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울리고 마음속을 맴도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앤 해서웨이. 그녀에게 새로운 역할은 본능적인 도전이고 성장할 기회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서웨이가 원하는 건 초밥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드레스는 파코 라반(Paco Rabanne).

나는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잠을 깼고 아직 읽지 않은 두 개의 이메일을 발견했다. 첫 번째 메시지는 오랜 친구에게서 온 것,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인용문이 적혀 있었다. 인용문은 ‘잭해머(Jackhammers, 휴대용 압축드릴)’라 불리는 사람들과 ‘허밍버드(Hummingbirds, 벌새)’라 불리는 사람들의 차이를 말하고 있었다. 길버트는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다른 것을 배우고 엮어 넣는’ 허밍버드를 두고 ‘전체 문화를 흥분되게 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저평가된 연결자이자 혁신가들’이라 말한다. 반면 ‘잭해머’는 의미 있는 목표나 일을 발견했을 때 ‘위를 보지 않고 방황하지 않으며 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것에 집중하는 타입’이다. 이 방식은 효율적이어서 당신은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적고 있다.

두 번째 이메일은 앤 해서웨이를 인터뷰할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우린 조만간 조안 디디온 원작의 넷플릭스 정치 스릴러 <The Last Thing He Wanted>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집필에 몰두해야 할 단계라 시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인터뷰를 원했다. 해서웨이의 커리어 궤적은 매력적이었고 대중문화적으로 그녀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컸으니 말이다. 이 배우는 말하자면 잭해머다.

10대의 해서웨이가 <프린세스 다이어리>와 <엘라 인챈티드>에 등장했을 때 난 30대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그녀를 처음 봤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선 귀여운 앞머리와 불가능한 패션에 도전하는 모습에 심장이 녹았다. <레이첼, 결혼하다>를 찍었을 때 난 한동안 방황기를 거쳐 대학 전공을 여섯 번째 바꾸고 있었다.

우울증이라는 안개에서 벗어날 무렵 베이비시터로 일하면서 아이들과 거실에서 <리오>의 노래를 목청껏 불렀고 그 후엔 <레미제라블>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인턴>은 그녀의 매력을 새삼 돋보이게 만들었고 <오션스 8>을 통한 뜻밖의 컴백도 반가웠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도 올렸고, 결혼과 아이까지 그녀는 많은 걸 이뤄냈다. 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두 번째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인터뷰 때 블레이저를 입은 건 실수였다. 좋아하는 옷이긴 하지만, 극도로 습하고 흐린 날 이걸 입고 걷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지하철의 눅눅한 환경에서 땀에 젖은 피부와 옷 사이에 축축한 장벽이 생겼다. 안에 입은 보디슈트는 블레이저와는 잘 어울리지만 외투를 벗어 드러내기엔 민망하다. 나는 축축함 때문에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미안한 듯 웃었다. 미팅 장소에 도착했을 때 도어맨은 도움이 필요한지를 물어왔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앤 해서웨이는 우리가 초밥 만드는 법을 배우러 온 건물 밖의 블랙 SUV 뒷좌석에서 우아하게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청바지에 검은 셔츠 그리고 허리엔 롱슬리브 플란넬 티셔츠를 둘렀다. 해서웨이는 살포시 껴안아 환영했고 나는 사과를 했다.

