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패션 신에 남긴 것. 1980년대, 뉴트로 그리고 낭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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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다 기묘해. 도대체 이게 뭐라고 하루가 다르게 협업 소식이 들려오나. 고백하자면 이때까지도 에디터는 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어린아이들이 잔뜩 나와 지구를 구하는(?) 정도의 SF 장르겠거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의 포스터는 마치 고전 SF 영화 , <백 투 더 퓨처>를 연상시켰고, 주인공은 어린 꼬마로 가득했다. 딱히 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기묘한 이야기가 올해로 벌써 시즌 3을 개봉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키, 리바이스, 컨버스 심지어 코카콜라까지 이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개봉을 기념해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소식을 연이어 전했다. 그런데 반전이다. ‘어머 예쁘잖아?’

<기묘한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다. 1980년대 미국의 가상 도시 호킨스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SF 스릴러다. 1980년대는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가 등장하고, 카세트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듣는 신세대가 등장하고, SF 문화와 우주와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시대이자 스티븐 킹의 소설과 함께 자연스럽게 영화 <스타워즈>, <백 투 더 퓨처>, <괴물>, 가 인기를 끌던 때다. 그뿐인가. 본 조비와 폴리스, 듀란듀란, 신디 로퍼, 마돈나 등 시대를 풍미한 팝스타가 활동하던 시대다. 한마디로 뉴트로다. 기묘한 이야기가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뉴트로 코드인데, 기묘한 이야기식 추억 콘텐츠가 요즘 버전의 올드 패션 즉 뉴트로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호기심이 생긴 에디터는 뒤늦게 이 기묘한 스토리의 정주행을 시작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겠다. 탄탄한 스토리와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와 하나같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까지. 나무랄 게 없었다. 거기에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지금의 40~50대에겐 낭만적인 기억을, 1980년대 이후 탄생한 밀레니얼 세대에겐 뉴트로 감성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깨알 같은 소품 활용,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1980년대 명곡들, 여기에 뉴트로 감성 가득한 캐릭터들의 룩을 보는 재미도 한몫했다. 패션으로 보면 스포츠 웨어가 일상복화되고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1980년대. 드라마를 보다 보니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의 스니커즈와 룩을 걸친 주인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캐주얼 룩이 보편화되면서 데님을 주로 한 믹스매치 룩을 입은 상급생 역할의 배우와 고급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성인 여성들의 오피스 룩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드라마와 패션의 기묘한 연결고리

다시, 에디터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로 돌아가보자. 그러니까 무슨 연유로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협업이 이토록 쏟아져 나왔을까? 이들의 협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진짜 존재했던, 그리고 추억했던 아이템을 제각기 흥미로운 방법으로 다시 현재에 내놓았다는 것. 굳이 말하자면 극 속의 주인공과 시청자를 절묘하게 이어주는 일종의 무전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면, 시즌 3의 배경이 되었던 1985년은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가 501 모델을 새롭게 출시한 해이자 그로 인해 고질적인 아버지의 작업복 이미지에서 탈피해 당시 젊은이들의 잇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해이고 동시에 드라마에 총 12번 이상 출연(?)했던 코카콜라의 ‘뉴코-크’가 출시 79일 만에 팬들의 반발로 사라진 해이기도 하다. 또, 스포츠 브랜드 중 나이키의 코르테즈, 테일윈드, 블레이즈 미드가 인기를 끌었던 시대이기도 하고.

추억할 것이 많으면 더욱 몰입하게 되는 법. 1980년대 나이키의 모델들을 새로운 컬러로 복각한 나이키, 극중 주인공과 협업해 새로운 클래식 스니커즈 모델을 만든 컨버스, 또 사라진 뉴 코-크를 다시 등장시킨 코카콜라, 1980년대 복고 감성 풍기는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을 만든 리바이스, 시즌 3의 배경이 된 ‘호킨스 커뮤니티 풀’을 모티브로 만들어 여름 캡슐 컬렉션을 등장시킨 H&M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컬렉션이 환영받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에디터조차 이들의 협업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고 싶어지니 말이다(물론 전쟁 같은 선착순 쇼핑에서 실패했지만). 마치 드라마와 내가 동일시된 듯한 묘한 동질감을 선사한달까. 추억을 소장하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나이키 스니커즈 쇼핑에 성공한 지인은 “신발도 신발이지만 이 배지가 너무 갖고 싶었어”라며 스페셜 에디션 핀 배지를 자랑하기도.

드라마 속 1980년대 배경에 잘 녹여낸 브랜드, 그리고 그 브랜드를 현재의 우리에게 다시 명민하게 소개하고 있는 협업 컬렉션에 적잖게 놀라고 있다. 하나같이 보면 볼수록 묘하게 덕심 유발하는 낭만적이고 기묘한 협업들이니 말이다. 이번 시즌엔 쇼핑에 실패했지만 에디터는 다가오는 시즌 4를 기다리고 있겠다. 또다시 덕후가 될 준비와 함께. 넉넉한 지갑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