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느냐가 나의 머릿결을 좌우한다. 다이어트 서적 <I’ll Have What She’s Having>의 저자, 레베카 해링턴이 특별한 식단에 따라 모발의 상태가 얼마나 바뀌는지 테스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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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난 한 번도 나의 모발을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없다. 알 수 없는 색깔들이 뒤섞인 멜란지 컬러인 데다가 바람이라도 맞으면 금세 엉키곤 했다. 아무리 열심히 빗질을 해도 매끄럽게 찰랑거리는 헤어는 화보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 뿐, 어깨 넘어로 길러본 지도 오래됐고 더욱이 아기를 가지면서 헤어 케어에 신경 쓸 틈조차 없었다. 그런데 임신 40주가 됐을 때 문득 거울을 들여다봤더니, 몰골은 엉망인데 이상하게도 머리카락만 반짝이듯 생기를 띠고 있었다. ‘어? 요즘 잘 먹어서 그런 걸까?’ 헤어 브러시로 정성껏 빗어주고 블로 드라이까지 했더니 제법 괜찮아 보였다. 내친김에 값비싼 메탈 헤어 밴드까지 사들였고 이후 얼마간은 나의 헤어 상태가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자 나의 머리카락은 이내 다시 푸석하고, 뒤엉킨 예전의 상태로 돌아갔다(처음엔 정신이 없어 머리카락이 갈라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시 예전처럼 모발 상태를 건강하게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의사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열심히 조사해본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몸에 좋은 특별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그저 당기는 대로 먹는 즐거움을 약간 포기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모발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식단이에요.” 튤란 대학 의학부의 패트리샤 패리스(Patricia Farris)의 말이다. 그녀가 윤기 나는 헤어의 비결로 꼽는 식단은 살코기와 콩류, 그릭 요거트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또 ORAC 지수(식품 속에 들어 있는 항산화 효소의 총량)가 높은 식품 역시 모발 케어에 효과적이다. 여기엔 베리와 다크 초콜릿, 그리고 뜻밖에도 허브의 일종인 오레가노와 클로브(‘정향’이라는 향신료의 일종) 등이 포함된다. 이를 알게 되자 모든 게 즐거운 게임처럼 느껴졌다. 이런 식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뿌려 먹기만 하면 될 테니까. 아, 패리스는 한마디 덧붙였다. 당분을 피해야 한다는 것. “설탕은 체내의 염증을 악화시켜요. 알다시피 염증은 탈모에 치명적이거든요. 또 호르몬의 신진대사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줘 헤어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되죠.” 이 모든 정보로 무장한 채 나는 ‘모발 갱생’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물론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어쨌든 시도하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지금껏 수많은 다이어트를 시도하면서 관련 글도 써왔고, 특별히 오레가노나 클로브에 대한 거부감도 없으니 말이다).

준비 아마 짐작할 것이다. 아기 엄마로서 식사를 제때, 제대로 챙겨 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샤워할 시간조차도 부족하다. 일일이 먹거리를 사다가 다듬고 요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배달 음식을 택하기로 했다. 다행히 오가닉 딜리버리 서비스인 ‘사카라(Sakara)’를 찾아냈다. 이곳에선 내가 좋아하는 연어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ORAC 지수가 높은 식물성 고단백 식단을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나는 이 모든 음식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오레가노를 뿌려 먹기로 결심했다. 슈퍼모델과 여배우들은 아름다운 머릿결을 위해 비오틴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던데, 나는 모유 수유 때문에 영양제보다는 유기농 버섯과 씨앗을 먹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헤어스타일링도 다시 점검해보기로 했다. 나는 헤어 롤모델인 지젤 번천처럼 되는 것이 목표!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을 자랑한다(평소 지젤은 채식과 견과류만 먹는다고. 2016년에 이미 지젤이 먹는 식단을 4일간 그대로 따라해봤지만 도저히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와는 다른 별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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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1

사카라 딜리버리 푸드는 일주일에 두 번, 근사한 검은색 가방에 담겨 배달된다. 세 개의 쿨링 백에 나뉘어 있어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음식들을 먹을 때마다 집에서 홀로 피크닉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주로 아침엔 씨앗이 들어간 아보카도 파르페와 그래놀라, 또는 씨앗으로 만든 머핀을 먹는다. 이 머핀에는 설탕 대신 호박씨를 넣었는데 의외로 맛이 달콤하며, 머핀 표면에는 치아시드가 듬뿍 뿌려져 있다. 근데 이게 과연 빵일까, 견과류일까? 난 이 머핀을 먹을 때마다 매번 궁금증에 휩싸였다. 머핀은 그렇지 않지만 치아시드는 항산화력을 나타내는 ORAC 지수가 높은 음식이라, 이 둘을 조화시킨 덕분에 적당히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아기 때문에 아침 식사는 최대한 빠르게 끝냈다. 아기가 깨서 이 조용한 순간이 사라지기 전에 맛(진짜 씨앗 맛이다)보다는 건강을 위해! 그리고 머릿결을 위해! 씨앗으로 덮인 머핀을 후다닥 먹어 치운다. 평소엔 그래놀라에 우유를 부어 먹곤 했는데, 이 머핀을 먹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르고 간편하다. 점심엔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나 야채를 먹는다. 온통 ORAC 지수가 높은 녹색 잎뿐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내 몸이 상쾌하게 깨어나는 느낌이 든다. 추측컨대 아마도 생야채 특유의 씁쓸하고 건강한 맛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녁엔 머스터드 소스를 얹은 연어나 허브를 잔뜩 얹은 치킨을 먹는다.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면 고구마도 먹는다. 고구마 역시 ORAC 지수가 100g당 2115다. 평일 내내 이런 식단을 지속했더니 주말쯤엔 어느 정도 이 식단에 적응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머릿결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WEEK 2

