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조물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규모 공방이 있다. 두 에디터가 방문하고 만들어낸 어떤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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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하고 다양한 펀칭니들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스튜디오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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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완성한 ‘모자 쓴 소녀’.

 콕콕콕, 펀칭니들의 묘미

내 방 침대 옆, 20년 된 나무 서랍장 위는 나만의 취향 전시장이다. 면적 50×30cm 정도 되는 그곳에 좋아하는 오브제를 나열해놓고 가끔 위치를 바꿔주며 감상하곤 한다. 최근에는 서랍장이 기대고 있는 흰 벽이 영 허전해 액자라도 걸어볼 생각이었다. 작은 공예품을 만드는 젊은 장인이나 디자인 스튜디오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그들의 인스타그램을 서치하며 아이디어를 구하던 그때, ‘스튜디오 묘미(@studio.myome)’의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펀칭니들’이라는 생소한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털실로는 뜨개질만 하는 게 아니었던가? 베개, 쿠션, 인형, 가방 등 피드에 올라온 시범작들을 보니 감탄의 연속이었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태피스트리도 있었다! 허전했던 서랍장 위를 채울 수 있는 아이템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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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로 활용할 수 있는 스몰 오너먼트와 디테일을 살린 동물 태피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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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피자 한 판을 담은 스툴매트.

금손 디자이너의 공방

평일 오후, 연남동의 한갓진 어느 골목에서 스튜디오 묘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밀조밀 각자의 귀여움으로 무장한 펀칭니들 소품들이 반겨주었다. 수업에 앞서 이들을 손으로 완성한 조미영 대표에게 궁금했던 펀칭니들의 정체에 대해 들었다. “펀칭니들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공예 기법이에요. 러시아의 수도승들이 자수 옷을 만들기 위해 펀칭니들이라는 특별한 바늘을 제작해 사용한 것이 시작이죠. 직조된 원단에 원사를 통과시켜 루프 스티치를 형성하는 원리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러그를 만들 때 쓰여요.” 호기심 많고 손재주 좋은 그녀는 IT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다 퇴사 후, 잠시 미국에서 지냈다. 그때 펀칭니들을 처음 접했다. 펀칭니들이 가진 공예로서의 다양한 매력을 한국에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 ‘펀칭니들’ 하면 보통 러그를 떠올리지만, 창의력과 상상력만 있으면 일상에서 쓰이는 다양한 생활용품과 소품을 제작할 수 있어요. 실수해도 다시 매만지기 쉬워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죠.” 지금은 국내 최초 펀칭니들 선생님이 되어 그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전통공예와 소소한 일상생활 그리고 예술의 디테일 속에서 영감을 받아요. 그 안에서 찾은 ‘묘미’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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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수틀에 실루엣 도안을 따라 라인을 그린 뒤, 바늘의 홈 방향을 바꾸면서 펀칭하며 촘촘하게 채워나가는 과정.

완벽한 몰입의 시간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지름 15cm의 원형 수틀에 완성하는 태피스트리 원데이 수업을 시작했다. 여러 도안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고민했지만, 털실의 보색 조합이 예쁜 ‘모자 쓴 소녀’를 골랐다. 실루엣 도안을 수틀에 올리고 매직으로 라인을 따라 그렸다. 그 다음은 바늘과 실을 준비했다. 바늘귀에 실을 끼워 손잡이 몸통 부분의 갈라진 홈을 통과해 넣어줬다. 이때 바늘귀부터 몸통 끝까지 실이 걸림 없이 통과되는지 앞뒤로 테스트해야 한다. 작은 사이즈의 수틀에 한번 연습을 해봤다. 실을 끼운 홈 쪽이 작업 진행 방향이다. 도안을 따라 바늘의 홈 방향을 바꾸면서 콕콕콕 펀칭해나가면 된다. 7~8mm 정도 간격을 지켜줘야 예쁘게 완성된다는 것이 대표의 팁. 바늘을 쥐고 펀칭을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실의 간격을 균일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채워나가는 것이 살짝 어려웠다. 두 번째 연습 때는 처음보단 속도가 붙었다. 연습을 마치고, 매직으로 그린 라인을 따라 첫 펀칭을 시작했다. 이때부턴 ‘몰입’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바늘과 실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며 수틀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들이 썰물 빠지듯 자취를 감췄다. 놀라운 집중이었다. 현장을 담던 사진가의 카메라 셔터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모자, 얼굴, 머리카락, 배경 등은 비교적 할 만했지만, 눈썹, 눈, 코는 위치를 잡는 것부터 2~3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빈틈을 발견해 실을 풀기도. 하지만 다시 채우면 되는 거였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누구에게라도 정직한 결과가 나온다’고 한 대표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물론 금손들은 에디터의 것보다 더 정교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창밖을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수업은 5시 반이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완성작은 대표의 시범작과 달리 소녀의 머리숱이 살짝 많아 보였고, 코도 좀 뭉툭한 게 아닌가 했다. 하지만 이게 바로 핸드메이드의 묘미 아닌가! 내 손끝으로 완성한 ‘원앤온리’ 작품에 금세 정이 들었다. 서랍장 위에 이 작품을 거는 것을 시작으로, 방구석 예쁜 공간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싶은 바람도 생겼다. 몰입의 시간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곳의 구석구석을 여유 있게 둘러보길! 빈티지 가구 컬렉터이기도 한 그녀의 보물들을 보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튜디오 묘미는 2월부터 펀칭니들 창업반을 본격 오픈한다. 펀칭니들의 역사부터 연령별 선호하는 아이템, 아이템별 기법 및 공식, 수업 진행과 공방 운영 꿀팁까지 아낌없이 알려줄 거란다. “매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공예를 소개하려고 해요. 아직 보여줄 게 무궁무진하거든요.” 스튜디오 묘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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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받은 ‘러시안 블루 냥군’ 인형과 미니 러그.

MYOME CLASS 
클래스명 원데이 클래스 ‘뉴 살롱 드 묘미’. 지름 15cm의 원형 수틀에 완성하는 펀칭니들 수업으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가격 6만원(재료 포함)
주소 연남동. 상세주소는 수강 신청 시 별도로 전달한다.
문의 블로그 blog.naver.com/myo-me, 인스타그램 @studio.my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