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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민음사 한국문학팀의 서효인과 박혜진은 각각 뛰어난 시인과 평론가이다. 동시에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만날 수 있다는, 그 어렵다는 사무실 속 환상의 듀오다. 일 때문에 이들을 자주 만나면서 입맛이 잘 맞는 게 팀워크의 비결인가 싶었던 적도 있었다(각각 미식가와 대식가이며 충실한 훠궈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쓴 독서 일기이자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의 신작인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통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내면을 좀 더 엿보게 되었다. 함께 일한다는 것, 함께 읽는다는 것, 함께 쓴다는 것. 그 어떤 것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문학과 사회를 향한 깊이, 애정이 그 어려운 일을 물 흐르듯 흘러가게 했다. 특히 두 사람이 모두 읽은 책은 마치 책장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는 것 같아 더욱 흥미롭다. 행간을 따라서 만난 어떤 문장은 코끝이 먼저 시릴 만큼 마음을 두드린다. 어떤 글이든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좀 더 용기를 내보자고 북돋운다. 역시, 원고가 밀렸다는 둥, 글이 안 써진다는 둥 하는 소리는 그저 우는 소리였단 말인가. 시도 평론도 잘 쓰는데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의 타이틀까지 더하다니. 아주 조금 억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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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듣기

아르테의 한국 소설선을 일컫는 말은 ‘작은 책’이지만 작다고 하기엔 너무나 큰 세계다. 여기에 활발히 작품을 이어가는 젊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오디오북으로 보태졌다. 은모든 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으로 아흔일곱과 여든여덟의 할머니, 엄마와 딸의 다양한 세대의 여성을 담은 <안락>은 한예리의 목소리다.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 <인터내셔널의 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두 여행자의 이야기는 김새벽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어느 깊은 밤 또는 손놀림을 쉴 수 없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문학은 소리로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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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한때

타인의 평화로운 일상이 왜 우리에게 위안을 줄까? 결국은 남의 이야기일지라도, 낯선 사람의 행복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행복에 전염되곤 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네 살 여자아이 요모기를 담은 책 <영원히 아름다운 것만 만나기를>이 그렇다. 작은 마을의 정취와 붉고 통통한 볼을 가진 여자아이의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삶이 사진과 글로 어우러진다.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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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가이드북 두 번째 스페인, 발렌시아>
스페인의 발렌시아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현장감이 느껴지는 넉넉한 사진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의 핫플레이스는 물론 현지의 오너와 셰프, 그라피티 예술가들과 나눈 생생한 인터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 구민정 출판사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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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에 등장한 설화를 모티브로 인간의 슬프고도 추한 본성을 다채롭게 해석해낸 매혹적인 시리즈다. 원고지 약 3천 매 분량을 상, 하권으로 나눴다. 제목은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묘한 이야기라는 뜻.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저자 교고쿠 나츠히코 출판사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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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풍자 소설이다. 세일즈맨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제각기 엉망진창인 인물들이 허황된 사건을 벌이며 난장판이 되어간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코미디언이 벌이는 블랙 코미디 한바탕 같은 책이다.
저자 헬렌 디윗 출판사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