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기

작년 <얼루어 코리아>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던 정재윤은 ‘소소한 일상’만이 여성의 전부가 아님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세상은 여성에게 친절하지 않고, 생리며 브라는 거추장스러운 무엇이다. <서울구경>은 <재윤의 삶>에 이은 장편 만화로 서울에서의 삶을 시작한 작가의 경험을 담았다. 서울적인 것과 안 서울적인 것의 대비는 작가 특유의 리듬감 있는 시선 속에서 공통의 분모를 찾는다. 황금가지가 선보인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 소설인 <시녀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옮긴 것이다. 훌륭한 그래픽 노블이 그러하듯, <시녀 이야기>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되 그래픽 노블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주제의식을 잘 살려낸 색감과 각색으로 호평받으며 미국 출간 이래 줄곧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원작의 명성만 알고 아직 읽지 못했다면 그래픽 노블로 첫 문을 열어보길. 그림은 수채 물감을 사용한 삽화로 유명한 르네 놀트의 솜씨다. 실존 인물의 생을 그린 그래픽 노블도 있다. <헤디 라마, 가장 경이로운 배 : Wi-Fi로 세상을 이어주다>는 관능적인 여배우인 동시에 발명가이자 과학자로 지금 와이파이의 토대를 만든 위대한 여인의 삶을 조명한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정가르마의 흑발을 살린 그림을 입은 헤디 라마는 세상과 끝없이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간다. 당초 전쟁을 위해 개발된 주파수 도약 기술은 현대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글은 다큐멘터리 감독 윌리엄 로이가, 그림은 실뱅 도랑주가 그렸다.

 

오늘의 안주

연말연초는 술 마시기 좋은 때가 아닌, 술을 마셔야만 하는 때다. 그 와중에 술 냄새 폴폴 나는 두 권의 책이 도착했다. <술이 달아 큰일이야>는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와 남편인 음악가 고노 다케히로가 도쿄 곳곳의 술집 38곳에서 술을 마신 이야기다. ‘결국 마시게 되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즐겁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의 책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는 전작 <목욕탕과 술>과 비슷한 결에서 출발하지만 자신만의 안주와 술 조합을 찾는 데 좀 더 집중한다. 먹고 마시는 날들이여, 오늘도 한잔!

 

모두의 집

최근 몇 년간 서울의 집값은 40%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때 샀어야 했다는 후회와 영원히 집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이 우리를 감싼다. 집이 ‘부동산’이자 ‘자산’으로 여겨질수록 집이 가져야 하는 본질은 잊혀진다. <집다운 집>은 집을 만들거나 집 안에서 자신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4인을 통해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미를 되찾는다. 건축가 송멜로디, 요나, 무과수, 영화인 진명현이 자신의 집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