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를 표현하는 다른 방법에 대하여. 모피보다 너그럽고, 시퀸보다 우아하며, 무엇보다 잔잔하고도 깊은 바람을 일으키는 페더 룩.

 

가치 있는 소비가 윤리적 소비와 동일시되며 진짜 모피는 설 자리를 잃었다. 모피의 소재감을 흉내 낸 가짜 모피가 상당 부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가짜 모피를 만드는 공정 중에 종종 더 큰 환경 파괴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누군가는 진짜 모피의 화려함과 보온성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그렇다고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위해 힘들게 옮겨온 발걸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 그보다 아름답고 건강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산들바람에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깃털 디테일의 페더 룩도 그중 하나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유독 찰랑이는 깃털을 빼곡하게 장식한 드레스가 눈에 많이 띄었다.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의 깃털 코트와 드레스를 선보인 마리 카트란주, 여러 컬러를 조합해 무지갯빛 깃털 아우터를 만든 프라발 구룽, 언밸런스한 디자인의 갈라 드레스를 소개한 오스카 드 라 렌타, 화려한 깃털 드레스로 피날레를 장식한 마크 제이콥스 등이 대표적이다. 오트쿠튀르 런웨이를 방불케 한 이들 디자이너의 쇼는 모피 소재의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이는 듯했다. 실험적인 컬러 구현, 다양한 실루엣의 시도, 실크와 오간자 등 다른 소재와 믹스매치가 돋보였다. 깃털 디테일의 의상은 반짝이는 화려함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좋은 대안책이 되어준다. 시퀸과 메탈이 리드하는 나이트 라이프웨어에서 풍만한 페더 룩을 선택한다면 보다 고상하고 기품 있는 멋을 자아낼 수 있다.

보통 깃털 코트를 입을 때면 매끈하고 날씬한 실루엣에 대한 우려는 한쪽에 제쳐두어야 한다. 오히려 풍성한 깃털의 존재감을 확실히 즐기되 그 코트를 벗었을 때 드러나는 이너웨어를 통해 반전의 묘미를 꾀하는 편이 낫다. 둥글고 큰 무지갯빛 깃털 코트 속에 날카로운 슬립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실루엣을 살린 날렵한 팬츠 슈트와 매치도 좋겠다. 이런 시뮬레이션에도 걱정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깃털을 부분적으로 사용한 드라마틱한 의상에 눈을 돌려보자. 시어한 드레스의 소매에 깃털을 일렬로 장식한 발렌티노, 실루엣을 살린 스커트 슈트 헴라인에 깃털을 장식한 발맹, 코트의 칼라 라인에 일자로 깃털을 장식한 로에베 정도면 부담도 덜하면서 충분히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깃털 입문자로서 메인 요리 후 나오는 디저트 정도로 가볍게만 즐기고 싶다면, 단정한 스커트와 팬츠에 깃털을 단 벨트로 트위스트를 준 세드릭 샬리에, 네크라인에 깃털을 장식한 시스 마잔 등을 참고하자. 풍성한 깃털 장식의 구두를 선보인 지암바티스타 발리 역시 깃털 스타일링에 훌륭한 팁이 되어준다.

다가오는 연말, 드레스업에 대한 고민은 깃털 디테일의 의상과 함께 날려버리기를. 걸을 때마다 경쾌하게 흔들리는 깃털이 온몸을 감싸면 연말 분위기에 더해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