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좀 다녀본 사람들은 알 거다. 피부과에서는 밀크 클렌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도 피부과에 갔었는데, 어김없이 병원 내 파우더룸에 비치된 클렌저는 로션 타입이었다. 피부과 의사들이 이토록 밀크 클렌저를 편애하는 이유는 뭘까?

 

지금 어떤 클렌저 사용하세요?

‘스킨케어의 시작은 클렌징부터’.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스메틱 브랜드의 마케팅 문구로, 기사나 TV 프로그램에서 지겹도록 보고 들었던 내용이다. 그렇다. ‘아묻따’ 피부 관리의 핵심은 클렌징이다. 그런데 매달 쏟아지는 감각적인 패키지의 신제품과 마케팅 문구에 눈과 귀가 현혹되어 예쁘고, 빠르게 지워지고, 향이 좋은 클렌저만 쓰고 있진 않은가? 물론 지금 피부가 건강한 상태이고, 세안 후에도 땅기지 않는다면 괜찮다. 하지만 세안 후 항상 피부가 땅기고 좀처럼 트러블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에센스나 크림만 탓할 것이 아니라 세면대에 놓인 클렌저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피부과 의사가 애정하는 밀크 클렌저

클렌징 워터, 클렌징 밤, 클렌징 폼, 클렌징 젤 등 수많은 타입의 클렌저 중 어떤 제품을 고를지 모르겠다면, 피부과 전문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가 그간 시술과 치료를 위해 들렀던, 취재했던 모든 피부과에서는 밀크 클렌저를 사용한다. 아무리 같은 피부과 병원이라지만, 원장님의 취향이 있을 텐데 이렇게 천편일률적일 수가. 이유가 뭘까? “1차 세안용으로 병원에서 클렌징 로션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습제 함량이 높아 건성 피부와 민감성 피부에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와인피부과성형외과 김홍석 원장의 대답이다. “피부과에 오시는 분들의 피부 타입은 다양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피부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 분들이죠. 아픈 피부와 문제성 피부 등 모든 피부 타입에 적당한 클렌저가 밀크 클렌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안전하면서 트러블도 일으키지 않거든요.” 타임톡스 피부과 윤지영 원장이 덧붙인다. 밀크 클렌저는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세정력이 약한 편이고, 꼼꼼한 러빙이 필요하며, 화장솜이나 해면으로 닦아내야 해 번거로우니까. 노동력도 시간도 많이 든다. 그래도 피부를 위해 감수할 수 있을 정도다. 단, 짙은 화장을 지울 땐 밀크 클렌저 하나만 고집하진 말길. 밀크 클렌저만으로 짙은 화장을 지우려면 더 강한 힘의 러빙이 필요해,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 립 리무버로 포인트 메이크업을 지우고, 밀크 클렌저를 사용한 후 2차 세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2차 세안용으로는 약산성의 폼 클렌저나 버블 제형을 추천한다.

민감성, 건성 피부가 아닌 지성 피부가 사용해도 될까?

앞서 이야기했듯 밀크 클렌저는 모든 피부에 안전하다. “로션형 클렌저는 유분으로만 이뤄진 오일이나 밤과 수분으로만 이뤄진 워터 클렌저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분과 수분이 적당히 섞여 있는 것이지요. 세안 목표를 화장을 말끔히 지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일이나 밤 등 유분을 주로 함유한 제형을 사용하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이 경우엔 유분이 피부에 남아서 모공을 막아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에스테티션처럼 완벽한 테크닉과 시간을 들여서 여러 번 꼼꼼하게 헹궈내야 합니다. 스치기만 해도 메이크업이 잘 지워지는 것 같아 보여도, 모공 속 남은 유분과 노폐물까지 모두 닦아내려면 밀크 클렌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해요.” 김담희한의원의 김담희 원장의 조언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여드름 등 트러블로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어떤 클렌저를 사용하는지 묻고, 오일이나 밤 타입을 오래 사용했다고 하면 로션 타입으로 바꾸길 권유한다고 한다.

피부 타입별 클렌저 처방이 되나요?

화장품 회사에서 판매를 위해, 피부과 전문의 한 사람이 개인의 의견을 담아 피부 타입별 클렌저를 추천할 순 있다. 하지만 의사마다 의견이 다르고, 사용법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날 수 있어 “지성 피부는 ○○ 클렌저, 건성 피부는 ○○ 클렌저를 써야 합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일 클렌저 하나만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지성 피부는 유분이 많기 때문에 오일로 유분을 씻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유분이 부족한 건성 피부에게 오일 클렌저가 제격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클렌징 워터도 마찬가지. 화장솜으로 닦아내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한 번에 잘 닦여 오히려 피부 자극을 줄인다로 의견이 나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쓰는 클렌저가 만족스럽다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전문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민감성 피부를 포함한 모든 피부에 안전한 클렌저는 로션 제형임을 기억하자. 몸이 건강할 땐 밥도 먹고 라면도 먹지만 아플 땐 죽을 찾는 것처럼, 평소엔 어떤 클렌저를 사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피부가 아프거나 약해졌을 때는 다르다. 죽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관리가 필요할 땐 밀크 클렌저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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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갸마르드 by 온뜨레의 젠틀 클렌징 밀크 아르간 오일과 헤이즐넛 오일 등 유기농 성분으로 메이크업과 피부 유분을 제거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클렌징 밀크. 200g 3만5천원.

2 이솝의 젠틀 페이셜 클렌징 밀크 모든 피부 타입에 적합하지만, 특히 민감하고 건조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추천한다. 판테놀 성분을 함유해 보습에 탁월하다. 100ml 4만원.

3 유세린의 더머토 클린 마일드 클렌징 밀크 향료, 색소, 에탄올, 파라벤을 첨가하지 않은 순한 성분의 클렌저로, 내추럴 보습 성분인 글루코 글리세롤을 함유했다. 200ml 2만6천원.

4 바이오더마의 센시비오 레 데마끼앙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출시한 시그니처 아이템. 민감한 피부 전용 라인으로, 세안 후에도 촉촉한 피부로 유지해준다. 250ml 2만5천원.

5 시오리스의 클렌즈 미 소프틀리 밀크 클렌저 물기 없는 피부에 적당량 도포하고 20~30초간 마사지 후 미온수로 씻어내는 타입이다. 천연 세정 성분을 함유한 약산성 제품. 120ml 2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