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소비자라면 한 번쯤 따져봤을 EWG 등급. 대부분의 사람들이 EWG 그린 등급을 받은 성분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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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틱 시장의 현재, 꼼꼼한 성분 체크는 기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여전히 케미포비아에 빠져 있다. 특히나 화장품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이 화학 성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노-케미’족이 이슈가 된 지 몇 해가 지났음에도 그 풍조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식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더 꼼꼼하게 성분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젠 ‘파라벤이 들어 있는 화장품은 사용하면 안 된다’ 같은 이야기는 일반인도 대부분 알고 있으니 말이다. 화장품의 전성분은 물론이고 전성분의 EWG 등급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 앱으로 제품의 전성분을 확인하고 초록색 등급의 성분만 함유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건 더 이상 어색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다.
이 때문에 많은 코스메틱 브랜드가 EWG 그린 등급과 유해 성분이 없다는 문구를 소구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최근 론칭하는 민감성 피부를 위한 제품을 살펴보면 EWG 그린 등급을 받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니 말이다.

EWG 그린 등급이 정확히 뭐예요?

EWG란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약자로 건강한 환경에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비영리 단체를 말한다. 식품, 에너지, 농업 등의 분야에서 환경과 인류의 건강에 대해 연구하며, 제품의 성분과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EWG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EWG 스킨딥이라고 부르며, 이를 1~10단계로 나눈 것을 EWG 등급이라고 일컫는다. 수치로 나눈 등급을 토대로 각종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0~10단계로 구분했으나, 0등급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례가 있어 최근에 0등급은 없어졌다고 한다. 1~2단계는 유해성이 낮은 성분으로 초록색, 3~6단계는 유해성이 보통인 성분으로 노란색, 7~10단계는 유해성이 높은 성분으로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마치 신호등처럼 구분된 EWG 등급은 직관적으로 유해 성분을 파악할 수 있어 대표적인 성분 분석 지표로 활용된다.
때문에 많은 화장품 브랜드에서 ‘전성분 EWG 그린 등급 판정을 받은 제품’ 혹은 ‘EWG 1~2등급의 원료를 사용한 순하고 안전한 제품’이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여기에 학습된 많은 소비자 역시 자연스럽게 EWG 등급을 기준으로 제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게 되었다.

EWG 등급, 완벽한 지표라고 할 수 있을까?

제품을 사기 전에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준 큰 선물이다. 생각해보라. 일방적으로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찜찜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손끝을 몇 번만 움직여서 제품에 대한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덕분에 화장품뿐만 아니라 주방 세제, 세탁 세제 등을 구입할 때도 수시로 성분을 찾아보는 것이 일상화될 정도다. EWG 노란색이나 빨간색 등급인 성분이 들어 있다면 슬쩍 제품을 내려놓게 되고, 검색 끝에 EWG 그린 등급의 제품을 구매한 후 소임을 다한 양 뿌듯한 마음까지 들 정도!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EWG 등급만을 절대적인 지표로 삼지 않게 되었다. 너무 익숙해진 EWG 등급에 과연 절대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자료를 찾아본 결과 생각이 바뀐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EWG 등급은 ‘유해성 수치’다. EWG 그린 등급을 받은 성분이란, 안전성이 아닌 유해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EWG 등급에는 하나의 함정이 숨어 있다. EWG 스킨딥은 연구 데이터가 없는 새로운 성분을 1등급으로 둔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안전해서가 아니라 유해성을 판정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1등급이라는 말이다. 연구 끝에 결과가 밝혀지면 언제든 10등급이 될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EWG 등급을 확인할 땐 데이터 등급도 함께 따져보라

그렇다면 EWG 등급이 과연 무의미한가? 그건 또 아니다. EWG 등급은 ‘유해성 등급’과 ‘데이터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해성 등급’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컬러로 표시된 등급을 의미하며, ‘데이터 등급’은 유해성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표기한 것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데이터 등급은 ‘None-Limited-Fair-Good-Robust’ 5개의 단계로 구성되며, 데이터가 ‘Robust’ 단계이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None’ 단계면 유해성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다는 뜻. 사람들은 데이터를 볼 때 유해성 등급만 보는 실수를 범하는데 실질적으로 데이터 등급을 같이 봐야 지표를 완전하게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보자. 한 성분은 유해성 등급 2, 데이터 등급 ‘Robust’다. 또 다른 성분은 유해성 등급 1, 데이터 등급 ‘None’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어떤 등급이 더 좋은 걸까? 유해성에 대한 믿을 만한 데이터가 충분한 2등급의 성분이 더 좋은 것 아닐까? 데이터 등급을 함께 인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성분의 위험 등급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많은 화장품 회사가 데이터 등급을 표기하지 않은 채 유해성 등급만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진정한 스마트 컨슈머라면 제품을 구매할 때 EWG 등급의 두 가지 데이터 모두 꼼꼼하게 따져보고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EWG 등급은 성분 정보를 얻는 편리한 도구일 뿐이다

현존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EWG 등급은 우리의 선택을 도와주는 유익한 참고 도구다. 도구는 도구일 뿐,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란다. 어떤 정보도 화학성분의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데이터와 EWG 데이터를 통합해서 얻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유해성을 판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화학 성분이나 유해 성분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편견도 버릴 것. 모 브랜드의 제품 개발 담당자는 “유해 성분에 무조건 적대감을 갖는 대신 나에게 맞지 않는 성분을 숙지하는 것이 먼저예요. 유해 성분의 유무를 따지는 것보다 어떤 성분을 얼마만큼 넣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죠”라고 조언한다. 만약 독성이 있는 성분이더라도 식약처에서 고지한 기준치 이하의 함량이 사용됐다면 다른 성분들과의 궁합을 통해 독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스스로 찾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 아닐까? 화장품 원료의 안전성에 대한 지표를 제공하는 단체는 EWG 외에도 CIR(화장품성분조사단)이나 INCI(International Nomenclature Cosmetic Ingredient) 등이 있으니 참고할 것.


PLUS TIP!

∨ 합성 화학 성분을 유의할 것
EWG 등급의 유해성 데이터와 안전성 데이터 모두 높다고 해서 100%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전성분 EWG 1등급인 성분이라도 원산지와 제조사 등에 따라 등급이 천차만별로 나뉘며, 성분 자체는 저자극일 수 있지만 합성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합성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발암 물질이 결과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번 화장품 하나를 살 때마다 마치 CSI처럼 이 모든 과정을 따져서 성분을 확인해야 하냐고?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유해성 판단에 있어서는 그 어떤 지표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 꼭 피해야 할 유해 성분
대표적인 발암 물질인 파라벤, 계면활성제의 한 종류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와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일으킨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네일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디에칠프탈레이트(DEP)는 피하는 것이 좋다. 메이크업 제품도 성분에 유의해야 한다. 석면이 발견된 오염된 탈크뿐만 아니라 합성색소인 적색2호와 적색102호 역시 발암 물질이다. 그 밖에 벤질알코올, 페트롤라툼, 벤조페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