톱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캣아이 메이크업은 로레알 파리의 ‘인팔리블 플래시캣 워터프루프 브러시 팁 리퀴드 아이라이너’와 로레알 파리의 ‘텔레스코픽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로 연출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늘 기분이 어떤지?’를 물어보았다. 해서웨이는 밝은 미소로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더니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자신의 분위기를 체크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가벼운 대화로 분위기를 잘 이끄는 편인지?’를 물어봤다. 솔직히 그렇진 않다고 말하자 미소를 띠며 “사실, 저도 그래요!”라 했다. 그 의도는 나를 편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해서웨이는 친절하고 따뜻했으며 초밥 만드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에 흥분되어 있었다.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초밥을 정말 좋아하지만 주문과 동시에 온갖 용기와 냅킨이 딸려오죠.” 그녀는 손가락으로 빙빙 원을 그리면서 테이크아웃과 함께 불가피하게 도착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면 훨씬 낭비가 덜할 거예요.” 해서웨이는 미국과 전 세계의 수많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전 인생에서 운이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많은 문제를 시간과 수단을 가진 사람의 책임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린 요리 강사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신발과 가방을 정돈했다. 강사는 앞치마를 찾아야 할 곳을 알려준다. 해서웨이의 검은 셔츠 뒷덜미를 묶은 앞치마의 레이스 디테일을 바라보면서 우린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교실 전체에 부드럽고 온화한 음악이 깔리자 해서웨이에게 ‘뮤지컬 가정에서 자랐는지?’를 물어봤다. 실제로 그녀는 그랬다. 당시 그녀의 나이대에 맞는 가장 근사한 음악은 아니었지만, 가족은 많은 뮤지컬을 즐겨 들었다. 어머니 역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판틴 역을 한 적이 있으며, 집에선 엘라 피츠제럴드와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도 자주 울려 퍼졌다. 언제나 음악이 흐르는 이 문화적 거리감은 어린아이에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족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해서웨이가 기억을 더듬으며 웃음을 터트린다. “7학년이 될 때까지 그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몰랐거든요. 어느 날 한 친구가 옆에 앉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그렇게 계속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해 너랑 얘기할 게 있어!’” 해서웨이는 당황했지만, 학교 복도에서 노래 부르는 건 멈췄을지라도 노래를 멈추진 않았다. 그녀는 올가을 아마존 스튜디오의 <모던 러브> 시리즈(짧은 30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에서도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공연에서 기쁨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그녀가 말한다. “춤과 노래는 상처받은 마음도 활짝 열어주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사실 어느 누구도 제가 노래로 그래미상을 탈 거라 기대하지 않을 거예요. 단지 노래는 제게 현실적인 기대치를 유지한 채 최선을 다하는 어떤 것이에요.”

‘뭐든 원한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묻자 해서웨이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100% 저를 믿어주셨어요. 제가 행복해지길 바랐죠.” 해서웨이의 부모는 연기에 대한 관심과 여지를 주었고 새로운 커리어에 응원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앞장서야 하는 건 제 몫이었어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롤을 만들기 위해 김의 거친 면에 밥을 고르게 펴면서 그녀는 직접 오디션과 기회를 찾아 다녔다고 털어놓는다. 부모님은 사랑과 격려를 보냈고, 그녀는 뉴저지에서 뉴욕까지 숱하게 차를 타고 오갔다.

앤 해서웨이가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만들어왔다는 것에 다들 그리 놀라진 않을 것이다. 역할을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했고 강하 고 똑똑하게 자신을 입증해왔으니 말이다. 새로운 걸 배우고 새로운 걸 입증하고 ‘포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싸움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으며, 도전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워왔다.“전 싸우는 걸 좋아했어요 . 싸워서 옳다는 것이 입증되면 기분이 좋았죠. ”흔히 좀 더 편안한 관 계를 위해 어느 순간에 뭔가를 누그러뜨리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편을 택하지만, 그녀는 좀 더 고집이 세다. “누구에게나 뭔가를 붙잡으려 애 쓰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 순간이 남들보다 좀 더 길 뿐이에요.”

레드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메이크업은 세포라의 ‘세포라컬렉션 컬러풀 섀도’ #모닝 선라이즈 제품과 ‘핫 라인 브러시 팁 리퀴드 라이너’, 그리고 ‘크림 립 세틴 리퀴드 립스틱’ #히피핑크 컬러로 연출했다.

초밥과 롤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 우린 반짝이는 이스트 강이 내려 다보이는 커다란 창가 식탁으로 옮겨갔다. 해서웨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초밥을 마음에 들어했고 나도 내 것이 흡족했다.“이 건 꼭 찍어 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휴대폰은 우리의 대화를 녹음 하기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찾기 위해 가방 을 뒤졌고 의기양양하게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자, 이제 증명 할 차례예요.”

우리의 뛰어난(?) 초밥 기술을 자랑할 만한 증거 사진을 빠르게 찍 은 후 최근 신작으로 화제를 옮겨갔다. 레벨 윌슨과 호흡을 맞춘<더 허슬>이 사기꾼 코미디 쇼의 기회였다면, 디 리스 감독의 <The Last Thing He Wanted>는 정치 스릴러와 서스펜스 면에서 그녀의 재능 을 보여줄 또 다른 기회다. 해서웨이가 맡은 엘레나 맥마혼은 시간 이 흐르면서 추진력이 뒤틀렸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끈기를 지닌 취재기자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그녀는 무기상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국 정부에서 무기상으로 일하게 된 다. 어떤 면에서 당분간 피하는 편이 더 현명한 캐릭터일 수도 있다. “<The Last Thing He Wanted>의 캐릭터는 저를 더 화나고 고집불 통으로 만들지도 몰라요. 그녀가 분노하는 이유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걸 헤쳐가면서 떠맡아야 할 것들이 막중하죠. 이 세상에 살아 있 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날 지경이니까요.”

