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마다 ‘여자 향수’, ‘남자 향수’라고 라벨링하던 과거는 잊길. 이러한 규범과 관습을 무너트린 젠더 뉴트럴 퍼퓸이 대세다. 다가올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남자친구가 뿌려도, 내가 뿌려도 매력적인 신상 젠더 뉴트럴 향수를 소개한다.

 

0207-056-1

캘빈클라인의 씨케이 원 플래티넘 에디션 EDT. 100ml 7만3천원.

THE NEW CLASSIC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상징적인 유니섹스 퍼퓸 한 가지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씨케이 원(CK ONE)을 이야기할 거다. 그만큼 씨케이 원은 캘빈클라인의 오랜 유산으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상징하는 대표적 향수이다. 씨케이 원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은 새로운 향수, ‘씨케이 원 플래티넘 에디션’의 향 역시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어울린다. 알데하이드와 앰버를 함께 사용해 시원하고 따뜻한 느낌이 공존하며 이 향수의 조향사인 피에르 네르닌과 일리아스 에르메니디스는 이 향의 3가지 키워드를 젊고, 긍정적이며, 자신감이 넘친다고 이야기한다. 밀레니얼을 위한 메탈 보틀로 재탄생하며 기존 씨케이 원으로부터 또 한번 과감하게 변신한 뉴 씨케이 원. 이토록 쿨한 패키지를 거부하긴 힘들 거다.

 

0207-056-2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젠틀 플루이디티 골드 에디션 EDP. 70ml 23만9천원.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젠틀 플루이디티 실버 에디션 EDP. 70ml 23만9천원.

MON AMOUR

이보다 더 로맨틱한 커플 향수가 있을까? 프랑스의 럭셔리 퍼퓸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새로운 향수 ‘젠틀 플루이디티 듀오’는 동일한 원료를 사용했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향수다. 두 향수 모두 주니퍼 베리, 넛맥, 고수씨 에센스 오일, 머스크, 앰버리 우드, 바닐라라는 6가지의 노트를 활용하되 함량과 조합에 차이를 뒀다. 직접 시향해봐도 두 향수는 완전히 다른 향처럼 느껴진다. 골드 에디션은 고수씨 에센스 오일과 머스크, 바닐라 향이 풍부하고, 실버 에디션은 넛맥과 앰버리 우드, 주니퍼 베리 에센스의 향이 돋보인다. 이 향수의 보틀에도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 있다. 뚜껑의 컬러가 다른 것은 기본이고 골드 에디션에는 대문자 G를 사용해 ‘Gentle fluidity’라고 새긴 반면, 실버 에디션에는 대문자 F를 사용한 ‘gentle Fluidity’라고 새겨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위트를 더했다. 성별보다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로도, 연인끼리 나누기에도 좋은 커플 향수다.

 

0207-056-3

르 라보의 통카 25 EDP. 100ml 35만5천원.

VANILLA IN FOREST

르 라보의 향엔 언제나 반전이 있다. 가벼운 비누 향인 줄만 알았더니 시간이 지난 후 묵직하고 따뜻한 잔향으로 변해 있거나, 은은한 우디 향으로 시작해 섹시한 레더 향으로 마무리된다든지 각 향수마다 제각기 깊이가 있다. 하나의 향을 개발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과 공을 들이고 연구하는 까닭일 거다. 지난달 선보인 ‘통카 25’ 역시 3년 만에 출시한 클래식 컬렉션의 새 향수답게 다분히 매력적이다. 통카 빈이라는 원료를 중심으로 달콤한 향과 어두운 향이 조화를 이룬다. 우디 머스크에 바닐라의 달콤함이 더해진 이 향을 묘사하자면, 마치 울창한 나무 숲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 혹은 한겨울에 담요 속에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마실 때의 온기와 향을 떠오르게 한다. 그윽한 머스크 향과 달콤한 바닐라가 공존해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젠더 뉴트럴 향이다.

 

0207-056-4

톰 포드 뷰티의 프라이빗 블렌드 리저브 컬렉션 벨벳 가드니아 EDP. 50ml 36만5천원.

WE ARE SENSUAL

톰 포드 뷰티의 단종된 향수를 회고하는 ‘프라이빗 블렌드 리저브 컬렉션’이 2월 한정으로 출시된다. 이는 향수 애호가로도 유명한 디자이너 톰 포드가 가장 사랑했던 향수 8가지만 모은 셀렉션으로 그중 실제로 톰 포드가 애용하는 향수도 있다. 톰 포드가 턱시도 라펠에 뿌리는 ‘벨벳 가드니아 EDP’가 대표적. 턱시도 라펠은 슈트의 앞 몸판 깃이 접히는 부분을 뜻하는데, 이곳에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빠르고 진하게 향을 어필할 수 있다. 그만큼 톰 포드가 가장 뽐내고 싶어 했던 향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맑고 풍부한 꽃향기로 유명한 치자를 담아 풍성하고 달콤한 향이 특징. 여기에 센슈얼한 느낌을 더하는 재스민 플라워로 매혹적인 무드를 극대화했다. 이 컬렉션의 대부분이 유니섹스 퍼퓸이지만 특히 벨벳 가드니아는 남성이 사용하면 섬세하고 관능적인 무드를, 여성이 사용할 경우 우아하고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연출해 남녀가 함께 사용하면 더욱 이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