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비유한다면 W 브리즈번은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 할 만한 쿨한 친구다. 멋진 바와 레스토랑, 최신 라이프스타일을 두루두루 알고 기꺼이 나와 함께해주는 유쾌한 친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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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원시적인 자연을 대담하게 표현한 바와 라운지 공간 리빙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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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서울에서 더 이상 ‘W 호텔’을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W 서울이 만들어낸 그 파티와 힙한 분위기는 추억으로 남았다. 누구도 결혼을 하지 않은 시절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되면 친구들과 ‘송년 파티’라는 것을 즐기기 위해 W 서울에 가곤 했다. 다른 데선 못 입을 법한 화려한 옷도, 또는 투 머치라는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었던 메이크업도 그곳에선 가능했다. 샴페인을 곁들인 ‘버블리 선데이’라거나, 스파 브랜드 블리스의 레몬 세이지 향이 퐁퐁 솟아오르던 어웨이 스파의 추억도 선명하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W는 서울을 떠났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잘나가는 친구다. 이 좀 놀 줄 아는 친구가 가장 최근 베이스로 삼은 곳은 호주에서도 떠오르는 도시, 브리즈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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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동식물을 모티프로 삼았다.

브리즈번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 정도가 아닐까. 이곳은 ‘선샤인 스테이트’라는 별칭을 가진 퀸즐랜드 주의 주도이기도 하며 과거 박람회를 유치하며 경제적, 상업적으로 크게 부흥하게 된 도시다. 영국 빅토리아식 건축물과 신대륙의 새로운 부가 혼재된 흔적을 사우스뱅크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브리즈번의 상징은 클레오파트라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뱀처럼 가늘고 구불구불한 강이다. 호주 애보리진들이 믿는 ‘드림타임’에서 강은 산속에서 뱀이 내려와 만들어낸 생명을 주는 존재다.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브리즈번은 스네이크 강이 왜 이곳의 상징인지 확연히 느낄 정도로 도시를 구불구불 감고 있었다. 이 도시에는 호주식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강을 오가는 유람선과 페리, 요트도 그 분위기에 단단히 한몫한다. 페리는 브리즈번의 주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는 호주관광청의 글로벌 광고 문구인 ‛호주 같은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최근 젊은 아티스트가 유입되고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문화가 발달하며 이 평화로운 도시는 최근 핫 뉴스 때문에 다소 상기되어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새 호텔 W 브리즈번이 오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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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의 상징인 스네이크 강.

W 브리즈번의 디자인 이야기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 W 브리즈번으로 향하면 익숙한 W 사인이 긴 비행에 지친 여행자를 맞는다. 나무로 만든 리드관을 따라 오르면 ‘웰컴’이라고 불리는 로비가 나온다. 강렬한 아트월은 뱀 모양의 강을 형상화한 것. 자연을 모티프로 한 현대적인 강렬함은 호텔 전역에서 제각기 모습을 자랑한다. 바와 티 라운지 역할을 하는 리빙룸은 열대 우림과 원주민들의 러그를 따왔고, 어웨이 스파는 강의 유려한 흐름을 담았다. 312개의 객실은 호주의 자연친화적 분위기와 호텔의 디자인 스토리인 ‘꿈꾸는 강(A River Dreaming)’에 영감을 받았다. 가구 등은 호텔이 맞춤 제작한 것. 모든 객실은 부드럽고 포근한 리넨과 모바일 노마드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베드, 두 명이 함께 들어가라고 만든 듯한 10갤론짜리 거대하고 시크한 욕조 등을 갖추고 있다. 물론 블리스의 어메니티도 만날 수 있다. 특히 W는 객실 내의 믹스바 공간으로 유명한데, 이곳 W 믹스바는 전후 시대 호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던 드럼 식료품 보관함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외에도 55인치 LED TV부터 B&W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탐나는 물건투성이다. W에서 만나는 직원들도 여느 호텔과는 다른 모습이다. 피어싱, 문신, 초록색과 분홍색을 막론한 컬러풀한 염색…. 각자 자기 개성 그대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은 W의 가장 멋진 모습이다. 게다가 광활한 호주 대륙을 자랑하듯, 호텔의 모든 공간은 흔히 여행하면 만날 수 있는 공간보다 넓다. 너무 넓어서 외로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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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제작한 욕조에는 나무 등받이가 달려 있다.

