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헥거리고 부채질을 하면서도 매운 음식을 찾는 이유가 있을 터. 왜 그토록 우리는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매운맛의 진실과 빨간 맛이 전하는 위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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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도 맛이다?

입안이 ‘얼얼하도록 맵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 것처럼, 사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다. 마늘을 다듬을 때 손끝이 아렸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쉽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단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가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는 뇌에 의해 매운’맛’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때문에 매운맛을 잘 먹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의 차이는 미각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통증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냐에 좌우된다.

자, 여기서 우리는 왜 매운맛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매운맛은 통각이다.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든 통증을 느끼게 되면 뇌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 자동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똑똑하게도 기분이 좋아지는 엔도르핀을 자연스럽게 분비한다. 이는 모르핀보다 200배의 진통 효과가 있다고 하니, 왜 자꾸 매운맛을 찾게 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매운 음식이 생각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욕구는 생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의지로 조절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매운 것을 못 참고 먹었다고 해서 스스로 비난하기보다는 매운맛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찾아볼 것!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우리 몸은 부족한 것을 본능적으로 찾는 습성이 있다. 계속해서 매운 것을 찾게 된다면 내게 기분이 좋아지는 ‘엔도르핀’이 필요한 스트레스 상황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뇌가 피곤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동반되는 여러 신호가 있는데 분노, 짜증, 불안 등과 같은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매운맛이 ‘땡기는’ 시점을 떠올려보면 분명 심신이 편안할 때보다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였을 것이다. 이때 매운 것을 먹으면 쾌감 중추가 활성화되어 뇌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잠시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때문에 실제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적당한 매운맛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도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매운맛을 즐기는 법

하지만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소화기관을 자극해 자꾸 화장실에 들락거리게 된다거나, 속이 쓰리고, 뾰루지가 올라오는 등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매운맛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이를 상쇄하는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매운 감각을 주는 대부분의 음식엔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포함되어있다. 급한 불을 끄고 싶다면 우유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 지방 성분이 매운맛을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 달걀은 쫄면, 떡볶이 등 매운 음식과 단골로 함께 등장한다. 위의 자극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기 전에 혹은 먹으면서 곁들이기 좋다. 매운 음식을 먹고 속이 아프다면 양배추나 연근으로 중화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양배추는 위벽을 보호하고 소화 기능을 높여 쓰린 속을 다독여준다. 열을 가하지 않은 채로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면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연근의 점액 속에 든 뮤신은 단백질 성분으로 위산 분비를 조절하고 위벽의 회복을 돕는다. 브로콜리 또한 위장 건강에 좋다. 설로라판 성분이 위와 관련된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기 때문에 평소 매운 음식을 즐긴다면 자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매운맛을 보완할 수 있는 맛을 함께 먹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몸은 중독성 있는 매운맛과 함께 단맛, 짠맛 등 새로운 감각을 원한다. 떡볶이 3인분보다는 떡볶이 1인분과 함께 짜파게티, 달달한 아이스크림의 3종 구성으로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뇌를 골고루 자극하면 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고, 과도하게 칼로리를 흡수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혹은 실제 맵기보다 ‘향’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산초, 후추 등 코끝이 찡한 매운 향이 가미되면 자연스럽게 매운맛을 덜 찾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계속해서 매운 음식이 생각난다면

건강에 무리가 될 만큼 매운 음식에 중독되었다면, 그 원인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당장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은 크게 ‘쾌감’과 ‘충전’ 두 가지로 나뉜다. 입에만 넣으면 되는 술이나 담배, 매운맛은 별도의 훈련이 필요 없이 쉽게 쾌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중독의 위험이 있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충전은 중독성 없이도 위로를 주는 어떤 것들로부터 오는데 중장기적인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회복, 자연을 즐기는 것, 문화를 즐기는 것 등이 그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거나 기본적인 배움이 전제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는 것이 취미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이 좋겠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지금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지, 당일치기라도 괜찮으니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웠는지 등 마음 상태를 체크해보는 거다.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 가을을 느끼지 못하고 매운 것만 찾고 있다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

 


TEST 매운맛 중독 테스트

1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매운 음식이다.

2 매운 음식 맛집 도장 깨기가 취미다.

3 위염이나 장염이 있는데도 매운 음식을 찾는다.

4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

5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운 음식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6 양념 없는 요리 혹은 빨갛지 않은 싱거운 음식은 식욕을 저하시킨다.

7 매운맛 단계가 있다면 가장 높은 단계를 선택한다.

8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매운 음식을 먹는다.


0~2개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식성을 가졌어요.

3~5개 매운맛 중독이 의심돼요.

6개 이상 매운맛 중독입니다. 매운맛도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