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손꼽히는 해변과 천재 건축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발휘된 리조트가 있는 곳. 베트남 푸꾸옥 섬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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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레드럼.

분명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리조트에 왔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라마르크 대학’이라고 부른다. 객실이 있는 빌딩은 건축학과, 조류학과식이고 리셉션에도 고풍스러운 대학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푸꾸옥 섬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의 다른 이름이 ‘라마르크 대학’이라는 건 나 역시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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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비 모양의 메인 풀은 성인 전용이다.

이 리조트의 세계관

마치 SF 소설이나 영화처럼 이 리조트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 의심이 많은 성격인 나는 이 세계관에 쉽게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웬걸, 이 리조트의 여러가지 장치에 그만 설득당하고 말았는데….

자, 이곳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역사다. 프랑스의 박물학자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k)는 다윈 진화론의 토대를 마련한 학자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라마르크 대학은 1900년대 초 지식과 교육의 중심이었고, 1940년대 문을 닫기 전까지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학생으로 있었다. 때문에 거대한 리조트는 군데군데 고풍스러운 캠퍼스처럼 보인다. 물론 여느 학교라면, 호사스러운 선베드로 둘러싸인 수영장은 없을 테지만. 두 번째는 디자이너다. 세계적 인테리어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빌 벤슬리(Bill Bensley)는 호텔의 보증수표 같은 이름이다. ‘리조트의 왕’이라는 별명까지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신나게 수행했을 법하다. 세계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해변, 드넓은 부지까지 갖췄으니 뛰어난 미술가에게 거대한 캔버스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빌 벤슬리의 여러 호텔과 리조트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디자인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이곳.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다. 빌 벤슬리는 이곳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에게 대학 시절은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입니다. 항상 이 주제로 리조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멋진 환경과 프로젝트의 규모는 라마르크 대학의 이야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주었죠. 여행자들은 떠날 때 더욱 풍성한 기억을 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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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벨이 가득한 벨데스크.

푸꾸옥에서의 시간표

마케팅 담당자인 촘푸와 총지배인인 타이 콜린스(그는 한국에서 메리어트 여의도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적이 있다) 는 이 세계관의 한 축을 완성하는 존재다. 특히 총지배인 콜린스는 자신을 학장이라고 소개할 정도고, 옷도 흔한 리조트 캐주얼이 아닌 아이비리그 학장처럼 입고 다닌다. 리조트의 안내 팸플릿은 스튜던트 북, 다양한 투어 스케줄은 강의 시간표고, 커리큘럼이다. 리조트의 고객들은 휴양은 휴양대로, 또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즐길 거리를 필요로 하는 법. 이제 막 개발 붐을 타는 중인 푸꾸옥은 리조트 밖에서 즐길 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때문에 리조트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밖에 없는 손님을 위해 다양한 유료, 무료의 할 거리를 만들어놓았다. 일찍 일어나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피시 소스 공장과 옛 정치범 수용소였던 코코넛 감옥을 돌아보는 투어를 할 수 있다. 항구 쪽으로 나가서 이 지역 어부들이 새벽 그물로 건져낸 생선이 막 거래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곳에서 잡힌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피시 소스, 건어물 등은 이곳의 특산물로 베트남 전역은 물론 해외로 수출된다. 좀 더 아기자기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쿠킹 프로그램, 베트남식 커피 만들기, 호이안식 전통 랜턴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무료 프로그램도 많다. 호이안식 랜턴의 경우에는 자신이 원하는 패브릭과 모양을 골라 만들 수 있는데 1시간이 금방 간다. 만든 랜턴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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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데이 다이닝 템푸스 푸지트.

