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를 가로지르는 것은 뮤니만이 아니다. 뚜렷한 성격을 드러내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에서의 시간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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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추얼 커피의 라테. 2 힙스터들의 리추얼 커피. 3 명물 중 하나인 비 라이트 크리머리 아이스크림. 4 포 배럴 커피.

샌프란시스코만큼 다양한 주제의 여행이 가능한 곳도 드물다. 내가 이 도시를 ‘출장’으로 방문한 것이 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미국 어느 곳과도 다른 로맨틱한 도시, 인근 나파에서의 와인 투어, 미국을 대표하는 미식 도시, 애플의 신제품 이벤트가 열리며 에어비앤비 등 스타트업 기업의 둥지. 이번 방문의 주제 역시 특별했는데 바로 커피와 디저트였다. 나도 좋아하고 당신도 좋아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그것…! 유나이티드항공을 타고 12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고풍스러운 페어몬트 호텔에 체크인을 마친 후, 내 몸이 갈구했던 것 역시 한 잔의 커피였다. 왜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미국에 도착하면 대개 오전이다. 나의 넋나간 영혼을 깨워줄 커피가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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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르 마레 베이커리. 6 르 마레 베이커리. 7 블루 보틀의 페리 빌딩 지점. 8 타르틴 베이커리의 레몬 크림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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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르 마레 베이커리. 10 샌프란시스코의 강자 포 배럴 커피. 11 파머스 마켓에서 신선한 지역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12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아크메 베이커리 컴퍼니.

디저트만을 위한 거리

만약 당신이 하루쯤 마음먹고 커피와 디저트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발렌시아 스트리트로 향할 것. 몇 년 전만 해도 별다르지 않은 동네 거리에 불과했던 이곳은 그 옛날 카스트로 스트리트의 명성을 이어받으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트렌디한 가게와 숍 – 밀레니얼에게 인기 있는 에버레인 매장부터 공방, 소규모 편집숍까지 – 도 있지만 이곳을 가장 생동하게 만드는 건 멋진 커피와 베이커리다. 그중에서도 전미에서 급부상한 리추얼 커피(Ritual Coffee Roasters)와 포 배럴 커피(Four Barrel Coffee)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내부가 환한 리추얼 커피는 힙스터 정신으로 무장한 듯한 깔끔한 분위기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신중하게 원두를 선택해 패스트 드립 커피를 즐긴다. 노숙자 펀드에 1달러가 기부되는 그때그때 스페셜 커피도 있다. 이달의 스페셜 커피는 스파이스 메이플 라테. 단델리온 초콜릿을 사용하는 모카 라테는 여행으로 인해 체력 소모가 큰 여행자들의 당 보충제로 손색이 없다. 날씨가 좋다면 밖에 앉아도 좋다. 