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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들

문학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진행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작가 중 한 명이 김애란이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으로 동시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작가는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을 통해 사적으로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산문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작가의 ‘일상’이다. ‘기획 에세이’가 주를 이룬 요즘 출판계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일상의 조각을 써 내려간 김애란의 에세이는 ‘에세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힘을 뺀, 문학적 성취라는 것에 함몰되지 않은 솔직함 또한 작가의 매력이다.
김희진과 한유주도 새 책을 펴냈다. <고양이 호텔>이나 <양파의 습관>에서 상상력 위에 관계에 대한 고민을 버무려온 작가는 이번 <두 방문객>에서도 관계를 다룬다. 수영장을 갖춘 양평의 한 저택에 세 명의 사람이 모인다. 경애는 아들 ‘상운’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아들의 친구인 ‘세현’과 세현의 약혼녀 ‘수연’이 있다. 이들은 상운의 생일을 계기로 만나게 된다. 이들의 마음은 상운이 의뢰한 저택 속에서 닷새 동안 끊어지고 연결된다. 한유주의 <연대기>는 마치 작가 한유주의 연대기 같기도 하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한 소설 8편을 묶었다. 행복인가 불행인가. 썩었나 썩지 않았나.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숨겨진 연결고리, 작가 특유의 ‘언어의 탕진’ 속에서 지금 시대의 실존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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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에디터’

<매거진 B>에서 새롭게 시작한 단행본 시리즈 <Jobs>의 첫 주제는 에디터. <매거진 B> 편집부의 후배에게서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요즘 누가 에디터에 관심 있다고!”라고 했지만,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밝지 않은 미래 속에서도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안다. 많은 직업이 그렇듯 에디터의 일에 대해 제대로 다룬 미디어는 거의 없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 에디터를 다루었고, 드라마는 언급하기엔 입이 아까울 정도(인터뷰에도 참여했건만). 만약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이 가장 좋은 책임이 분명하다.
에디터는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을 하고, 좋은 것을 골라내어, 보기 좋게 엮는다. 다섯 편의 인터뷰와 두 편의 에세이에서 그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체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힘차게 걸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니 관심이 있다면 두드리세요. 일단, 이 책 한번 읽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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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그 후

영화 <벌새>에서 시작되었으나 책 <벌새 –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은 단순히 영화 시나리오와 제작 과정을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이 쓴 네 편의 글은 영화적 내용과 설정이 현실과 기민하게 엮여 있음을 전하고, ‘벡델 테스트’로 잘 알려진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보라 감독이 직접 만나 대담을 통해 여성 창작자로서 교감한다. 영화와 문학이 각자의 모습이자 서로의 거울이 되어 마주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