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을수록 고개를 떨구는 건 벼가 아니라 내 속눈썹일까? 자외선에 바싹 익을수록 겸손해지는 속눈썹이 고민인 에디터가 셀프 속눈썹 펌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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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속눈썹 펌?

평소 메이크업은 톤업 선크림, 컨실러 정도로만 해결하는 베어 스킨 추종자인 내가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꼿꼿한 속눈썹이다. 남들이 쿠션을 꺼내 베이스를 수정할 때 에디터는 뷰러를 꺼내 속눈썹을 재정비할 정도. 그렇게 공을 들이는데 이번 여름은 습한 환경 탓인지 틈만 나면 땅바닥을 보는 속눈썹 때문에 진이 빠져버렸다. 결국 수소문 끝에 셀프 속눈썹 펌을 해야겠다고 결심! 왜 하필 셀프냐고 묻는다면 2년 전 숍에서 속눈썹 펌을 받으면서 느꼈던 기분 때문일 것이다. 원장님의 테크닉이 서툴렀다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저 속눈썹 펌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말소리, 다른 사람들의 인기척에도 두 눈을 꽁꽁 싸매고 꼼짝 없이 누워 있어야만 했던 상황이 힘들었다. 아마 그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다. 편하게 숙면을 취한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의 경우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두 눈을 싸매고 누워 있으려니 없던 공황장애가 생길 뻔했다. 이후 다시는 속눈썹 펌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하지만 셀프로 하면 적어도 그런 압박감은 없지 않을까? 게다가 한두 달마다 예약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셀프 속눈썹 펌에 도전하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속눈썹 펌을 혼자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 셀프 속눈썹 펌 키트의 구매자 리뷰를 꼼꼼히 훑었다. 의외로 곰손들도 쉽게 성공했고 3~4만원대의 가격으로 속눈썹 펌을 10회 정도 할 수 있는 양이 들어 있다고 한다. 속눈썹 전용 롯드도 눈매 길이, 컬 형태에 맞게 S, M, L 사이즈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까 둘러보다가 숍에서 속눈썹 펌을 받았을 때 봤던 익숙한 비주얼의 롤리킹 제품을 구매했다. 며칠 후 키트가 도착했고, 내 방에 숍을 차린다는 비장함으로 셀프 속눈썹 펌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혼자서도 잘해요

제일 먼저 아이 리무버 패드로 속눈썹의 유분기를 제거해 보송한 상태로 만든다. 그 다음 속눈썹을 집는 실리콘 소재의 롯드 안쪽 면에 전용 글루를 발라 눈두덩에 붙이는데, 롯드를 속눈썹 뿌리 가까이에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롯드 전체에 글루를 발랐더니 떼어낼 때 피부에 자극이 느껴졌다. 여기서 글루의 용도는 단지 롯드가 눈두덩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니 롯드의 양쪽 끝부분에만 얇게 발라주는 것이 좋겠다. 롯드가 눈두덩에 잘 안착했다면 이제 롯드의 바깥 면에도 글루를 바른다. 속눈썹을 롯드 위로 밀어 올려서 이 부분에 붙여야 하기 때문에 글루를 좀 더 꼼꼼히 발라야 한다. 속눈썹끼리 겹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일자로 가지런히 고정한다. 얇은 우드 스틱을 이용해 한 올 한 올 펼쳐주니 한결 편했다. 그 상태에서 속눈썹에 펌제를 도포한다.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파마약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따가울까 걱정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글루를 많이 발라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펌제도 잘 흡수됐다. 12분 정도 방치한 뒤(속눈썹이 억센 직모라면 3분 정도 더 기다리는 걸 추천한다), 클렌징 티슈로 펌제를 닦아낸다. 처음에 얇은 화장솜으로 닦아냈다가 꾸덕하게 마른 펌제와 지저분한 보풀이 뒤엉켜 컬이 망가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꼭 클렌징 티슈를 사용할 것! 이후 다시 속눈썹에 중화제를 도포하고 10분 후 똑같이 닦아내면 끝이다. 펌제와 중화제는 잘 닦이는 편인데 글루는 닦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 리무버 패드를 눈두덩에 5분정도 올려놓고 둥글리듯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닦아냈다.

