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백설공주> 동화책이 쓰여졌던 그때부터 어쩌면 우리는 마법의 거울과 상담을 하는 장면을 꿈꿔왔을지 모른다. 약 200년이 지난 지금 그 상상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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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스마트 미러

“판타지가 아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얼루어> 미국판은 작년 5월호에서 브랜드 전문가이자 <스몰데이터(Small Data-The Tiny Clues That Uncover Huge Trends)>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의 말을 인용하며 ‘스마트 미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이 뷰티 시장의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증강현실이나 IoT,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기기를 얼굴에 갖다 대지 않고 그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알아서 현재와 미래의 피부 상태를 체크해주는 스마트 미러는 누가 누가 제일 예쁜지 말해주는 왕비의 거울을 떠올리게 한다. 아니 오히려 동화책 속 거울보다 더 마법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의 상태를 예측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뻐질 수 있는 유용한 팁까지 귀띔해주니 말이다. 국내에서는 룰루랩의 ‘루미니’가 스마트 미러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7년 5월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각종 뷰티 매장에서 눈에 띄게 볼 수 있는 추세. 화장을 한 상태에서도 피부를 측정할 수 있어 사용하기 편리할 뿐만 아니라, 피부과 의사들과 협업을 통해 제공되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뷰티 제품을 추천해줘 화장품을 구매할 때 꽤 참고할 만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스마트 미러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 외에도 위험 부담(?) 없이 자신의 모습을 쉽게 바꿔볼 수 있는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 립스틱이나 아이섀도를 직접 발라보지 않아도 버튼 하나만으로도 수십 개의 컬러를 내 얼굴에 테스트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일단 감행하면 되돌리기 힘든 헤어 컬러 체인지나 간단한 가상 성형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사실! 곧 가까운 미래에는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컴플레인을 할 일은 사라질 듯 보인다. 사실 이러한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일부 뷰티 매장 등에서 ‘디지털화’를 표방하며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내 얼굴에 직접 바른 것 같지 않고 동동 떠 보여 ‘그냥 직접 내가 발라보고 말지!’ 싶었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기술이 발전해 실제 내 얼굴처럼 자연스럽게 구현이 가능해진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뷰티 어드바이저

스마트 미러 서비스는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앱으로도 속속 출시되어 개개인이 더욱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3월 1일에 라로슈포제가 최첨단 AI를 활용한 피부 분석 솔루션 서비스인 ‘에빠끌라 스팟스캔’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공식 사이트(kr.spotscan.com)에 접속한 뒤 자신의 좌·우·정면 셀카 사진을 찍으면 AI가 트러블, 색소침착, 주름 등의 위치와 개수를 파악해 그 심각도에 따라 레벨을 분류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피부 상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데일리 스킨케어 팁도 제공한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서는 올레이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각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피부 노화를 예측해주는 ‘퓨처 유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되어주는 뷰티 기술

이렇듯 새로운 시대의 뷰티 발명품을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정보가 많을수록 안심하는 현대인들에겐 긍정적인 반응이다. 더군다나 요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가 말하는 걸 그냥 받아주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도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 “판매자의 이야기에는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기계는 진실을 말한다고 여기고 있답니다.” CNET의 편집장 샤론 프로피스 역시 이에 동조한다. “사실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면서 실제 이 제품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기란 너무 어려워요. 기술은 이에 관한 객관적인 목소리가 될 수 있죠.”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고,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만일 평균 25세보다 70% 더 많은 주름을 갖고 있다면 혹은, 자외선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면, 스킨케어 앱이 우리의 건강을 체크하는 좋은 툴이 될 수 있어요.”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화장품

개개인의 피부 타입을 더욱 세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의 지문이 제각기 다르듯, 요즘 여성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하죠. 이에 나에게 꼭 맞는 맞춤 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명동의 아이오페 플래그십 스토어에 위치한 아이오페 랩의 ‘테일러드 솔루션’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확한 피부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프린팅과 IoT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개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는 마스크 팩과 세럼을 제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 아쉽게도 2018년 3월까지만 체험 기간을 진행했는데, 앞으로 더욱 새로운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이 밖에도 올 3월 뉴트로지나가 론칭한 3D 인쇄 시트 마스크 ‘Neutrogena MaskiD™’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이를 바탕으로 나의 피부 타입은 물론, 얼굴 사이즈, 눈과 콧구멍의 위치까지 꼭 맞는 모양의 마스크를 제작해 배송받을 수 있는 것. 아직은 미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이 마스크는 직구를 해서라도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제품이다.

불과 십수 년 전에는 상상에 머물렀던 미래 기술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피부 상태는 쉽게 변한다. 화장품은 한번 사면 최소 몇 개월간 사용하지 않는가. 하지만 피부는 노화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심지어 환경에 따라서도 컨디션이 변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내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일지라도 내일의 피부에 필요한 제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스스로 내 피부를 체크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뷰티 테크놀로지가 어쩌면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