엄마가 손녀를 보러 오셨다. 어쩐지 다이어트에 들어간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제대로 식사를 챙겨 먹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묻는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이미 난 오가닉 딜리버리 푸드의 신봉자가 되어 있었다. “진짜 좋다니까. 엄마도 한번 먹어보면 좋아하게 될걸!” 유기농 식단의 장점에 대해 잔뜩 늘어놓았고 엄마는 마지못해 두 끼 정도는 먹어보겠다고 했다. 그 후 엄마를 다시 만났다. “왜 머핀에서 씨앗 맛이 나지? 이런 거 말고 크루아상 같은 건 없니?”라고 말하더니, 쉑쉑버거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결국 엄마의 손에 이끌려간 쉑쉑버거 매장에서 나는 평소 케첩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ORAC 지수가 높다(578)는 말에 버거에 케첩을 듬뿍 쳤다. 아마도 나중에 내 모발에 마법이 일어난다면 이 케첩이 적게나마 보탬이 된 것이리라.

WEEK 3

전문가들은 ORAC 지수가 높은 식단을 먹는 것으로 모발 개선 효과를 누리려면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고? 3주 만에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으니까. 푸석하던 모발에 윤기가 생겼고 신기하게도 몸도 반질반질해졌다.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할지라도 머리를 풀었을 때 모발이 찰랑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모발 컨디션이 좋아졌으니,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공들이지 않은 듯하지만 시크한 헤어스타일을 원했다. 지젤 번천처럼 말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기 위해 맨해튼에 위치한 레스큐 스파(Rescue Spa)를 찾았다. 헤어스타일리스트에게 ‘무심한 듯 쿨한 스타일’을 원한다고 말했더니 ‘프렌치 걸’ 스타일을 추천해주었다. 바람만 불어도 한바탕 폴카 춤을 춘 것처럼 모발이 엉키기 일쑤인 내가 과연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을까? 헤어스타일링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조언대로 천천히, 자주 브러싱을 했다. TV를 보거나 레드 비트(ORAC 지수 1776)로 만든 버거를 먹으면서, 또한 샤워하기 전과 샤워 후에도 머리를 빗었다. 머리를 감을 땐 샴푸는 사용했지만 컨디셔너는 쓰지 않았고, 샤워 후엔 실온에서 모발을 말린 후 마지막에 비치 스프레이(소금 성분 함유)를 가볍게 뿌렸다.

WEEK 4

부활절엔 고향인 로드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이 기간엔 ORAC 지수가 높은 저당 식단을 유지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곳곳에 달콤한 사탕이 널려 있고 항산화 음식은 찾기 힘드니 말이다. 겨우 햄이나 치킨에 클로브 가루를 뿌려 먹는 것으로 대체해야 했다. 고향에 와서도 나는 프렌치 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자 했다. 평소처럼 샴푸 후 적당히 타월 드라이한 모발에 비치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런데 모발이 완전히 마른 후에 나는 깨달았다. 나의 이 프로젝트가 드디어 성공한 것을! 브러싱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머릿결이 실크처럼 매끄러워진 것이다. 마치 영화 <넬>의 주인공, 조디 포스터의 머릿결처럼 말이다. 그동안 열심히 먹었던 건강식 식단이 뇌리를 스쳐갔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약 4주 동안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ORAC 지수가 높은 음식을 더욱 가까이 하려고 한다. 아름다워지려면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것만큼 간단한 것도 없다. 그 어떤 음식을 먹든지 오레가노와 클로브를 계속 뿌려 먹기만 하면 되니 앞으로도 쭉 이 생활을 유지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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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GROCERY LIST

버터, 밀크, 달걀! 브라질 슈퍼모델들의 몸매를 책임지는 영양사이자 <뷰티 다이어트>의 작가 리사 드레이어(Lisa Drayer)가 말하는 모발에 좋은 음식들.

for 실크처럼 매끄러운 모발 굴, 게살, 살코기, 두부, 콩류에는 철분과 아연이 풍부하다. 이 미네랄 성분들이 모발을 매끄럽게 만들어준다.
for 갈라지지 않는 모발 비타민 C가 풍부한 브로콜리와 레드 페퍼, 양배추, 시금치, 키위, 오렌지는 모발의 갈라짐을 방지해준다.
for 힘있는 모발 그릭 요거트와 피너트 버터에 들어 있는 풍부한 단백질은 모발의 탄력을 높이고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for 건강한 두피 지방이 많은 생선(연어나 송어), 견과류, 아마씨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두피 건조와 비듬 예방에 도움을 준다.

 

헤어를 위한 영양 보충제 

이렇게 모발에 좋은 영양분들을 음식이 아닌 보충제로 충족할 수 있을까? 시중에는 다양한 헤어 영양 보충제가 선보이고 있다. 그중 비오틴 성분은 헤어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비오틴 결핍은 극히 드물다’고. 따라서 결핍되지도 않은 것을 굳이 영양제로 섭취할 필요가 있을지를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또 인기 있는 영양보충제인 누트라폴의 경우엔 톱야자 추출물인 소팔레토가 함유돼 여성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의 작용을 억제한다. 게다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로도 유명하다. 6개월간의 테스트 끝에 이 보충제를 복용한 여성들의 모발이 80% 이상 잘 자라고, 73% 이상 볼륨이 풍부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렇듯 탈모에 관한 한 현재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해양 콜라겐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모발 성장과 윤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콜라겐 드링크인 크러시드 토닉 역시 모낭과 두피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또 최근엔 스피로놀락톤과 미녹시딜을 소량으로 혼합한 탈모 방지 제품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 모발을 건강하게 가꿔주는 다양한 보충제가 출시되리라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