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친한데, 긴 시간을 함께했는데, 그럼에도 그 무리 속에 있으면 불편한가? 여전히 외로운가? 함께 있어도 내 본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친구를 갖고 싶은가? ‘데이브레이커’라는 캠페인의 공동 창시자이며 <소속: 당신의 사람을 찾아라>의 저자 라다 애그러월(Radha Agrawal)이 그만의 솔루션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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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나는 늘 클럽에 다녔다. 꼬장꼬장한 클럽 문지기가 지키는 클럽의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목적 의식 없는 외로운 나날이었고 늘 조금씩 취해 있었다. 30살이 되던 날,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을 보니 내가 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친구들은 좀비처럼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고, 나와 마찬가지로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린 그저 친구가 될 인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 몸이 더 건강해진다고 한다. 브리검영 대학교의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은 비만만큼이나 장수를 위협하며 외로움은 알코올 중독이나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밝혔다. 나 역시 서로를 생각해주고, 존중하며 영감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없어 심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지 못했고 나 역시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먼저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미시간주립대학 심리학과 조교수인 윌리엄 초픽 박사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적 교류가 생존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죠. 이런 안정감은 자존감 향상, 관계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옵니다. 이 외에도 장점은 수없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관계의 깊이보다는 가상 세계 속 팔로워들과 ‘좋아요’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그러면서 혼자여도 괜찮은 척 연기하기 바쁘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때보다 관계를 맺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비록 가상 세계에서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좀처럼 서로에게 손을 뻗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모두 상처를 받는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대들이 거대한 사회망에 연결되어 있음에도 50~60대보다 두 배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적 인간관계를 맺으면 좋고 맺지 않아도 괜찮지’라고 생각하며 ‘우리’라는 개념을 잊어버린 거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에 공감한다. 마요 클리닉은 우정을 성인이 건강한 삶을 사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우정은 행복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신감과 자기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바꾸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또한 실직이나 질병 같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정이 정신 건강에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30살이 되던 날 바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후 불현듯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내가 그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했는지 고민하게 됐다. 나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모험심 넘치는 친구가 필요했고 나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일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결론을 내리자 바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네바다주에서 함께 생활하며 참가자들이 예술 행위를 펼치는 버닝맨 페스트벌에 다녀왔고, 여러 기업가 컨퍼런스에 참가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던 중 함께 있어도 내 본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서 힘과 용기를 얻었다. 이런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데이브레이커(DayBreaker)’라는 이름의 모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출근 전 아침에 모여 마치 클럽에서 밤늦게 노는 것처럼 댄스 파티를 열고 함께 어울리는 모임이다. 신선한 그린 주스를 마시며 요가를 하고 서로 허그도 해준다.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도 없고 숙취도 없는, 즐거움만 가득한 아침 모임이다. 이런 그룹 활동을 통해 나는 기운을 얻었고 상처를 치유받았다. 현재 23개 도시에서 데이브레이커를 진행하고 있고, 각 도시의 참가자들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주는 만큼 받는 게 있었다. 내가 에너지를 불어넣으니 사람들이 또 내게 에너지를 전해주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날 일으켜 세워줬고, 나도 반대로 그들이 힘들 때 일으켜 세웠다. 행복을 주고받았다.

아침 6시에 신청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댄스파티를 여는 것이 데이브레이커 프로젝트지만 원한다면 마음 맞는 친구 둘이서 더욱 가벼운 아침 모임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벽 뒤에 숨기기보다 나약한 점을 공유하며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 한다.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보자.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주변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과 피하고 싶은 점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는 보통 이런 질문을 커리어나 연애와 관련해서는 하지만, 정작 우정과 관련해서는 자주 하지 않는다. 물론 쉽진 않다. 하지만 그 대가는 크다. 데이브레이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저 대단하죠. 저 혼자 다 해낸 거예요”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내가 상대를 위하는 만큼 나를 위해주는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 개인적 삶이나 커리어적인 목표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물론 친구라는 존재가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완전히 치료해주진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만약 당신이 외롭거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확 바꿔보길 권한다.

오늘날처럼 힘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많을 때는 남들보다 나 자신을 중요시하고 자기관리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시원하게 달리기를 하거나 마스크팩 한 장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전혀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고독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너무나 많다. 내려놓지 못하는 조그만 손 위의 핸드폰처럼. 우리가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곁에 함께 시간을 나눌 존재들이 있다.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독한 내가 아닌 타인 속의 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적 교류가 생존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죠. 이런 안정감은 자존감 향상, 관계 개선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옵니다. 이 외에도 장점은 수없이 많아요.