정식 테이블보다는 벤치 수준이지만,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리추얼 커피 한 잔이면 여행자의 소박한 행복으로는 충분하다. 길을 건너서 도보로 8분가량 떨어진 포 배럴 커피는 리추얼의 공동 창립자가 세운 곳으로 리추얼보다 큰 규모로 가장 아름다운 라테를 마실 수 있다. 커피와 우유를 섞는 여성 바리스타의 부드러운 손목 움직임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다시 라테 한 잔을 주문해, 동영상을 찍을 테니 아까 그거 한 번만 더 보여달라고 애원할 만큼 매혹적인 손놀림으로 커피 한 잔을 뚝딱 만들어낸다. 그 아름다운 모습과 맛에 감격해 팁 박스에 1달러를 집어넣었다.
이제 다른 골목으로 진입해보길. 그러면 타르틴(Tartine)베이커리가 나타난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이곳은 간판조차 변변하지 않지만, 언제나 북적이는 사람들이 인기를 증명한다. 각종 케이크와 베이커리가 즐비한 윈도 앞에 계산줄이 늘어서기 마련인데 직원과 마주하기 전까지 마음이 확확 바뀐다. 당근 케이크? 머핀? 타르트? 아니아니 레몬 머랭 케이크? 간신히 한 조각을 선택해 – 혼자 여행하면 이게 나쁘다 – 자리에 앉았다. 그 시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란, 역시 명성대로였다. 케이크가 아닌 정식 식사를 원한다면 다시 조금 더 걸어보길. 르 마레 베이커리(Le Marias Bakery)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사랑하는 브런치 명소다. 올데이 브런치를 내는 이곳은 프랑스 스타일의 베이커리와 함께 오븐에서 구워내는 고기 요리, 직접 조합이 가능한 샐러드로도 유명하다. 즉, 머릿속에 각양각색의 브런치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도 이곳에서는 만족할 만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샐러드를 원한다면 신선한 샐러드를 하나 가득 먹을 수 있고, 빵의 여왕이라면 위장이 허락하는 만큼의 빵을 먹을 수 있으며 그래도 육류라고 생각한다면 스테이크, 양고기, 닭고기 등이 어우러진 플레이트 한 접시를 누릴 수 있다. 나는 어느 쪽이었냐면, 닭다리 콩피를 주문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한껏 배가 불렀다고 해도 초콜릿 한 조각쯤 들어갈 곳은 있을 것이다. 이날 발렌시아 거리와 그 주변을 샅샅이 누비던 나의 레이더에 감지된 곳은 단델리온 초콜릿(Dandelion Chocolate)이다. 빈투바 초콜릿으로 유명해 도쿄와 교토까지 진출한 단델리온의 큼지막한 매장이 리추얼과 포 배럴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빈투바답게 다양한 초콜릿을 원산지별로 시식할 수도 있다. 초콜릿으로 만드는 품격 있는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으며, 셰프 테이스팅 디저트 플레이트가 14달러다. 여기에 유기농 식품점 비 라이트 크리머리(Bi-Rite Creamery)에서 만드는 솔티드 캐러멜 아이스크림까지 한입 먹은 후에야 비로소 이 거리를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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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쉬르 라 테이블의 쿠킹 클래스. 14 타르틴 베이커리의 레몬 머랭 케이크. 15 커피 문화의 강자로 떠오른 샌프란시스코. 16 단델리온 초콜릿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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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피어39의 포그 하버. 18 포그 하버 피시 하우스의 해산물 요리. 19 포그 하버 피시 하우스의 해산물 요리. 20 존스 그릴.

