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의 법칙과 같은 기존의 스타일 공식은 잠시 저편에 던져두길. 충돌의 미학이 보여주는 생소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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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19 가을/겨울 밀란 컬렉션을 앞두고 영면한 패션계의 전설 칼 라거펠트는 생전에 “나는 평범한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소함이 없는 아름다움이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패션계에서 혁신적인 시도와 결과를 보여줬던 칼 라거펠트. 그의 색다른 시도는 남다른 시선을 만들었고 대부분 유행이라는 날개를 달고 널리 널리 퍼졌다.

보편적으로 스타일링 팁을 전할 때는 강약의 법칙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프린트가 창궐한 패턴으로 예를 들어보자. 패턴 원피스에는 솔리드 컬러 아우터를 더해라. 상의와 하의 둘 중 하나가 장식이 요란하다면 다른 한편은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하라는 식이다. 이와 함께 과유불급, 즉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중용의 중요성이 소환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번 시즌만큼은 옷 입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패턴과 프린트가 충돌해 일으키는 강렬함을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여 잘 어울리지 않고 생소한 느낌이 있다 해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칼 라거펠트의 말대로 생소함 없는, 새로운 시도가 없는 아름다움은 있을 수 없으므로. 자연 소재 모티브 원피스에 옵티컬 패턴의 아우터를 매치하거나 클래식한 격자무늬 셔츠에 딸기 그림 팬츠를 연출하거나. 마침 옷 자체를 여러 패턴의 콜라주 형태로 디자인한 쇼피스도 부지기수로 많다.

 

0324-091-2다양한 패턴의 충돌, 그중 하나는 플로럴 패턴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플라워 패턴 간 조합이다. 메탈릭 실버 바탕에 파란색 꽃과 보라색 꽃을 각각 상의와 하의에 장식한 루이 비통의 미래적인 의상은 아방가르드한 우주적 패션 행성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패셔너블한 외계인이 이런 모습일까 싶다. 꽃을 그래픽화한 발렌티노의 컬러풀 드레스도 눈길을 끄는 쇼피스다.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이 선보인 수채화 톤의 꽃무늬 룩과 다른 소재, 다른 색감의 꽃으로 장식한 베르사체의 드레스 레이어드, 캐롤리나 헤레라의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에 녹아든 다양한 플로럴 패턴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패턴 간 결합이라고 해서 모두 컬러풀하고 채도가 높은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덤이 선보인 블랙 플라워 패턴의 재킷과 작은 물방울무늬 팬츠는 차분한 가운데 웅장한 리듬감을 선사하고, 실선으로 그린 듯한 플라워 패턴에 그래픽적인 스트라이프를 더한 에트로의 드레스는 기모노 위에 감아 묵는 허리띠를 더해 오리엔탈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규칙한 붓터치를 연상케 하는 빨간 코트에 팝아트적인 프린트를 매치한 마르니, 스트라이프와 애니멀 프린트, 플라워 패턴을 모두 더해 충돌적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베르사체의 스타일도 눈여겨보라.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어야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 칼 라거펠트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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