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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과외 선생님이 선물해준 <새의 선물>을 닳도록 읽었다. 그 많은 인물 군상이 여전히 살아 있는 듯 떠오른다. 그 이후 수많은 작품을 낸 작가의 신작에 왜 옛날 작품을 떠올리는가 하면, 은희경의 신작 <빛의 과거>가 그런 작품이라서.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은 마치 작가의 시작점으로 돌아간 듯하면서도, 25년 동안 더욱 원숙해진 작가의 힘으로 독자를 도망갈 새도 없이 데려간다. 여자대학교 기숙사에서 만난 77학번 친구들이 근대를 이어오며 각자의 생을 살아낸다. 여성들은 각자 내밀한 이야기를 짓기 마련이고 그 안에서도 많은 여성을 마주한다. 오랜 친구와 읽고 싶은 책, 그게 <빛의 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