둘이 하면 더 잘할걸?

숍에서 한 것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속눈썹이 잘 말려 올라갔다. 세수를 해도 컬이 살아 있어 편리했고, 아침에 딱 한 번만 뷰러로 집어주면 속눈썹이 하루 종일 짱짱하다. 과정도 쉬워 초보자가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왼쪽 눈에 첫 시도했을 때는 자꾸 롯드에서 속눈썹이 한두 가닥씩 떨어져서 우왕좌왕했지만 오른쪽 눈에 다시 했을 때는 훨씬 능숙해졌다. 이번 마감이 끝나면 언더 속눈썹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한쪽 눈을 감고 한쪽씩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게 단점인데, 손재주 좋은 친구를 한 명 섭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셀프 속눈썹 펌 키트 하나로 속눈썹 펌을 10회 정도 할 수 있으니, 친구와 공동 구매 후 사이 좋게 롯드를 말아주는 건 어떨까? 두 달에 한 번 날짜를 정해놓는 거다. 셀프 속눈썹 데이!


에디터가 실패하며 알아낸 셀프 속눈썹 펌 TIP

1 시작 전, 속눈썹의 유분기를 확실히 제거할 것. 유분기가 남아 있으면 글루가 붙지 않아 속눈썹을 고정하기 힘들다.
2 롯드를 눈두덩에 붙일 때 롯드의 양쪽 끝에만 글루를 얇게 바르자. 떼어낼 때 피부에 자극이 간다.
3 롯드에 속눈썹을 올려 붙일 때 얇은 우드 스틱을 이용하면 한 올 한 올 펼치기 쉽다.
4 속눈썹에 펌제를 적게 바르면 컬이 잘 나오지 않는다. 꾸덕할 정도로 충분히 발라주자.
5 아무리 억센 속눈썹이라도 펌제를 16분 이상 방치하지 말 것. 속눈썹이 약해져 끊어질 위험이 있다.
6 펌제를 닦아낼 때 보풀이 나기 쉬운 얇은 화장솜은 피해야 한다. 꾸덕한 펌제에 붙어 공들인 컬이 망가질 수 있다.
7 펌제를 완전히 닦아낸 뒤 중화제를 발라야 펌이 확실하게 나온다.

 

셀프 속눈썹 펌 키트 맞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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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킹의 아이래쉬 플라잉 키트(글루, 에센스, 펌제 + 중화제(10회분), 롯드(쇼트 4개, 미디엄 4개, 롱 2개)) 4만4천원대.

컬을 다양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롯드의 한쪽에만 컬러가 입혀진 건 양쪽 굵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색이 있는 부분을 눈 앞머리 쪽에 두면 아찔한 C컬이, 색이 없는 부분을 눈 앞머리 쪽에 두면 자연스러운 J컬이 완성된다. 펌제와 중화제가 1회분씩 소분되어 위생적이고, 펌 후 에센스로 속눈썹을 코팅해 마무리하면 지속력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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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던샵의 셀프 속눈썹 펌 세트 (프라이머, 글루, 펌제+중화제(10회분), 롯드(SS 2개, S 2개, M 2개, L 2개, LL2개)) 4만4천원대.

눈 길이가 유독 짧거나 속눈썹에 유분이 많다면?
사용 전에 속눈썹의 유수분을 제거해 글루의 접착력을 높여주는 프라이머가 들어있다. 비타민 C를 함유해 속눈썹이 최대한 상하지 않게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는 것. 롯드도 무려 5가지 사이즈로 구성되어 눈 길이가 남들보다 짧거나 길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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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사의 셀프 속눈썹 펌 세트 (글루, 펌제, 중화제, 영양제, 리무버, 롯드(A 2개, B 2개, C 2개) 2만5천원.

속눈썹이 약해 잘 뽑힌다면?
글루를 닦아내는 전용 리무버가 함께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펌제와 중화제는 물로도 잘 씻기지만 속눈썹을 고정했던 글루는 지우기 힘들어서 거칠게 닦아내다가 속눈썹이 빠지기 일쑤. 이 전용 글루 리무버를 사용해 살살 문지르면 깔끔하게 지워져 속눈썹이 뽑힐 걱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