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은 매 시즌 진화하고 있습니다.” 맥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노의 말처럼 최근 누드톤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드가 특정 컬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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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크레파스를 살펴보다가 낯선 컬러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살구색’이라니! 붉은빛을 띤 베이지색, 바로 그 컬러는 어릴 적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면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던 ‘살색’이었다. 하지만 피부색을 한 가지로 정의했다는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살색은 ‘연주황’이라는 이름을 거쳐 ‘살구색’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구인의 모든 피부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60개가 넘는 피부색으로 구성된 ‘Peoples Color’라는 크레용이 선보이기도 했다니 새삼 달라진 사회적인 인식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는 뷰티 업계라고 다르지 않다. 미국의 팝스타 리한나가 만든 코스메틱 브랜드 ‘펜티 뷰티’ 역시 이러한 생각에서 착안한 파운데이션을 선보였는데, 무려 40가지나 되는 컬러로 구성되어 있어 출시되자마자 품절 사태를 기록했다. 멀리 세계적인 추세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만 봐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운데이션 컬러 선택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2월 ‘나스’의 파운데이션 신제품이 론칭했는데 한국에 소개된 컬러만 무려 31가지. 국내 브랜드인 ‘에스쁘아’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톤을 핑크와 옐로 베이스를 기반으로 디테일하게 분석해 총 10가지 색상으로 선보였고, ‘에뛰드 하우스’ 역시 12가지 색상군을 갖춘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21호와 23호, 흰 피부와 까무잡잡한 피부 두 가지 컬러로 구분했던 이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닌가!

이렇듯 자신의 피부에 찰떡인 베이스 메이크업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얼굴에 컬러를 더하기보다는 피부를 예쁘게 드러내는 누드 메이크업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19 봄/여름 시즌에는 한동안 스트리트 무드가 강세를 보였던 패션 업계에까지 로맨티시즘 열풍이 일면서 여성적인 실루엣을 강조한 다양한 누드톤의 의상이 대거 등장했는데, 이에 발맞춰 누드 메이크업도 새로운 스테이지에 접어들게 되었다. 디올과 버버리, 아크네 스튜디오 등 패션 디자이너들이 런웨이 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드톤으로 중무장한 모델을 세울수록 백스테이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더욱 분주하게 한층 진화된 잘 다듬어진 새로운 단계의 누드 룩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일명 ‘리파인드 누드 룩(Refined Nude Look)’ 혹은 ‘그로운 업 누드 룩(Grown Up Nude Look)’이라 불리는 누드 메이크업이 바로 그것. 이는 결코 메이크업을 과하게 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테크니컬하게 얼굴 전체의 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연출한 것이 포인트다.

파리에서 열린 2019 봄/여름 컬렉션을 위한 코셰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는 말한다. “수많은 누드 메이크업이 있어요. 왜냐하면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저 모델이 가장 자기답게 보이게 메이크업했답니다.” 이는 지금 현재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누드 메이크업의 핵심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멘트가 아닐까. 다양성을 인정하는 누드 메이크업의 강세. 결국 자신의 피부색을 사랑하고 인정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