 
오랜만에 하는 방송이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출연자 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보는 재미도 있어요. 나오신 분들 모두 응원하고 싶어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응원하고 싶고, 아이돌 출신 친구들은 같은 아이돌 출신으로서, 어린 친구들은 어리니까 응원해주고 싶고요. 확실한 건 잘하는 사람이 올라갔으면 좋겠고 컨디션 때문에 본인 실력발휘를 못 하는 경우가 없으면 좋겠어요. 자기 기량을 다 보여주고 떨어지면 아쉽지 않겠지만, 컨디션 때문에 떨어지면 두고두고 한이 될 테니까요.

무대에 서지 않을 때는 뭘 해요? 
뭘 하냐에 따라 달라요. 공연 기간에는 되도록 집에만 있어요. 길게 컨디션 관리를 해야 되니까 무리를 안 하려고 해요. 공연이 없을 때는 여행이 가고 싶더라고요. 휴양지 좋아해요. 추운 곳으로 여행 가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겨울에는 당연히 더운 곳, 여름에도 더운 곳.

얼마 전에는 집도 공개하지 않았나요? 어떤가요 집의 전망이…?
하하하! 음… 미세먼지 수준이 아주 잘 보입니다. 오늘은 좋다, 나쁘다, 많이 안 좋다, 아주 좋다가 바로 느껴져요. 1년에 며칠 아주 좋은 날에는 북한산까지 보이거든요.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죠. 20대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나요? 
20대로 돌아가면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다 없어지는 거죠? 그러면 죽어도 안 돌아가요.(웃음) 다시 할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서른 될 때는 좀 그랬는데 그 이후로는 나이는 사실 별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블라우스는 리스(Reis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앤더슨 벨(Andersson Bell). 귀고리는 고이우(Goiu).

오래전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말을 했더라고요. 비호감보다 무난함이 더 나쁘다는 말.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 같아요. 연예인한테 가장 슬픈 건 무관심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모든 연예인 분들이 그렇게 느끼실 것 같아요.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억울할 때도 있고 오해도 많지만 그냥 넘겨요. 자고 일어나면 까먹어요.

새해가 된 지 이제 열흘이죠. 새해엔 어떤 생각을 했어요? 
그냥 아프지 말고 무사히 스케줄을 잘해내자. 스케줄이 대충 내년까지 잡혀 있기 때문에 무사히 잘해내고 싶어요.

콘서트를 하면 팬들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준다던데요? 김준수의 세 가지 소원 한번 들어볼까요? 
우선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두 번째는 행복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1등하고 싶고 상 받고 싶고 그랬는데 지금은 가족과 제 주변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소원은 계속 무대에 서는 것. 나이가 들어도 그 위치에 맞는 자리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거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