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온 향덕. 이번엔 9월 가을 신상 향수 3가지를 맡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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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말론 런던 포피 앤 바알리 코롱 100ml 19만8천원

리미티드에서 온고잉으로 부활. 영국의 들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기 넘치는 플로랄 계열의 향 ‘포피 앤 바알리’

명불허전 향수 업계 원탑. 대중적인 것과 독특함 그 사이 어딘가를 정확히 때린(지속력 제외) 향수가 등장했다. 특이하게도 과거에 ‘잉글리쉬 필드’ 리미티드 컬렉션으로 등장한 향을 온고잉으로 다시 선보이게 된 것. 그 이유에 대해 조 말론의 프레그런스 개발부 디렉터 셀린은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포피 앤 바알리는 정말 조 말론 스러운 향이라 생각해요. 매우 영국적이면서도 조 말론 런던이 추구하는 향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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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노트 블랙커런트(달콤한 프루티 계열)

하트 노트 포피(상큼한 느낌의 플로랄 계열)

베이스 노트 바알리 (우디 계열의 곡물향)

 

어떤 향?

달달하고 상큼하게 훅 다가왔다가 오트밀을 씹은 듯 구수한 끝 향을 남기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 탑 노트와 하트 노트의 조합 (프루티 + 플로랄)만 보면 그저 그렇게 흔한 향이 될 뻔 했지만 반전은 역시 베이스 노트다. 머스크도 우디 계열도 아닌 따뜻한 느낌의 곡물 베이스가 섞이면서 진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마치 황금빛으로 익은 들판에서 화사한 꽃향을 맡는 느낌과도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꽤 파우더리한 편. 은근 블랙 커런트 특유의 달달한 향이 오래 맴돈다. 조 말론 런던의 향수치곤 꽤 발랄한 느낌이지만 ‘허니서클 앤 다바나’의 통통 튀는 가벼운 느낌보다는 좀 더 무게감이 있다.

 

[조 말론 런던] 포피 앤 바알리 캠페인 컷 (4)

안 읽어도 상관없는 에디터의 사족

솔직히 말해, 처음 ‘포피 앤 바알리’가 등장한 ‘잉글리쉬 필드’ 컬렉션의 3가지 향 중, ‘포피 앤 바알리’가 가장 대중적인 향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조 말론 런던이 가장 메인으로 밀던 향이기도 했고 무난 무난하게 광역 저격할 수 있는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이었으니까.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좀 더 니치스러우면서 흔하지 않고, 매력적인 향은 ‘포피 앤 바알리’가 아니었다는 거다. 제일 잘 팔리는 향과 유니크한 향은 별개니까.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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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메모아 뒨 오더 100ml 16만2천원

구찌의 첫 번째 유니섹스 향수. 향기는 추억의 순간, 기억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성별이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미네랄 아로마틱’이란 새로운 계열으로,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느낌의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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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노트 로만 카모마일(아로마틱한 꽃향)

미들 노트 인디안 코랄 자스민(구찌만의 독자적인 노트, 달콤한 꽃향)

베이스 노트 바닐라, 노블우드, 시더우드, 샌달우드(따뜻한 느낌 가득한 머스크 우디 계열)

 

어떤 향?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셨던 따뜻한 카모마일 티를 떠올려보자. 여기에 부드러운 실크 잠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꽃향이 어디에 있지? 싶을 정도로 플로럴 노트의 파우더리한 느낌은 순식간에 지나가며 꽃잎을 바짝 말린 듯한 특유의 차 향이 오래도록 맴돈다. 여기에 우디 계열 특유의 청량함과 따뜻함이 잔향으로 남는다. 그린티 노트가 들어간 향수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다.

‘기억과 추억’이라는 단어를 왜 썼는지 알 정도로 처음 맡았을 때는 생생했다가 돌아서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흐릿한 인상의 향이다. (발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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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상관없는 에디터의 사족

처음에 이 향을 맡고서 상당히 놀랐다. 예전의 구찌 향수와는 분위기 자체가 매우 달랐기 때문. 앞서 소개한 조 말론 런던 ‘포피 앤 바알리’와 영혼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다. 이 향수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카모마일 노트’는 향수에서 흔하게 쓰이지 않기 때문에 매우 새로운 느낌.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보틀 또한 마음에 든다.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향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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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 비가라드 18 50ml 39만5천원

9월 딱 한 달간만 전세계 모든 르 라보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티 익스클루시브(다른 달에는 직접 그 도시의 르 라보 매장을 찾아가 구매해야 한다). 이번 새 라인업은 마이애미에서 영감을 얻은 ‘타박 28’과 홍콩에서 영감을 얻은 ‘비가라드 18’ 두 가지다. 재빠르게 지르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이번이 아니라면 쉽게 구할 수 없는 향이니 궁금하다면 꼭 시향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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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노트 베르가못, 네롤리, 머스크, 엠버그리스, 시더우드

 

어떤 향?

현대적인 모습과 예스러움이 공존하는 홍콩의 상반된 매력을 담은 향. 네롤리와 베르가못 잎으로 상큼하게 시작하다가 나무 향으로 마무리되는 시트러스 우디 계열의 향수다. 의외로 우디나 머스크의 비중은 작게 느껴지고 네롤리 꽃 향의 인상이 강한 편. 이 꽃 향이 거의 모든 향조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며 향 노트들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때문인지 초보자도 입문할 수 있을 만큼 다른 르 라보 향들 보다 시크한 느낌이 덜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흔한 향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님!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쁘고 반짝거리는 향. 우디향이 생각보다 약해서 그런지 반전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머스크가 섞여 쌉쌀한 네롤리가 더 달콤하게,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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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상관없는 에디터의 사족

일년의 9월을 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를 위해 손꼽아 기다리는 매니아층도 있을 만큼 기대가 매우 컸던 향수. 사실 두 가지 새 향 중 비가라드18이냐, 타박28 이냐, 고민 많이 했다. 타박28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딱 위스키 병에 코를 대고 맡았을 때 나는 향 그 자체. 나의 취향에 꽤 들어맞는 쾌남(??)향 이었으나 비가르드 18이 좀 더 접근하기 쉬울 것 같아 선택했다. 기대했던 만큼이나 두 가지 향 모두 유니크하며 좋은 향인 건 틀림이 없다.

‘서울’ 향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내년에는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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