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만큼 가난한 마음이 된다. 어디에 기대서 나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정말 빈곤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전문가는 마음이 아플 때 어떻게 할까? 어디 한번 물었다.

 

마음의 피로는 몸으로 풀자

재활의학과는 여러 이유로 몸이 불편해진 다음,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서 찾는 환자가 많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운동’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운동의 종류나 강도, 시간 등에 관해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필라테스는 내게도 필요해서 시작한 운동인데, 두 번의 출산 후 허리와 골반 통증이 심각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증상은 더 악화했다. 강사는 누구에게나 일관된 교육법을 사용했고, 사람의 몸을 잘 알고 있는 나조차 처음 접하는 운동이다 보니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재활 필라테스’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해외를 오가면서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요즘은 환자들에게 적합한 필라테스 동작을 고안해서 재활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병원 경영과 환자 진료를 비롯한 강연이나 방송 활동, 두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다가 가끔 번아웃 상태가 오기도 한다. 그땐 필라테스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럼 더 큰 운동을 한다. 숨이 턱끝에 찰 때까지 한강 변을 달리거나, 평소보다 욕심을 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땀을 실컷 흘리고, 몸을 혹독하게 달군 다음 맥주 2~3병을 마시고 그냥 푹 자버린다. 진짜 베스트는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서 나를 괴롭게 한 사람의 뒷담화를 실컷 하면서 맥주를 마신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혹독한 운동은 예민한 마음을 금세 낫게 해줄지도 모른다.
– 이고은(리셋 재활의학과 원장)

 

마음 체력 키우기

현대인에게 마음을 챙기는 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나 역시 살다 보면 한없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주로 명상을 한다. 명상을 시작하면 정신과 마음이 잔잔하고 고요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는 그때, 스스로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어떤 마음이니? 힘든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외부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원인은 내 안에 있을 때가 더 많다. 어떤 욕심이나 안 좋은 마음 때문에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들이 이렇게 커져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거다. 나는 현재 ‘마보(마음보기)’라는 이름의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바쁜 일상에 치여 생각할 시간과 방법을 잊은 현대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이 일인지라 타인의 마음과, 그 고통을 나누는 일에 앞장서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 내가 전문가로서 꼭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든가, 정답을 제시해야 한다든가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상대방과 나, 둘 다 오히려 힘들어진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릴 순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 마음을 변화시키거나 치유해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어루만질 수 있는 건, 치유할 수 있는 건, 더욱 건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원인과 해결 방법은 자신만이 알고 있다. 결국,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마음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도록 돕는 일. 힘을 내는 건 당신의 몫이다.
– 유정은(명상 앱 마보 대표) 

 

따뜻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스트레스를 잘 구별할 줄 알면 그 양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해서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가 해결 가능한 스트레스인지,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면 되고, 반대의 경우라면 수용하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병원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많은 경우, 하루 평균 수십 명의 환자와 마주한다. 아주 간단한 만남도 있는가 하면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환자도 많다. 온종일 상대의 힘든 이야기, 특히 우울, 불안, 자살, 분노, 원망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 자신이 소모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익숙해졌다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그렇다. 정신과 의사에게 공감 능력은 무척 중요한 덕목이지만, 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면 일을 할 수 없다. 한없이 따뜻하지만 엄격해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해야 하지만 그 사연에 이입하면 안 된다. 그건 의사가 아니지 않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젊은 시절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수련받았는데, 당시 교수님은 퇴근 시간이 되면 단 1분도 더 병원에 남게 하지 않으셨다.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더라도 무조건 집에 보내셨다. 나도 그때 이후로는 진료하면서 들은 이야기, 또 내가 한 이야기는 차트를 덮는 순간 더 생각하지 않게 됐다. 신경정신과를 찾는 환자 중에는 요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비교적 가볍거나, 쉽게 치유될 수 있는 질환을 가진 분도 있지만 정말 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일을 겪은 다음, 말 그대로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사연도 많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 사람들을 보면 내 삶은 평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는 거다.
– 이택중(이택중 신경정신과 원장) 

 

이완의 힘

2011년 제주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다양한 여행객을 보면서 진정한 휴식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 2년 후 서울에 올라와 요가 강사가 됐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함께 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다. 최근 우리 주변을 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쌓이다 못해 근육처럼 굳어버린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요가는 움직이는 명상이다. 명상은 현재의 몰입이다. 내게 요가는 직업이자 일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길이 없다. 나는 그걸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앉아서 그 원인을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감정을 조심스럽게 관찰해보는 거다. 그때 요가는 큰 도움이 된다.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무의식 안에 담아서 꾹 놀러놓는 행동을 우려한다. 그보단 차라리 흘러 넘치게 놔두는 게 낫다. 화가 나거나 슬픈 감정이 들 때 엉엉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건 완벽한 팩트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거로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좀 더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작은 일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요가 수업을 시작할 때 늘 회원에게 하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 내 몸 상태를 잘 헤아려보세요. 오늘 수업에서는 그만큼만 시도해보는 겁니다.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아도 좋아요.” 나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주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나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건 엄청난 용기를 내는 일이다. 요가는 ‘명상’으로 시작해 ‘이완’으로 끝을 맺는다.
– 황지혜(아디다스 요가, 명상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