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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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모자들

문지 스펙트럼은 문학과지성사를 대표하는 문고판이다. 1996년 황순원의 <별>을 시작으로 101권이나 나왔다. 하지만 20년간 독자들의 취향과 선호가 너무나 달라졌기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게 된다. 시대와 영역을 초월한 ‘스펙트럼’이라는 명제는 같다. 그럼에도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표지부터 말하고 있다. 한글 제목과 원제를 동시에 표기했고, 흑백 사진과 대비되는 컬러 폰트를 사용한 것.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첫 번째 시리즈로 명명된 다섯 권의 목록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등은, 거꾸로 우리가 여전히 고전을 가까이해야 함을 증명한다. 페나크가 말했듯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다만 삶과 인간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 하나를 은밀히 공모하여 얽어놓을 뿐이다.’ 요컨대 ‘작지만 확고한 고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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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대

무릇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라면, 실제로 소유함과 상관없이 한번쯤 소유하고 싶은 브랜드를 소유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길게 썼지만 딱 그렇다. 단순한 물욕이라고 치부하기엔 복잡한 일이다. 브랜드라는 것은 현 인류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의 총체나 다름없다. 최근 브랜드에 대한 두 책 <요즘 브랜드>, <브랜드 인문학>은 브랜드가 가진 힘과 스토리에 집중한다. 다시 말하자면 시대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흐름을 읽고 싶다면, 트렌드 보고서 대신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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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인터뷰 하는 사람이라면, 에디터든, 신문 기자 혹은 방송 리포터이든 마음 한구석의 부담감을 끝까지 놓지 못할 것이다. 그 질문을 했어야 했는데. 좀 더 대담했어야 했는데, 라며 후회하기 마련. 그 점에서 인터뷰어 김지수는 늘 정답 같은 인터뷰를 내놓는다. 2015년부터 토요일마다 <조선비즈>에서 선보이는 심도있는 인터뷰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요즘 독자들은 긴 글을 읽지 않는다는 통설에 반한다. 좋은 글은 읽힌다는 것을 증명하듯 170만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윤여정, 이순재, 하라 켄야, 정경화…그 내밀한 인터뷰를 모았다.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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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충격과 공포의 제목인가? 하지만 에세이라고 불러야 할지,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 작가 스스로도 헷갈린다는 이 책은 이성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다. 불안과 우울, 허무함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저자 김나연 출판사 문학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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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린 대처 암살 사건>

맨부커 상을 2회 수상한 힐러리 맨틀의 첫 단편집이다. 이미 사망한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을 1983년에 암살한다는 상상력으로, 모두 10편의 단편 속에 각계각층 영국 여성의 삶을 무섭도록 예리하게 담아냈다. 차라리 해부학자에 가까운 힐러리 맨틀의 신작.
저자 힐러리 맨틀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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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에세이가 소설을 제치고 동시대와 가장 밀접하게 호흡하는 문학이 된 데에는, 따지고 보면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가 있었다. 한때 모두가 이석원을 사랑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다시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한때가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저자 이석원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