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이면 더욱 생각나는 스카프. 이번 가을 스카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지금 바로 할머니의 옷장부터 뒤져보는 게 좋겠다. 고전미 가득한 옛날옛적의 스카프도 동시대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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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리자베스 여왕이 프런트 로에 서 있는 진풍경을 선사한 리차드 퀸의 런웨이에서 여왕의 등장보다 놀라웠던 것은? 아마도 전신은 물론 얼굴 전면까지 몽땅 스카프를 두른 채 등장한 모델의 모습이었을 거다.19 60 년대 아티스트 폴 해리스가 만든 꽃무늬의 통통한 인물 오브제에서 영 감을 받았다는 리차드 퀸은 그를 상징하는 화려한 꽃무늬를 프린트한 스카프를 겹겹이 레이어드한 모습을 공개했다. 이번 시즌 스카프 드레 싱의 활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된 순간이었다. 또 다른 신예의 데뷔쇼 가 열린 파리 패션 위크 첫날에는 LVMH 프라이즈 우승에 빛나는 마린 세르의 쇼가 펼쳐졌는데, 스포티즘, 스트리트, 퓨처리즘을 지향하는 그 녀의 쇼에 상징과도 같은 초승달 무늬와 함께 돋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다채롭게 활용한 스카프 드레싱이었다. 스카프가 귀고리로, 가방 으로, 브라톱과 드레스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한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 른 즐거움이었다. 스카프를 활용하는 방법에 또 하나의 새로운 팁이 생 긴 것 같기도 하고. 후에 이 컬렉션의 비밀 아닌 비밀(?)이 밝혀졌는데, 전체 컬렉션의 45%가 프랑스에 버려진 헌 옷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라는 것. 순간 에디터도 옷장을 뒤져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가 하면 파리 의 벼룩시장에서 쇼핑한 옷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 른 듯한 베트멍의 컬렉션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저게 정말 새것일까? 의심이 들 만큼 리얼한 빈티지 스카프 를 룩 곳곳에 두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80년대 글램 룩의 귀환을 알 린 베르사체도 한몫했다. 자신들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활용한 클래식 하면서도 섹시한 컬렉션을 선보인 베르사체 쇼에서도 하우스의 아카 이브 프린트를 담은 스카프 룩이 가득했다. 도나텔라가 컬렉션 전체의 스타일링 팁으로 꼽은 헤드피스와 아찔하게 둘러맨 랩 스커트, 대충 둘 러맨 듯한 톱 등을 보면 베르사체다운 글램 룩의 정석을 확인할 수 있 다. 결이 고운 폴라드 스카프와 테일러드 룩을 믹스한 토가의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다. 재킷을 뒤집어 입어 안감이 드러난 것처럼 보이거나, 기하학적인 모양의 슬릿 사이로 스카프를 통과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 를 보여주었다. 말끔한 테일러드 팬츠에 벨트처럼 활용한 스타일이나 랩 스커트 사이에서 흩날리도록 매치한 스커트 드레싱은 데일리 룩에 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 눈여겨볼 것. 이렇듯 스카프를 활용해 과 감하고 다채로운 스타일을 연출한 걸 보면 이번 시즌 스카프 구입을 더 욱 서두르게 된다.

스카프로 머리를 우아하게 동여맨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영화<로 마의 휴일> 속 앙증맞은 스카프 패션을 선보인 오드리 헵번, 부러진 팔 도 스카프로 묶을 만큼 스카프를 애정한 그레이스 켈리와는 분명 다 른 행보이다. 앞서 말한 조금은 과감한 실크 드레싱 스타일이 조금 부담스러운 이라면 실크 스카프 본연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고스 란히 담은 컬렉션을 추천할 테니 포기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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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의 바네사 커비에서 영감을 받은 살바토레 페 라가모는 브랜드 폴 앤드류와 기욤 메이앙이 함께한 남녀 통합 쇼에서 아카이브 프린트를 활용한 우아하면서도 대담한 느낌의 셔츠 드레스와 아우터웨어를 선보였으며, 파우스틴 스테인메츠는 고전적인 말 무늬 실크 스카프를 무릎 길이의 치마와 톱으로 변신시켰다. 그 밖에도 마치 해군의 것 같은 파란색 밧줄과 승마에 활용되는 벨트 모티브가 있는 실 크 드레스를 선보인 티비, 빈티지 스카프를 콜라주한 듯한 셔츠 블라우 스 등을 선보인 버버리의 스타일링도 스카프 드레싱을 즐기고 싶어 하 는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간단한 방법으로 데일리 룩에 활기를 불어넣는 스카프 드레싱. 윤기 흐 르는 실크, 고풍스러운 프린트, 바람에 흩날릴 때의 우아함, 재기발랄한 당돌함까지. 2018 가을/겨울 시즌 스카프 드레싱을 다시 한번 보게 되 는 이유가 이토록 많다. 101가지의 스카프 착용법을 알고 있다는 프랑 스 여자들도 부럽지 않은 우아한 가을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스카프 드 레싱에 도전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