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뭘 볼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했나. 그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고. 매월 월정액을 결제하는 헤비 유저가 추천하는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의 그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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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원산지>

넷플릭스의 많은 음식 콘텐츠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다큐멘터리다. 중국 광동 지방의 도시인 차오산(초산)의 스무 가지 독특한 식재료와 음식을 다룬다. 바닷가를 낀 이곳은 아직 노동집약적인 채취와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맛을 향한 인류의 열정과 노력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감람(올리브)이나, 동남아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향신료 등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이전엔 생각지도 않던 차오산이라는 곳에 한번 가고 싶어진다. 그래, 그 게장과 종밋을 맛보려면…!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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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하물며 동요에서도 지구는 둥글다는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한두 명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구평평론자라니, 이름부터가 웃긴 치들이라며 낄낄거리기나 하려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이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소수를 그저 묵살하고 비웃는 다수는 얼마나 치졸한가? 집단적인 믿음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이들은 또 얼마나 위태로운가? 무겁지 않은 연출 뒤로 묵직한 화두를 잔뜩 던지는 수작. – 변준수(소니 뮤직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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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너드’ 소년이 주인공인 하이틴 영드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성 전문 상담사인 매력적인 엄마 아래 자란 오티스는 섹스 경험은 고사하고 자위조차 성공한 적이 없는데, 어쩌다 상황에 휘말려 학교 아이들의 성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별의별 막장 성 고민을 해결하다 보면 언젠가 중도 제 머리를 깎을 수 있을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에서 어느덧 사춘기 소년이 된 에이사 버터필드의 연기는 보는 내내 흐뭇하고, 수준급의 음악 선곡에도 귀가 즐겁다. 유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LGBT, 낙태 등 다양한 문제를 적당한 무게감으로 풀어냈다. <스킨스>와 <월플라워>를 반반 섞은 작품으로 아쉬운 건 제목뿐. ‘섹스 에듀케이션(Sex Education)’이라는 원제에 비해 우리말 제목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 문진호(출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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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커밍>

넷플릭스에서 음악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 단연 화제는 비욘세의 <홈커밍>. ‘Beychella‛라고 불리는 2018년 코첼라 공연과 과정을 담은 필름이다. 홈이라니 어디로 돌아가는 것이냐 하고 의문을 가졌다면, 페스티벌을 공연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려 흑인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의 퍼포먼스로 만드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쌍둥이를 낳고, 대규모 헤드라이너 공연을 프로듀스하고,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비욘세를 보면 리스펙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 말마따나 비욘세는 신이야. – 이지영(음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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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나인나인>

뉴욕 경찰서 강력반을 배경으로 한 코믹 수사물. 코믹 99 수사 1 정도의 비율로, 경찰서가 배경일 뿐 <프렌즈>나 <오피스>처럼 캐릭터들 사이의 화학작용으로 벌어지는 일상 코미디에 가깝다. 형사가 된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는 것 같은 페랄타와 산티아고를 비롯해 저마다 이상한 구석을 가진 인물들이 짜증나는 구석 없이 귀엽다. 25분 내외로 분량이 짧고 한 에피소드마다 사건이 완결되기 때문에 이어 달려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볍게 짬을 내어 보며 웃기 좋은 시리즈. – 황선우(<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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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고독한 미식가>의 디저트 버전이라고 할까. 디저트를 먹기 위해 출판사 영업맨이 된 주인공은 책 영업을 끝낸 후 디저트 맛집을 찾는다. 맛있는 디저트를 표현할 때마다 접신을 하듯 기상천외한 효과와 몸짓으로 맛을 표현하는 게 특징. 블로그를 운영하는 설정인데 함께 일하는 직원이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디저트 가게는 모두 실제 존재한다. 원제는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면 ‘땡땡이 치는 칸타로’다. – 최안나(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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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미국 베스트셀러 소설 <13 Reasons Why>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해나가 왜 자살했는지 13가지 이유를 친구들 사이에서 찾아내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셀레나 고메즈가 제작 총괄한 미드라고 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시작하면 푹 빠질 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고, 그 나이대에 가장 중요한 학교 생활, 친구 등의 문제를 리얼하게 그렸다. 소문의 칼끝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렇다. – 김수현(나무엑터스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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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의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넷플릭스는 외국 콘텐츠가, 왓챠플레이는 국내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19년 현재 왓챠플레이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 1, 2위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는 <왕좌의 게임>을 시즌 1부터 마지막 시즌 8까지 몰아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왓챠플레이 유료 서비스의 가치는 충분하다. <왕좌의 게임>은 틀림없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일찍 생을 마감해 시청자를 경악하게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게다가 시즌 8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대부분 학대와 멸시 속에 살아가야 했던 여성이라는 점은 꽤 흥미롭다. 얼마 전 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마침내 종영했는데, 차마 마지막 화의 재생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아, 정말 보내고 싶지 않다. – 황보선(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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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

지난 6월 <블랙 미러> 시즌 6이 공개됐다. 마감해야 할 원고가 잔뜩 밀려 있는 주제에 나는 어쩌자고 넷플릭스에 로그인한 걸까. 한층 섬세하고 견고해진 서사에 넋이 나간 나는 이야기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감흥에서 로그아웃하지 못했다. TV 화면, PC 모니터, 스마트폰처럼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화면들이 꺼진 상태를 뜻하는 ‘블랙 미러’는 미디어를 둘러싸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비추는 거울이다. 빈틈없는 구조, 끝을 모르는 독창성, 기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 ‘21세기 환상특급’이라는 말로는 이 완벽한 스토리텔링의 세계를 담아낼 수 없다. 이야기의 신이 있다면 지금 <블랙 미러> 안에 깃들어 있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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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

왓챠플레이 역시 발 빠르게 화제 콘텐츠를 입수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중이다. 요원 역을 맡은 산드라 오에게 골든글러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안긴 <킬링 이브> 역시 그중 하나다. 일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정보부 요원과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킬러는 놀랍게도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킬러 빌라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바가지 긁는 남편을 두고 전 세계를 누비는 이브. 빌라넬은 이브의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하면서도 이브에게 집착과 소유욕을 보인다. 때로는 첩보물인지 로맨스인지 헷갈릴 지경. 여기에 BBC 드라마식 유머는 덤이다. 시즌당 8부작으로 한달음에 볼 수 있다. – 곽선희(아르테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