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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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모자는 큐밀리너리(Q millinery), 터틀넥은 모델 소장품.

에디터가 만난 차홍은 좋은 의미로 ‘옛날 사람’이었다. 스튜디오에 들어와 코트를 벗고 그녀가 가방에서 가장 먼저 꺼내 든 건 아이폰이 아닌,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은, 한눈에 보아도 굉장히 여러 번 펼쳐본 듯한 손때 묻은 가죽 다이어리였다. 최근 그녀는 새로운 책을 냈고 그 수익금은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홍차처럼 따뜻해서 더 감미로운 사람, 그런 홍차를 좋아해서 지금의 이름을 가진, 차홍과 나눈 아름다운 이야기.

이틀 전 책이 새로 나왔어요. 헤어스타일링법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에세이더라고요. 책을 쓰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글 끄적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도 좋아하긴 했지만, 학교에서 특활은 언제나 문예반을 했었죠. 큰 대회에서 상을 타거나 하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글도 음악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큰 울림을 주는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뷰티에 대한 저의 생각도 정리하고 싶고, 제가 생각하는 뷰티를 이야기해보고 싶더라고요. 정보, 스텝 바이 스텝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뷰티를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뷰티는 그게 더 기본인 것 같아요. 요즘엔 인터넷만 좀 뒤져도 정보가 너무 많잖아요.

차홍이 말하는 뷰티, 아름다움은 어떤 거예요?
전 일하면서 외모가 정말 출중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그들이 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음악, 사람, 옷 모두 어떤 게 절대적으로 예쁘다! 이거는 틀린 말 같아요. 아름답다는 건, 외면에서 오는 단편적인 게 아니라 내면과 외면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 거 같거든요. 내면의 스트레스가 외면으로 나타나잖아요. 결국 본인이 본인 내면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어야 균형이 맞는 거죠. 정말 얼굴이 놀랍도록 아름다운데, 마음이 아픈 사람을 많이 봤고, 또 그 아픔 때문에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봤거든요. 그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책에도 그런 내용을 썼어요.

<얼루어>가 말하고 싶은 아름다움과도 같은 맥락이네요. #beyoubravely 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고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자신과의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요. 제 좌우명이 ‘나에게서 나온 것은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온다’거든요. 어떤 안 좋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찾으려 노력해요.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를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다독이며 생각하는 거예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요. 전 스태프 때부터 남들보다 템포가 늦었어요. 하지만 거기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이 되었죠. 성공은 크고 작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본인이 만족감을 느끼면 성공인 거죠.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스스로 본인이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일차원적 생각인데,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나는 하나니까. 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은 하나뿐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소중한 만큼 남들도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항상 친절할 수 있는 걸까요. 실은 오늘 촬영을 맡은 사진가가 <얼루어> 촬영차 원장님과 함께 출장을 갔었는데 그때 많이 놀랐대요. 어떻게 그렇게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더라고요. 
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잖아요.

요즘 행복한가요?
그럼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일상에서 오는 거예요. 가족과 식사를 하고, 아이를 위해 고민하고,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코트를 입을 때도 행복했고, 지금 기자님이랑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도 행복해요. 연말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는 것도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더하면서 사니까 행복해요. 더 많은 매장을 갖고, 직원을 늘리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정말 작은 것들이에요. 근데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건데, 진행자가 애청자들의 최근 행복했던 순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어요. 답변 중에 ‘퇴근 후 집에 와서 양말을 벗은 순간’, ‘우산을 샀는데 비가 내린 순간’ 등 저도 생각하지 못한 아주 작은 것들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