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가 소녀들만의 ‘전유물’이라고 단정 짓지 말길. 역사 속에서 핑크는 왕에서부터 소년, 시위대, 심지어 죄수를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는 사실! 흥미로운 핑크의 역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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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리나 주브가 입은 드레스는 안나키키(Annakiki). 헤드피스는 에밀리아 윅스테드(Emilia Wickstead). 알리아나 킹이 입은 드레스와 헤드피스는 모두 에밀리아 윅스테드. 에니올라 아비오로가 입은 드레스는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 귀고리는 아그메스(Agmes). 이어커프는 사스키아 디에즈(Saskia Diez).

1566년, 핑크의 등장

핑크라는 단어는 윌리엄 페인터(William Painter)의 작품 <쾌락의 궁전>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여기서 등장인물은 애정하는 대상에 대해 “당신의 섬세한 입술에서 시작되는 달콤한 숨결은 마치 머리맡의 장미, 핑크(패랭이), 제비꽃 향과 같아요”라고 말한 것. 핑크라는 단어는 엷은 붉은색을 띠는 패랭이과 꽃을 의미하기도 했다.

MAKEUP (가운데) 메이블린 뉴욕의 ‘아이스튜디오 컬러 타투 메탈 24HR 크림 젤 아이섀도 #잉크드 인 핑크’를 눈가에 바르고, 메이블린 뉴욕의 ‘드림 바운시 블러쉬 #프레시 핑크’를 볼 중앙에 발라 핑크빛 얼굴을 연출한다.
(오른쪽) 메이블린 뉴욕의 ‘드림 바운시 블러쉬 #플럼 와인’으로 광대 중앙부터 눈썹 위쪽까지 넓게 펴 바르고, 입술엔 메이블린 뉴욕의 ‘컬러 센세이셔널 메이드 포 올 립스틱 #모브-포-미’를 얹어 연보랏빛 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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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로에베(Loewe). 귀고리는 다이애나 르콤트(Diana Lecompte).

1700년대, 부유층이 사랑한 핑크

이 시대 유럽의 귀족들은 아기에게 핑크색 옷을 입히는 것을 선호했다고. 특히나 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았는데, 이유인즉슨 전쟁을 상징하는 빨간색보다 덜 강렬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MAKEUP 커버걸의 ‘아이섀도우 쿼즈 #블루밍 블러쉬’를 눈두덩 위에 펴 바르고, 커버걸의 ‘치커스 블러쉬 #핑크 캔디’를 발라 발그레한 얼굴로 연출한다. 입술엔 커버걸의 ‘이그지비셔니스트 크림 립스틱 #저스트 세잉’을 가볍게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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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팬츠는 모두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귀고리는 모니카 소르도(Monica Sordo).

1876년, 도시를 물들인 핑크

인도에서도 시크교도 남성들이 결혼식에 종종 분홍색 터번을 두르곤 할 만큼 핑크는 남자를 위한 컬러였다. 라자스탄 주의 주도 자이푸르에서는 대부분의 건물들을 더스티 로즈 컬러로 칠했는데, 이는 앨버트 공(Prince Albert)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었단다.

MAKEUP 시세이도의 ‘모던 매트 파우더 립스틱 #푸시아 페티시’를 과감하게 눈두덩과 애교살에 바른 다음, 입술 위에도 두드려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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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파이어 모스(Pyer Moss). 귀고리는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1930년대, 쇼킹 핑크

1918년 발간된 아동 패션지 <언쇼스 인팬츠 디파트먼트(Earnshaw’s Infants’ Department)>에서 ‘핑크는 일반적으로 소년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렬한 색이어서 남자아이에게 잘 어울린다’라고 소개한 것과는 달리 불과 몇 년 사이에 서구사회에서 핑크는 ‘소년을 위한 컬러’라는 인식에서 확실히 멀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쇼킹 핑크’ 컬러. 쿠튀르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밝은 마젠타를 ‘세상의 모든 빛과 새와 물고기로 이루어진 색’이라고 말하며 쇼킹 핑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MAKEUP 랑콤의 ‘UV 엑스퍼트 미네랄 CC 크림 #5’로 촉촉하고 화사한 피부를 연출하고, 랑콤의 ‘브로우 디파인 펜슬 #소프트 블랙’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눈썹을 채우고, 랑콤의 ‘그랑디오즈 라이너 #푸시아’를 사용해 쌍꺼풀 라인을 따라 섬세하게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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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키츠(Kits). 리본 장식은 던다스(Dundas). 스커트는 누메로 벤투노(No° 21). 귀고리는 캐슬린 휘태커(Kathleen Whitaker). 이어커프는 사스키아 디에즈. 반지는 마리암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

1979년, 핑크의 심리학

알렉산더 G 샤우스(Alexander G. Schauss) 교수는 감옥 벽면에 분홍색 페인트를 칠하면 잠재적으로 남성 죄수들을 덜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함께 일하는 두 명의 동료 이름을 본떠 ‘베이커-밀러 핑크’라고 불렀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지만 과학계에서는 이 연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계만큼은 이를 잊지 않았다. 2017년 켄달 제너는 집 벽면을 이 색으로 칠한 후 ‘베이커-밀러 핑크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컬러. 당신을 진정시키고 식욕을 억제해준다’라고 적은 글을 포스팅하기도 했다.

MAKEUP 맥의 ‘글리터 #3D 핑크’를 활용해 눈꼬리 주변에 포인트를 준 다음, 맥의 ‘믹싱 미디움 매트’로 처음에 바른 글리터 광택을 눌러주어 결과적으로는 매트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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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델포조(Delpozo). 귀고리는 샬롯 슈네이(Charlotte Chesnais).

2017년, 핑크의 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전 세계 수천 명의 여성은 제이나 츠바이먼(Jayna Zweiman)과 크리스타 서(Krista Suh)가 만든 핑크모자 ‘푸시햇(Pussy Hat)’을 쓰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목표는 ‘핑크 물결을 통해 여성들이 같은 편에 서서 하나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MAKEUP 어반디케이의 ‘더블 팀 스페셜 이펙트 컬러 마스카라 #정크쇼’로 속눈썹을 핑크색으로 물들이고, 어반디케이의 ‘애프터글로우 블러쉬 #옵세스’를 볼 중앙에 얹어 러블리한 무드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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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원한 핑크

2019년 현재, 핑크는 어디에나 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자넬 모네(Janelle Monae)는 “핑크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핑크는 마음의 통로와도 같다”고 말했다. 올가을 백스테이지에서는 아이에서부터 립은 물론, 헤어까지 핑크 룩으로 연출한 모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단 이번 시즌뿐만이겠는가. 지난 시즌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핑크는 영원할 것이다.

MAKEUP 로레알 파리의 ‘브로우 스타일리스트 부스트 앤 세트 브로우 마스카라 #블론드’로 속눈썹을 정리해준다. 그런 다음, 로레알 파리의 ‘인팰러블 8HR 르 글로스 #블러쉬’와 로레알 파리의 섀도 프라이머 ‘매직 디크리즈 아이리드 프라이머’를 섞어 눈꺼풀 위에 바른 뒤 케이크를 장식하는 핑크 컬러 슈가펄을 얹어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