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돈을 원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래퍼만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신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왜 부자가 되길 바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영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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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무슨 일로 다녀왔나?
최근에 일본을 자주 간다. 일본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과 지냈다. 말은 안 통해도 음악으로 통하더라.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꽉 찬 앨범을 내고 싶어서 EP 작업도 하고 촬영도 했다. 쇼핑도 하고.(웃음)

한국 생활은 적응이 좀 됐나?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이런 생각으로 지낸다. 달라진 건 사는 곳과 녹음하는 곳? 서울에는 건물이 많은데 미국에서 살던 곳은 건물이 높아봤자 2~3층이다. 주위 환경이 달라졌을 뿐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달라진 것 같진 않다.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에 합류한 지 2년 차다. 원래부터 알던 크루들과 함께라서 어떤가?
오왼을 제외한 나플라와 블루, 루피는 학창 시절부터 알았다. 그래서 소속사가 생기기 전후가 크게 달라진 걸 못 느낀다. 막 긴장하고 서로 살피는 어색한 시간들도 없었다. 서로 마음이 잘 통하고 배우는 게 많다. 정말 가족 같은 사이다.

멤버들에게 영향을 받아 힙합을 시작했다고?
나플라가 중학생일 때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때 랩을 하는 나플라를 보면서 “오, 랩을 하네. 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진지하게 해오고 있다.

올해 3월 ‘마비 상태’라는 싱글을 냈다. 만족스러웠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영상을 보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을 어느 정도 뮤직비디오에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 아쉬운 점은 글쎄. 곡은 낼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따라붙는 것 같다.

본인 곡 중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덜한 곡은?
‘Hug’와 ‘Believe It’. 녹음했던 기억이 생생히 난다.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친구들과 같이 만든 곡인데 녹음 당시 분위기가 너무 즐겁고 편했다. 그럴 때 좋은 곡이 나오는 것 같다.

팬들 반응에 신경 쓰는 편인가?
댓글을 아예 안 본다.일일이 반응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걸 한다.

영 웨스트의 음악 색깔을 정의해보면 어떤 색깔일까?
굳이 비유하자면 무지개색? 색이 여러 개니까. 한가지 스타일만 고집할 생각이 없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토대로 그때그때 음악을 만들 뿐이다. 슬픈 곡도 있을 거고 에너지가 강한 곡도 있겠지. 반대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곡을 쓸 수도 있다.

래퍼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더 크게 남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의미인가?
가사만 있다고 곡이 완성되는 게 아니지 않나.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요하다. 랩만 하는 래퍼보다는 앨범 전체를 보고 프로듀싱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앨범 전체를 볼 줄 알게 되려면 넓은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최대한 색안경을 끼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은 참 따지는 게 많지 않나. 가수가 누구인지, 장르와 노래 주제는 무엇인지, 몇 연도에 나왔고, 어디 출신인지. 나도 예전엔 그랬는데, 이제는 안 그런다. 새로운 영상이나 음악을 서치할 때도 그런 선입견이 될 만한 요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도 장르 안 가리고 듣나?
솔직히 말하면 클래식 빼고 다 듣는다. 클래식은 듣다 보면 되레 불안해질 때가 있다. 케이팝은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자주 들리니까 듣는 정도.(웃음)

최근 발견한 노래 중에 하나만 추천해달라.
트래비스 스콧의 ‘3500’. 곡이 주는 에너지가 좋다.

음악 말고 좋아하는 건?
옷. 내겐 일종의 취미다. 안 사더라도 옷을 많이, 자주 본다. 보면서 ‘아, 이렇게도 입는구나’ 하고 배우기도 한다. 왜 어릴 때 각자 되고 싶었던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가 하나쯤은 있지 않나. 패션을 통해 내가 그리던 어떤 캐릭터가 되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옷 이야기를 하니까 눈이 반짝인다. 최근 누린 ‘탕진잼’ 세 가지만 알려줄 수 있나?
나이키 조던 1시리즈. 매물 찾기가 힘든 아이템인데 가격까지 낮춰서 손에 넣어 뿌듯했다. 그리고 오늘 허리에 차고 온 크롬하츠 파우치. 휴대폰이 간지 나게 쏙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이지(yeezy)의 밀리터리 부츠. 탱크처럼 탄탄해서 족히 10년은 신을 것 같다.

못 사서 아쉬운 아이템도 있었나?
정말 갖고 싶었던 명품 브랜드의 스트랩 벨트가 있는데, 지금은 구할 수 없다. 이제 돈 좀 벌어 살 수 있게 되니까 생산 중단이라니, 속상하다.

듣다 보면 위시리스트가 끝도 없이 나올 것 같다. 다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
정확한 액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끝없이 벌고 싶다.

왜 돈을 벌고 싶나?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쇼핑은 돈의 쓰임새 중에 하나지, 돈을 벌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다. 미국에서 살 때 풍족하지 않았다. 엄마한테 새로 나온 아이팟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못 사줘서 미안해하셨다. 결국 돈을 모아서 사긴 했지만. 음악과 내 사이를 끈끈하고 깊게 해주는 건 엄마라는 존재인 것 같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
큰 마당이 딸린 대저택 같은 집에 개 10마리와 내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 같이 살고 있는 모습. 그게 성공이지 않을까 한다. 내겐 성공도 가족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돈 벌어서 가족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보답하고 싶다. 모두 그렇지 않나?

영 웨스트가 생각하는 ‘멋있음’이란 뭔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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