디자인의 즐거움, 식도락의 즐거움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아름다운 리조트를 많이 다녔지만 JW 메리어트 푸꾸옥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듯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이 도처에 있다. 인생 사진을 찍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프런트 데스크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직원들의 유니폼, 특히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폼과 흰 신발은 혹시 이거 팔지는 않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이 유니폼 역시 빌 벤슬리의 입김이 들어갔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건물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물을 적극 재현했다. 234개의 객실, 스위트 및 빌라는 각각 아카데미 콘셉트에 따라 여러 학과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많은 요소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나는 ‘건축학과’에 머물렀는데 많은 도면과 줄자에서 영감을 받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모든 객실과 스위트룸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며 소파가 구비된 넓은 발코니에서 마음껏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선이 우아한 욕조가 놓여 있는 욕실은 객실에서 가장 멋진 공간이다. 객실의 가구와 카펫은 모두 주문제작품. 리조트 곳곳에서 5000개가 넘는 오리지널 앤티크 소품과 가구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모두 진짜이기 때문에 정말 라마르크 대학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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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니얼풍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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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객실도 54sqm로 아주 넓다.

대학교의 구내식당, 아니 레스토랑은 리조트에서 삼시세끼가 결코 지루하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인 템푸스 푸지트(Tempus Fugit)의 조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베트남식, 웨스턴식, 중식, 일식, 한식 코너가 모두 있다. 조식당에 비빔밥 코너와 장조림이 있다! 나물이 한가득 있어서 비빔밥을 제조할 수 있다. 매일 달라지는 베트남 쌀국수도 별미다. 다양한 세계 음식을 준비해 리조트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리조트의 제과점이자 고메 델리인 프렌치 앤 코(French & Co.)는 고전적인 프랑스 카페를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베트남 커피를 즐길 수도 있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한다면 이곳을 매일 들락거리게 될 것이다. 해변 그릴 레스토랑인 레드럼(Red Rum)은 간단한 피자부터 베트남 소스를 곁들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2층 맨션에 자리 잡은 핑크 펄(Pink Pearl)은 반드시 예약해야 하고,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하는 아름다운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식사를 하고 객실로 돌아가기 아쉽다면 칵테일 바인 디파트먼트 오브 케미스트리(Department of Chemistry)로. ‘화학자’가 만들어주는 다양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마시는 동안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희귀한 진이 많으므로, 진 드링크를 시도해봐도 좋겠다. 또한 리조트 어디에서나 보이는 넓고 깨끗한 바다는, 얕고 따뜻해서 언제든 해수욕을 할 수 있다. 나는 다음 화보 촬영지를 위한 출장으로 갔지만, 내가 만든 보라색 랜턴이 현재 우리 집 베란다 앞에 걸려서 이따금 말을 건다. 푸꾸옥에 또 가고 싶지 않냐고.


푸꾸옥의 남은 일들

앨리스의 스파 원더랜드 프랑스인은 예로부터 버섯의 치료적 효능을 믿었다. 이 버섯에 대한 믿음과 버섯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스파의 모티프가 되었다. 샹트렐 스파 바이 JW(Chanterelle – Spa by JW)는 리조트의 스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스파룸이 많지 않아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푸꾸옥에서 할 일들 푸꾸옥 어디에서도 ‘도시다움’은 찾을 수 없다. 바로 그 점이 푸꾸옥의 장점이기도 하다. 다낭과 호이안에 비교하면 푸꾸옥은 순박한 시골 섬이나 다름없다. 로컬 마켓은 여전히 로컬 사람들의 것이다. 리조트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야시장은 저렴한 해산물 식당이 많다. 이곳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 생선, 조개, 성게 등을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또한 푸꾸옥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있는 곳이다. 편도로 20분 이상 소요되고 섬과 섬을 연결해가며 푸꾸옥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푸꾸옥 가는 길 자연의 아름다움, 깨끗한 백사장, 연중 따스한 날씨를 가진 푸꾸옥 섬은 베트남 남부 해안에서 45킬로미터 떨어진 섬이다. 호찌민 시, 하노이, 방콕, 광저우에서 항공편으로 40분 거리에 있다. 푸꾸옥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차로 약 15분이 소요된다. 한국 여행사에서 인천-푸꾸옥 전세기를 띄우기도 하며, 올해 말 인천-푸꾸옥 정규 노선이 신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