미식의 도시

커피와 디저트를 주식처럼 대할 수는 있지만, 주식이 될 수는 없는 일. 레스토랑 순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존스 그릴(John’s Grill)은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마다 들르는, 역사와 전통의 레스토랑이다. 우리가 미국에 갈 때면 기대하는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큼직한 스테이크와 마카로니앤치즈, 구운 감자와 같은 미국식 정찬을 즐길 수 있다. 큰 규모에도 늘 사람이 많으니 반드시 예약할 것. 또한 미국 햄버거를 맛보고 싶다면 슈퍼 두퍼 버거(Super Duper Burgers)를 추천한다. ‘인생 버거’라는 간증이 쏟아지는 곳이다.
볕이 좋은 날이면 물개들이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피어39는 잘 알려진 것처럼 사워 도우와 클램 차우더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명물은 크랩이다. 피어 39의 터줏대감 포그 하버(Fog Harbor Fish House)에서는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 종류인 던지니스 크랩을 맛볼 수 있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찜부터 케이준과 페퍼 등 다양한 양념을 곁들인 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뻔뻔하게 ‘혼게’, 혼자 게먹기에 도전했다. 던지니스 크랩의 살을 탐하는 동안에는, 차라리 혼자라는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피어39와 가까운 페리 빌딩에서는 화요일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니 구경해봐도 좋다. 인근 농장에서 기른 신선한 채소, 과일, 직접 만든 여러 음식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까. 또한 한국 오픈이 머지않은 블루보틀의 지점도 있으니 이곳에서 카페인을 충전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시크릿 메뉴를 주문해보면 어떨까? 메뉴에는 없는 지브롤터 커피를 주문해보길. 직원들이 즐겨 먹었다는 메뉴로, 더블샷에 우유를 다소 적게 넣은 메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미식의 도시답게 멋진 쿠킹 클래스가 많은데, 요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참여해보길.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쿠킹 스튜디오 겸 숍인 쉬르 라 테이블(Sur La Table)에서는 그때그때 다른 주제로 쿠킹 클래스를 연다. 내가 참석했을 때에는 루이지애나식 케이준 요리가 주제였다.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영향을 고루 받은 케이준 요리는 매콤하고 풍부한 맛으로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 이 클래스에서는 셰프 앤리아(Annria)의 주도 아래 쉬림프 검보와 코냑을 뿌린 바나나 디저트 등을 만들었다.
날씨가 좋다면 이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소살리토로 피크닉을 떠나볼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시간이면 소살리토로 향할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 소살리토 한 바퀴를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소살리토에는 유명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많다. 포기오 트라토리아(Poggio Trattoria) 는 정통 이탤리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전채부터 메인 디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이탈리아식 그대로다. 식사를 마치고 소살리토 한 바퀴를 도는 사이 오후의 햇살은 더욱 포근해진다.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밤을 위해 아껴둔 커피는 따로 있다. 브에나 비스타 카페(The Buena Vista)가 그곳이다. 이 도시의 또 다른 역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위스키를 넣은 정통 아이리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 아이리시 커피를 주문하는 까닭에, 바리스타가 아닌 바텐더는 쉴 새 없이 유리 잔을 덥히고, 커피와 위스키를 붓고, 크림을 얹어 아이리시 커피를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1952년부터 같은 레시피를 사용하며 하루 만들어내는 커피가 2천 잔이 넘을 때도 있다고. 카페 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특히 저녁이나 밤에는 이 달콤하고 쓴 커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이 가게의 온도를 한층 더 높이곤 한다. 위스키가 제법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술이 약하다면 주의할 것. 호텔로 돌아갈 우버를 부른 뒤, 마지막 아이리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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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의 카페 센토. 22 존스 그릴의 스테이크. 23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 24 포기오 트라토리아.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드영 뮤지엄 뛰어난 건축으로도 유명한 미술관으로 틈틈이 대형 특별전을 여니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필히 전시 일정을 확인해볼 것. 존 싱어 사전트, 윌리엄 터너 등의 유명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골든게이트 파크의 한적한 분위기와 티 가든 등도 명소로 손꼽힌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마크 로스코, 프리다 칼로 등 익숙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층의 카페 역시 맛있는 커피와 베이커리로 유명하다.
시티라이트 서점 작은 서점이지만 명성만큼은 최고인 곳. 1950년대 비트 세대 작가들의 아지트였던 이 서점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여전히 이어진다.
기라델리 스퀘어 기라델리라는 초콜릿 브랜드의 공간으로 시작해, 지금은 거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액티비티와 함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시티패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다면 시티패스는 필수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대중교통은 물론, 주요 미술관, 명소 등의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깨알 같은 쇼핑 쿠폰도 포함되어 있다.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 호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동네로 손꼽히는 노브힐은 언덕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도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에 위치한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 호텔(Fairmont San Francisco)의 객실에서 밤이면 아름다운 야경을 뽐내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뿐만 아니라 바다위 알카트라즈 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유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머물 정도로 역사와 전통의 호텔인 이곳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멋이 흐른다. 호텔이 인접한 파월 스트리트는 샌프란시스코의 여행자들이 들리는 유니온 스퀘어와 마켓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뮤니를 손쉽게 탈 수 있어, 여행자에게 편리한 위치다. 진한 장미향의 르 라보 어메니티도 장점. 특히 호텔의 지하층에 위치한 카페 센토(Cafe Centto)는 베이커리와 일리 커피로 호텔 투숙객보다 동네 주민에게 더 인기가 있다. 페이스트리와 레몬포피시드 머핀을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