W식으로 놀기

W의 호스피털리티 정신은 ‘왓에버&웬에버’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정신은 세계 어느 W에서나 동일하다. 손님이 원하는 그 어떤 일도 너무 사소하지 않고, 그 어떤 요청도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 경기 입장권을 예매해주세요, 나를 이곳에서 가장 힙한 바에 데려가 주세요 등등을 말해보길. 실제로 나는 손톱이 벗겨져 ‘네일 리무버’를 요청해봤는데, 즉시 내 눈앞에 네일 리무버가 나타났다. 그것도 무료로. 왓에버! 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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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자연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객실.

하지만 손님들은 너무 예의를 차리기 마련이고, 또한 좋은 객실에서 빈둥대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때문에 이곳에 머무는 동안 W 인사이더들은 세계 곳곳에서 모인 프레스를 ‘이것이 왓에버고, 이것이 웬에버다!’라고 보여주는 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안내했다. 어느 아침에는 7시에 모두를 깨워 스피닝 프로그램에 데려갔다. 마치 막 여군 캠프에서 나온 트레이너가 사이키델릭한 조명과 클럽 뮤직을 틀어놓고 우리를 발할라…아니, 건강한 사람들만이 갈 수 있다는 천국으로 안내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낙오했다. 어떤 오후에는 브리즈번 대학교의 패션 꿈나무들과 그들의 창작물을 만났다. 앞으로 W와 함께 멋진 패션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오후는 인근 모어튼 섬으로 떠난 피크닉이었다. 섬까지는 요트로 편도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선장 모자를 쓴 DJ가 탑승해 요트를 순식간에 움직이는 클럽으로 만들었다. 브리즈번 시민들의 휴식처인 섬에는 탕갈루마 리조트가 있다. 이곳에서 호주식 바비큐 디너를 먹고 리조트가 보호하며 돌보는 돌고래들(부모를 여의었거나 부상을 당해 혼자 힘으로 살기 어렵다)에게 먹이를 주었다. 내 손에 든 생선을 휙 물어 낚아채는 돌고래의 반질반질한 콧등이라니. 돌아오는 배는 물론 다시 클럽으로 변해있었다. 그 외에도 교외에 숨어 있는 로컬 진 증류소, 진짜 호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변, 오가닉 레스토랑, 브리즈번에서 가장 핫한 바 등 W 인사이더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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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웨트(Wet)는 풀파티에도 제격이다.

머무는 동안 매일 크고 작은 파티가 벌어졌고, 가장 큰 파티는 브리즈번 사람들이 절반은 온듯한 W 브리즈번의 공식 오프닝 파티였다. 정말이지 그건 에디터로 일하며 여기저기서 파티를 겪은 내 경험에 비추어도 최고의 파티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칵테일 시크’라는 드레스코드를 각자 멋지게 차려입은 손님들, 디제이의 적절한 음악, 끊이지 않았던 샴페인과 맥주, 와인. 여기에 호주 셀러브리티 셰프의 스리 블루 덕에서 준비한 파티 음식이 더해졌다. 호주의 굴이란 굴은 이 파티에서 전부 먹어 치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굴과 관자 요리가 계속되었다. 샴페인과 오이스터가 흐르는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낙오하지 않았다. W는 계속 속삭인다. “물어만 보세요. 브리즈번 최고의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겠죠. W 인사이더를 찾으세요.” W는 어서 서울로 돌아와주길. 서울에도 여전히 좀 놀 줄 아는 친구는 필요하니까.


THREE BLUE DUCKS

호주 셀러브리티 셰프의 레스토랑 스리 블루 덕이 시드니, 바이런의 레스토랑에 이어 W 브리즈번의 간판 레스토랑이 되었다. ‘Paddock to Plate’를 철학으로 서핑에서 영감을 받은 호주의 건강하고 활기찬 요리를 선보인다. 올데이 다이닝답게 그것이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기대 이상이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만든 호주처럼 웨스턴 음식에 중국식, 한국식, 태국식 터치를 넣었고, 어느 것이든 유일무이한 맛을 낸다. 계절에 맞고 지역 농산물에 집중한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하기에 환경에 대한 죄책감도 덜 수 있다. 이곳에서의 아침과 저녁 식사만으로도 W 브리즈번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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