엘레나 맥마혼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점점 더 무감각해진다. 그녀를 연기하는 것이 해서웨이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녀의 여정엔 분노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평소엔 화를 중화시 키려 애썼어요. 하지만 나중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 었죠. ‘화 역시 유용한 것이다… 이게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 분노 의 요령을 좀 더 터득해보고 싶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달콤한 베리와 크림 모찌 디저트를 즐기는 동안, 해 서웨이와 난 <The Last Thing He Wanted>를 배경으로 삶에 대한 얘기를 계속했다. 리스가 엘레나 맥마혼을 위해 그녀에게 요청한 건 살을 20파운드 정도 더 찌우는 것이었다. 해서웨이는 흔쾌히 동 의했고 커리어의 초창기 배역을 맡을 때의 상반되는 기억을 떠올렸 다. “16살 때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 ‘축하해, 네가 배역을 맡았구나! 물론 살을 빼야 하는 건 아니란다. 하지만 여기서 더 쪄서는 안 된다 는 얘기지.’ 그건 당연히 살을 빼라는 얘기였어요. ”해서웨이가 덧붙 인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앤 크랩트리(<The Last Thing He Wanted>의 코스튬 디자이너)는 내 몸에 옷을 맞춰주고 있어요. 할 리우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칭찬에는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이건 정 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여배우의 몸에 대한 훨씬 더 많은 포용이 생겼으니까요. 여전히 마른 것이 정상적인 기대치로 치부되더라도 말이에요.”

해서웨이는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연기를 결코 포기해본 적 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영화산업 속에서 더 밝은 여성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영화계는 더 뉘앙스 있고 더 흥미로워지고 있어요 . 더 흥미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들이 허용되고 있고요.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관객들이 이걸 즐기느냐예요. 그들이 응원하지 않는다면 계 속되지 않을 테니까요. 상황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고 사람들은 ‘그 래, 그건 별로 효과가 없었어!’라 말할지도 몰라요.”

우리 모두가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기다리는 동안, 아 직은 구체적인 제작 상황을 공유할 순 없지만 부지런한 해서웨이는 <세서미 스트리트> 실사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또 첫 포옹 때부터 살짝 의심이 들긴 했지만 올가을엔 둘째도 태어날 것이다! (해서웨이 는 나중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때문에 살을 찌운 것이 아닌, 진 짜 둘째를 가진 것을 공표했다.)

상의 스웨터는 로에베(Loewe).

MY BEAUTY TRUTHS
WITH ANNE HATHAWAY

뷰티에 관한 가장 큰 후회 브라운 웻앤와일드 립펜슬과 화이트 립스틱을 함께 사용한 것.
뷰티 룩에서 중요한 단어를 묘사한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밝고 건강한 룩.
다음에 시도해보고 싶은 뷰티 룩 글램 록.
카메라 밖에서 시도해보고 싶은(또는 시도해본) 영화 룩 <러브 & 드럭스>에서 매기의 헤어스타일.
최근에 구입한 제품 가능하면 직접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비즈왁스 펠렛, 코코아 버터, 운모 분말을 구입했다. 비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성분 재료를 구입해 유리나 생분해성 용기에 보관하곤 한다. 지금은 보디 시머 제품을 만들 생각!
최대 피부 고민 건조함, 홍조, 눈꼬리 잔주름(피부에 있어선 ‘나이는 선물’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다).
800칼로리만 먹는 가장 좋은 방법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친구들과 나는 멜티드 치즈를 먹는다.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하는 일 벌써 아침이라는 걸 투털댄다.(웃음)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 오늘 하루에 감사하는 것.
메이크업 가방에 좀처럼 없는 컬러 옅은 산호초 컬러.
가장 행복했던 헤어스타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디 삭스의 뱅 헤어.
뷰티백/약품수납장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과 가장 비싼 제품 가장 저렴한 건 병에 담긴 코코넛 오일, 가장 비싼 건 구치 웨스트만이 추천해준 적외선 얼굴 마사지봉.
최고의 의약품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험이 적용되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는 의약품을 추천!
향수가 아닌 좋아하는 향 아들 냄새.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은은한 향초.
아마존에서 최근 구입한 뷰티 제품 샹테카이 골드 아이 마스크(비싼 편이지만 눈가가 화사하게 밝아진다).
해외 드럭스토어에서 고른 뷰티 제품 암스테르담에서 구입한 CBD 뷰티 제품. 예뻐지는 느낌이 든다.
최근 촬영장에서 인상 깊었던 뷰티 제품 범블 앤 범블 씨솔트 스프레이.
효과적이지만 살짝 이상한 뷰티 테라피가 있다면 효과가 있다면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선스크린은 아크티니카(Actinica)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