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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불린 시인이 있었다. 모더니즘, 다다, 초현실주의를 시도한 최초의 아방가르드 시인인 이상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백석은 고고한 쓸쓸함이자 고독한 애틋함으로 남은 시인이다. 각각 1910년, 1912년에 태어난 이들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리움이자 신화로 남았고, 품을 모으고, 그 뜻을 파악하려 애쓰는 것은 여전히 후대의 몫이 됐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에서는 실험시의 계보를 잇는 박상순 시인이 이상의 국문시 50편을 온전히 한글화하고 해석하는 시도를 한다. 2부에서는 해석과 시론을 선보이며 모더니즘 계보를 잇는다. <정본 백석 소설·수필>에는 백석 연구 권위자인 고려대 고형진 교수가 나섰다. 10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연구를 통해 백석이 남긴 네 편의 소설과 열두 편의 수필을 담았다. 제각기 빛나는 문학적 성취 속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건 <내 사랑 백석>이다. 백석의 사랑으로 알려진 김자야가 남긴 산문을 새롭게 냈다. 가난한 백석이 사랑한 ‘나타샤’이자 ‘자야’, 기생 김진향, 법정스님에게 당시 1천억 가치의 길상사 부지를 시주한 김영한으로 파편화되어 알려진 김자야는 1930년 잡지에 수필을 발표했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당대의 인텔리이기도 했다. 1992년 봄부터 80대의 몸으로 4년간 200자 원고지에 직접 써 내려간 회고록에는 온몸으로 시대를 관통한 한 여성의 삶과 사랑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런 그녀의 연인이 백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