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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불편함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아니 에르노의 <부끄러움>은 이러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광기에 가까운 사랑과 ‘단순한 열정’이라고 적어 내린 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편적 공감을 자아내는 자전적 글쓰기는 아니 에르노를 관통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서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라고 말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는 ‘부끄러움’을 밝힌다. 아버지는 낫을 들고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다. 여느 날 같은 부부싸움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된 날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에 진학한 열두 살의 작가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 부끄러움은 영어 원제인 ‘Shame’처럼 수치심에 가깝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궁핍한 그들의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그리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만약 당신이 영화 <기생충>을 보고 박 사장 가족과 기택의 가족 그 어딘가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면, 자신의 냄새를 새삼스럽게 맡아보았다면 아니 에르노가 말하고자 하는 부끄러움 역시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섹스와 거짓말>에서의 불편함은 대상이 다르다. 모로코 출신으로 파리에서 수학, 콩쿠르 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인정받은 작가는 자신의 원류인 모로코, 알제리 지역의 다양한 여성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다.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여성 인권이 없는 곳의 여자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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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바나나

누군가가 지금 당장 수영장에서 읽을 신간을 추천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면 <주주>를 권할 것 같다. 누구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삶은 그냥 되는 대로 살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이전 작품과 다를 바 없지만, 싱그러운 마무리, 일상적이면서 신선한 대화, 햄버거 같은 음식이나 사물에 대한 세심한 묘사 같은 장기도 여전하니까. 이런 걸 ‘치유계’ 소설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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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마이 할리우드

번역가 박현주와 찰스 부코스키는 이른바 믿고 보는 조합이다. <여자들>, <호밀빵 햄 샌드위치> 등에 이어 장편소설 <할리우드>를 맡았다. 이 작품은 부코스키의 분신 헨리가 시나리오 집필 의뢰를 받고 할리우드에서 보낸 시절을 담은 실화 소설이다. 부코스키는 생전에 펴낸 여섯 편의 장편소설 중 다섯 편에 헨리가 화자로 등장한다. 분주하고도 빠르게 돌아가던, 새로운 황금의 땅이었던 할리우드를 헨리와 함께 만취한 채 걷는다.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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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슬픔이 없는 십오 초>의 시인 심보선의 첫 산문집이다. 200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써온 글을 묶었다. 예전 글에는 지금 시각을 더했다. ‘영혼이라는 수수께끼,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수수께끼’의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쪽 저쪽을 응시한다. 저자 심보선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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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SNS로 친해지고 영업하고 과시하며 판매까지 하는 ‘셀프 셀링’의 시대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들어보자. ‘가상 현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고안한 과학자인 저자가 SNS의 피로감과 작동 알고리즘, 실리콘밸리의 방식을 설명하고 비판한다. 저자 재런 러니어 출판사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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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마니아층이 두터운 베르베르의 신작. 베르베르식의 <신과 함께>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갑자기 떠돌이 영혼이 된 추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 가브리엘은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확신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기로 한다. 그는 저승에서,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는 이승에서 말이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